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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쉬엄쉬엄하렵니다.

테니스치는 영혼들의 고단함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비오는 아침입니다.
로브를 위해 높이 올려진 지붕이 있는 코트에서는 여전히 공이 네트를 넘나들고 있겠지만
이젠 전처럼 실내코트에서 공치는 사람들이 부럽지 않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줄곳 내릴 것이라는 예보지만 제 레슨시간 전후로 비가 살짝 그었습니다.
하느님껜 감사하지만 오늘은 코치님이나 감기에 걸려 훌쩍대는 저나 좀 쉬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문득 우리 조상님들도 기독교문화의 주일처럼 며칠에 하루는 쉬셨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아님 농번기엔 눈코 뜰 새없이 바쁘다가 농한기엔  몇 달 뒹글뒹글 하셨을까?
어제 어떤 언니랑 부상과 나이듦에 대한 얘길 나누다보니
제가 몇 년간 주일도 휴식도 없이 꼬박 테니스를 쳤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것도 거의 아침 저녁으로.

테니스란 끈을 아예 놓아버릴까봐 레슨도 못끊고 코트에서 얼쩡대고 있었고
일기라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글을 부지런히 올렸습니다.
쉬는 일은 겁장이도 할 수 있지만 쉬었다 다시하려면 분명 용기와 결단이 필요할 것입니다.
아마 이번 주말의 강행군이 무리였는지 뒤늦게 쉬엄쉬엄이 지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주엽 05.11 10:04
    보다 젊었을 때 교류전하다가 게임은 무기력하게 하지만 스윙이나 움직임이 워낙 고수의 내공이 느껴져서 쉬는 동안 말씀을 나눠봤더니
    우승도 많이 해보고 코치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테니스...그냥그냥 하게 되더라고 하더군요

    그때는 그럴 수도 있나 했는데...
    어느덧 저도 한껏 다리품 팔아가며 눈에 힘 빡 주고 게임하게 되는 경우가 1년에 불과 몇번....

    득도해서, 또는 한바퀴 돌고 그런 것은 아니지만
    또 어떤 계기로 시꺼먼 얼굴로 돌아다녀야 할 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지금은 몸에 무리도 덜가고 그저 편한 듯...ㅎㅎ
  • 게임돌이 05.11 10:54
    비가 옵니다.

    지금쯤은 코트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연신 훔쳐내며,

    깃털같이,

    예리한 칼날의 비수같이,

    가슴속 짜릿한 역공을 상대진영으로 보내고 있어야 하는데

    비가 옵니다.



    몇해전 너무나 열심히 활동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마 테니스를 시작하기 전(벌써 기억이 안나네^^)

    마치 가장 낮은 자세로 누구에게나 쏟아 부어 줄만큼의 사랑을 갖고,

    ....

    그런데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쳤지요.

    제가 잘못한 것도 분명 있었지만, 저의 의도하고는 마음하고는 전혀 다른

    오해를 받고, 그때 까지의 저의 자존감이 무너지는....



    왜 내가 열심히 해야하는지

    왜 내가 해야 하는지

    누가 뭐라해도 고집처럼 밀고 나가던 일들도

    의미라는 것이 전혀 없게 느껴지고



    사춘기시절 느껴봤음직한 (늦게 느껴보게 된 것에 한편으론 이상한 감정?을 느끼며)

    고민으로 잠을 꼬박 새우기도 하며



    그때부터 조금씩 무너지듯 제가 하던 일들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먹고사는 일은 어쩔수 없이 하였지만,

    지금도 철없기는 매한가지지만^^

    너무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많이 돌아는 왔어도 다시금 그 코스로 돌아가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마음도 몸도 예전같지는 않습니다

    그저 조금 한걸음 물러서서

    그들을 바라만 봅니다

    가까이 가서 그들로 부터 다시 상처받기는 싫다는

    ㅎㅎㅎ 지극히 이기적인



    아무튼 비가 옵니다

    코트에서도 무척이나 많은 잦은 상처로 마음상할 때도 있지만

    공은 거짓말은 안해서 좋습니다

    내가 치는대로

    내가 준비된 그대로



    상대가 친대로

    상대가 준비된 그대로

    가식없이 왔다 갔다 하더군요^^



    며칠전 전국대회에서 우승도 하였던 고수님의 시합을 구경하였습니다.

    저의 느낌은

    깔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



    저도 인생도 테니스도 깔끔해 지면 좋겠습니다^^

    물론 저의 뜻대로는 안되는 것이지만^^ ......



    좋은 하루 되시고 모두 즐테, 보람있는 인생되십시요 ^&^.
  • 윈윈 05.11 16:51
    그러게요.이런 날이나 좀 쉬지요.언제 쉴까합니다.ㅎㅎ
    아내와 같이 점심도 먹고 시장도 갔습니다.낼도 비오면 아내랑 함께하려구요.

    뭐든지 너무 집착하거나 빠지면 무리가 오게돼잖아요.
    즐거운 하루 되세요.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깨비 05.11 17:26
    초보3년차입니다..
    요즘 제가 코트장에서 공만 보고 뛰어다니고 공을 집착하다보니..
    어제 드뎌 일낸거 있죠?ㅠㅠ
    마지막 게임에서 영~~제 공이 안좋아 얼굴이 굳어져 있었는데 겜 마치고 악수하면서 상대 언니가 대단하다고 칭찬의 말을 하는데~
    그만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은겁니다.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 했지요(웃으며 말했음 좋으련만~흑!)

    정말 넘 넘 좋은 언니들인데~
    제가 왜 그런 불량 매너를 보였는지

    도체 테니스가 뭔걸까요?
    왜 이리 어렵답니까?

    사과드리고 나왔지만..

    오늘 하루종일 비오는데~~
    정말 착찹합니다ㅠ.ㅠ

    이곳에서 쉬엄 쉬엄 글을 읽으며 한걸음 물러서서 제 생활을 돌아보게 되었고..
    언니들께 저에대한 신뢰를 잃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균형을 이루며
    맘을 다스리고 지혜롭게 살어보고자 결심해 봅니다..

    최혜랑님!
    댓글은 달진 않지만 늘 들러보고 있어요~
    어서~감기 나으시고요
    한껏 여유부리며 즐테할 수 있는 그날들을 꿈꾸며^^
    홧~~~~~~팅!!!!


  • 한계령 05.11 18:38
    혜랑언니의 애독자들이 은근 많은 거 같으네요.
    저도 오랫만에 댓글 달아봅니다.
    물론 저도 애독자지요.
    오늘 이야기는 저도 많이 그럴려고 애쓰고 있는 부분이고
    지난 주말 실컷 쳤다고 생각하는 지
    내리는 비가 반갑기까지 합니다.ㅎㅎ
    예전엔 늘 아쉽기만 했었는데
    이젠 몸도 피곤하고
    가정도 더 돌봐야할 거 같고..
    여러가지 다른 중요한 일들도 보이고 그렇습니다.
    그래도 아직도 생활의 중심엔 테니스가 있는데
    제 테니스의 목적을 정해야할 때에 이른 요즘입니다.
    ..
    항상 테니스적인 삶의 궤적을 잘 보여주시는 혜랑언니(실제 보다 더욱 오바된 친근한 표현이어서 좀 ㅎㅎ)의
    글들에서 테니스에 대해 그럴 수도 있겠구나하고 공감합니다.

    즐테하세요.
  • 홍삼 05.11 19:03
    저도 동감입니다. 전에는 비오는 날이 그렇게 싫었는데 이젠 몸을 쉬게 해줄수 있어 좋습니다.
    운동선수로 훈련된 근육, 체력이 아닐진데 무리해서 남는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입니다.
    직업이 아닌이상 적당히 해야 즐거운 거겠죠.
    혜랑님 글 잘읽고 있습니다. 글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댓글이 무수히 달려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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