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얻는 것과 잃는 것

지난번 동물병원 쇼윈도우 앞에 서서 한참 강아지들 노는 것을 보고 있자니
원장님이 한마리 데리고 나와서 가슴에 안고 쓰다듬어 준 적이 있었다.
바들바들 떠는 녀석을 품자마자 내겐 과거의 기억들이 전율처럼 스쳐지나갔다.

어렸을 적 산책할 때면 제 목이 조이는 것도 아랑곳않고 앞으로 앞으로 내닫기만하던 녀석도 있었고,
외화에 나오는 믿음짐한 세파드랑 똑닮았는데 TV의 주인공 개처럼 똑똑하지는 않았는지
아님 루돌프 꽃사슴처럼 코가 밝지 않아서? 또는 나처럼 식탐이 무지무지 많았는지 모르겠지만
몹쓸 도둑아저씨가 던져준 독이 든 고기를 먹고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끔찍한 죽음을 맞은 녀석,
사람이나 걸리는 줄 알았던 병에 걸렸다고 해서
내가 학교 간 사이 엄마가 병원 데리고 가 안락사를 시켜 잠깐 식음을 전폐케 했던 녀석도 있었고,
자기 아들과 새*끼를 여러차례 낳아서 어른들로부터 개니까....하는 소릴 들었던 녀석이
젖 떼기 전부터 강아지를 뺏기게되면 톰아저씨의 통나무집을 읽던 난 불의에 항거하려다 야단맞기도
......

외동이인 아들이 강아지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별별 이유를 다 대며 안사주었는데
애 하나 더 키운다 생각해야 할 정도로 손이 많이 간다해서 게으른 나로선 벅차겠다 스스로 체념했고
(옛날엔 다들 일곱여덟 남매 키웠지만 요즘은 하나둘 키우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처럼
.....과거와 현재 강아지 키우는 일도 이와 마찬가지가 되었다는 이유로)
매달 강아지 앞으로 들어가는 돈도 만만찮다고해서 빠듯한 살림에 경제적 부담이라 판단한 것도 있지만
길을 걷다가도 쬐끄만 강아지가 멀리서 오는 걸 보면 바로 길을 건널 정도로
개공포증이 심한 남편이 아이와 나에게 강아지를 못사준 최대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남편이 개과천선을 해서 강아지를 사랑하는 사람 모임에 가입한 들(그럴리도 없겠지만)
테니스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로선
종일토록 나홀로 집을 지킬 강아지의 외롭고 애처로운 시선을 이겨낼 자신도
그렇다고 테니스를 줄이고 집에서 조신하게 강아지랑 놀아줄 자신도 없기에
모질게 맘 먹고 안고 있던 강아지를 원장님께 돌려드리고 총총이 돌아서 오면서

테니스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도 있고 눌러야 하는 감정도 있다는 걸 새삼 깨달으며
질투많은 이 운동에서 언제나 놓여날까 싶었다.

거실에는 앙상한 가지에 불면 날아갈 듯한 마른 잎이 몇 붙어있는 화분이 있다.
저것 좀 치우라는 남편 잔소리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냥 내버려 두고 있는 이유는
내다버리기에는 화분이 아까와서이기도 하지만 강아지든 악기, 화구, ..... 등
非테니스 상품을  충동구매하는 것을 경계하는 상징물로 보존하려함이리라.

여러분은 테니스 때문에 어떤 희생을 감내하고 계시는지요?
설마/당근
배우자와 자녀 가족이? 직장이나 직업 또는 업무 외 인간관계? 다른 취미활동? 옛 친구? 재텍? 노후대책?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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