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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가족

아이가 달랑 하나 밖에 없어서인지 아직도 가족하면 단촐한 우리가족보다
옛날 명절 때 북적대던 외가집이나 동생들이랑 지지고 볶고 싸왔던 친정집부터 생각난다.
가족은 어려울 때 울타리가 되어주고 피곤한 등 기댈 언덕이 되기도 해서
살다가 힘든 일을 겪을 때도 내가 세상에 혼자가 아니라는 든든함을 주기도 하지만
사랑한다는 사람들끼리 죽자고 싸우고 미운 정이 복받칠 때는
끔찍하고 지긋지긋해 머릴 흔들고 내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란 한탄을 하기도 한다.
그런데 가족은 다 떨쳐버리고 싶어 달아났다가도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존재다.
테니스클럽을 흔히 "우리 XX가족"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가족과 달리 입탈회가 자유스럽긴 하지만 클럽과 가족은 흡사한 면이 많아 보인다.
같은 유전자 풀을 나누듯 테니스 사랑으로 만나긴 한 사람들이지만
생김새가 다 다르고 성격도 판이하다.
회원 중에는 부모님처럼 희생이나 봉사를 도맡는 사람이 있기도 하고
뺀질거리고 자기밖에 모르는 동생처럼 이기적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때로는 사소한 일로 나뉘고 반목하며 싸우기도 하고
말처럼 칼로 물 베기하듯 좋기만 했던 옛날로 흔적없이 되돌릴 수는 없겠지만  
외부적 상황을 만나면 다시 똘똘 뭉쳐 하나가 되어야 한다.
한해 한해 눈치우고나서 떡볶이 순대 안주삼아 술잔 기울이고  
회장 총무 돌아가며 맡으면서 사람 살아가는 이치의 달고 쓴 맛 대신 보고
....
가족의 비난을 뒤로하고 유사가족의 부름을 받고 눈치우러 코트에 왔다 계속 오는 눈때문에 발목 잡힌
나홀로테니스족이 코트에 있는 컴퓨터에 몇 자 적어보았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담대하라 12.27 21:43
    혜랑님 오늘 눈치우러 나가셨군요 ... 어깨도 안좋으신데 >.<
    코트에 컴퓨터가 있어서 그 짬을 내서 컴터앞에 앉으신 혜랑님을 생각해봅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최혜랑 12.27 22:58
    담대하라님
    송년모임에서 뵙게 되어 반가웠습니다. 구력에 비해 너무 잘치시던데요.

    해마다 눈이 오면, 눈 치우느라 수고해주신 회원들의 노고를 치하하고, 바쁜 일로 못나온 회원들의 죄의식을 자극하고, 제설작업에 무관심했던 다른 회원들의 관심과 협조를 제고하기 위해 클럽 카페에 눈 치운 회원들의 명단을 꼬박꼬박 올리고 있습니다.
    작년이었는지 재작년이었는지 눈이 유난히 자주 오던 해에 회장님이 제가 한번도 안빠지고 제설작업을 하면 제가 원하는 사람 하나 회원가입시켜주겠노라는 약속을 하는 바람에(코트 대비 회원이 너무 많다는 내부적 불만이 있어 당분간 초보는 받지 않기로 했기에) 눈만 오면 열일 제끼고 코트에 가서 눈이랑 원수진 사람처럼 눈을 치워댔지요. 불특정한 한 명의 초보 가입시켜보려고 ㅠㅠ

    오늘 그간의 피로로해서(실은 누워서 책 좀 보다가 스스르) 모처럼 낮잠을 자고 있는데 잠결에 언니 눈 오는데 왜 여직 안나오냐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너까래로 미는 동작은 제가 통증을 느끼는 어깨부위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지라
    눈치울 땐 다들 제 부상을 걱정해주시다가도 막상 코트에 쌓인 눈 다시 밀고 저녁무렵 흩날리던 눈도 잠잠해지자
    한 게임 하자고 툭툭 치시는 거에요. 살짝 제 어깰 잊으시더군요.
    저도 잠깐 잊고 따라 들어갈 뻔 ㅋㅋ

    눈도장 찍었던 회원들 이름 뒤죽박죽 되기 전에 카페 게시판에 올리느라 컴퓨터에 앉았다가 사이드로 새서 횡설수설해보았죠.
  • 담대하라 12.30 00:56
    ㅎㅎ 어느새부터인가 구력에 비해 잘친다는 칭찬은 그냥 감사하며 웃어 넘겨버리게 되었습니다. 아직 멀었다는 생각만 들고요 ^^
    추워지고 눈이오면 게을러지기 마련인데.. 저도 레슨을 계속하고자 하는 이유 일번은 .. 코치님의 고정적인 수입? ㅎ 여기서 공감을 하고 말았네요 ^^
    눈치우기를 쉬지않으시는 그 열정은 저도 따라가려면 멀었다고 생각합니다. 배워야겠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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