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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적으로 내리는 비

일전에 분기대회참석여부를 묻는 단체문자가 왔기에
저는 이미 탈회한데다 부상으로 요즘 공 못쳐요하고 냉큼 답 문자를 보냈더니
그래도 궁금해하고 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으니
가뭄의 단비처럼 다녀가라는 문자가 바로 떴다.
“가뭄에 단비라니요. 제가 요즘 가뭄인데.....”

오늘과 내일 내리는 비로 오랜 가뭄이 해갈이 될런지 모르지만 봄날 단비가 오고 있다.
우리클럽으로선 어제 춘계대회를 무사히 마쳤고
다른 곳에서도 크고 작은 대회들이 많이 열렸을텐데 비가 주말을 피해 내려줘서 퍽 다행한 일이다.

어제 성묘를 서둘러 다녀와서 춘계대회의 막바지 부분은 볼 수 있었는데
행사에는 좀체 안빠지는 편이라 눈에 띄는 결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안부를 묻는 전화는 갑장인 아저씨의 딱 한 통 뿐이라 엄청 서운했다고 투정을 부렸더니
모든 회원의 뜻을 담아 대표로 한사람이 한 거라나....

해가 쨍하지 않은 날씨인데도 선수들 얼굴이 죄다 벌겋게 달아있어서
봄볕에 밭일 나간 며느리짝이라 여겼더니
렌트한 생맥주 기계에서 소위 무한 리필로 마셔댄 탓이라한다.
먹고 마시는 것에 상품까지 풍족하니 인심도 많이 누그러져서
시간대를 달리 나오느라 격조했던 얼굴들이 오랜만에 말 섞고 공 섞고 저녁 뒷풀이 땐 술까지 섞었다.

나보고 걸어다니는 이슈라는 사람도 있었는데
칩거하고 있는 중에 뭔가 정중동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줬는지
그렇게 좋아하던 테니스 대신 요즘 뭐하고 긴긴 낮을 지내는지 자못 궁금해하며 꼬치꼬치 캐묻는데
살만 디룩디룩 찌고 머리는 말갛게 비워 놓은 걸 모르기 다행이다.

술마시며 기분좋게 호언하다 말고 내 쪽을 돌아보며 거나하게 취한 어투로
이 얘긴 인터넷에 올리지 마세요! 절대!
내 존재를 불편해하는 사람들의 마음 편하게 해주고자
화장실 가는 척하며 집으로 일찍 튀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백앤 포 04.21 08:05
    부상으로 운동을 못하시는 형편인데도 모임에 참석하시는 혜랑님의 열정이 부럽네요. 그런 저런 열정들이 저에겐 필요한듯 하군요. 그래야. 실력도 관계도 향상될테죠?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그림이 그려지는 정감어린 글이네요
  • 파워핸드 04.21 13:22
    글 솜씨가 없어서...
    여태 좋고 가슴에 와닿는 글을 읽기만 했는데
    읽기만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 인사를 드립니다.

    사람들은 모든 운동에 인생을 비교하곤 하지요
    골프,테니스,당구etc. 그 안에 희노애락이 공존하는 것은 사실인 것 같은데
    그 맛을 참으로 맛있게 때론 실감나게, 또한 유머와 섞여서 보는 이로 하여금
    수필을 읽는 맛이 제대로 나게 합니다.다 모아서 책으로 내셔도 될 듯 합니다.

    잘~읽고 있습니다. 좋은 글 감사 합니다.

    PS: 개인적으로 "화장실 가는 척..."은 싫어 합니다.ㅋㅎㅎ
  • 최혜랑 04.21 15:15
    백앤 포님
    글쎄요. 열정을 뒤집어 보면 소외콤플렉스일지도 모릅니다. 아름다운 왕따되기가 두려운 거죠.
    잊혀진 사람 되는 건 일순간인 이 바닥에서 얼굴도장이라도 찍어놔야......
    아프단 얘긴 들었는데 안부전화 한번 못해 미안하다며 손 먼저 내미는 사람들이 있어 가긴 잘 한 것같아요.

    지안님
    폴더 타입인 휴대폰 앞뒤에 페더러 사진을 붙여서 페더러폰이라 명명했었는데
    대리점에선 이 단말기를 고아라폰이라 부르더군요.
    기계치라 혼란의 적응기간을 최소한으로 줄이고자 같은 기기로 구입했는데
    같은 번호 유지하려고 번호이동했더니
    통신사 바뀌는 바람에 이용서비스가 많이 다르고 엄청 불편하네요.
    겉모습만 똑같은 쌍둥이랑 결혼하고보니 전혀 다른 사람이라 황당해하는 뭐 그런 경험을 했답니다.
    압축적 사고를 못하는 사람이라 주절주절이 몸에 배어 SMS 40자 이내 제한이 젤 답답한데
    하이꾸를 배우든지 무슨 수를 써야할까 봅니다.

    파워핸드님
    저도 비겁하게 도망가기보다 당당한 퇴장을 하고 싶습니다만
    간다고하면 괜히 분위기 가라앉히고 대게는 쉬이 보내주시도 않습니다.
    술 못하는 사람이 대리운전같은 갸륵한 서비스할 것도 아니면서 술자리 오래 버티고 있는 건 실례라던데요.
    술자리 초반부는 그래도 흥겹고 재미있어 있을만한데 흥이 무르익을수록 사람들이 고장나는 것같아요.
    어째 같은 얘기 또하고 또하고 괜히 화도 내고......감당이 안되는 경우가 많아요.
  • 파워핸드 04.21 18:15
    제 얘기 같군요...
    그래도 전 간다고 하면 잘 보내 주는데...
    말 없이 가는 사람은 미워요
    술 먹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죠...
    농담 삼아 한 소리 입니다. 이해해 주세요.
  • 최혜랑 04.21 22:03
    술은 제일 많이 마시고 술값 계산하기 전 말없이 내빼는 얌체보다는
    저처럼 사이다 한 병이랑 안주만 축내다가 그래도 1/n은 내고 도망가는 절 덜 미워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도 농으로 한 소리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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