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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나도 이사람과

잘치는 사람과 공을 쳐보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다 있을 테지만
그런 절절한 욕구를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도 있고
속으로 꼭꼭 밀어넣어 잘 숨겨놓는 사람이 있을 뿐이리라.

공 잘치는 사람을 친한 친구나 친척 특히 배우자로 둔 경우는
운동신경 타고난 것에 버금가는 엄청난 특혜와 특권을 가진 셈이다.
잘치는 아줌마 뒤엔 거반 잘치는 아저씨가 있게 마련이라(그 역도 가능한 일)
내 치명적인 약점이 갑자기 포르르 뜨는 백로브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지는 것만 아니라
남편이 공을 안친다는 것이 더 크지 싶다.

남편들에게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상대와 결혼할 런지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대부분의 남편은 자기 부인과 하겠다는 답변을 해서 결혼만족도 내지 배우자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는 반면
같은 그룹의 부인들에게 물어보면 자기 남편과 다시 결혼하겠다고 응답하는 율이 현저히 낮다고 한다.
아마도 이는 개인적 결혼만족 여부의 차이보다
결혼이란 사회적 제도가 남자보다 여자에게 불공평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반증이리라.

말끝마다 그 놈의 테니스하면서 날 테니스적으로다가 구박하는 남편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면
착한 남편 만나 그나마 안쫓겨나고 호사를 누리고 있는 줄 알라며 배부른 소리 작작하라는 면박을 듣지만
가끔씩 젊고 팔팔했을 때 테니스를 알았으면 지금쯤 저것들 다 죽었을텐데하는 회한이 밀려올 때마다
자기는 신나게 공치면서 나보고는 운동신경없다고 코트에 얼씬도 못하게 했던 남편이 새록새록 미워진다.

그럴 때면 내 다음 생에는 페더러만큼 공 잘치는 사람을 만나 떵떵거리며 살리라 곱씹어보지만,
공잘치는 배우자를 둔 주변 사람들의 면모를 찬찬히 살피면서 저울질을 해보니,

공에 미쳐 허구헌 날 코트에서 사는 것도 모자라,
자기가 선수될 것도 아닌데 당분간 레슨을 아침 저녁으로 받아야겠다면서
아이 학원 한두군데 줄이라고 염장을 지르지를 않나,
전국구라면서 조선 팔도에서하는 시합이란 시합 죄다 쫓아다니는 것도 부족해서
나이 마흔 넘으면 철이 좀 들 줄 알았더니
이젠 주말이면 지도자부, 장년부, 청년부 세군데를 뛰면서 코피를 쏟더니 보약 타령을 하질 않나,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며 늘 뭔일로 분주하기만한데
집구석 돌아가는 것에는 아예 무심이고 가족관계 황폐해지는 건 아랑곳하질 않고,
직장에서도 틈만 나면 공 생각에 빠질테니 상사 눈에 곱게 보일리 만무고,
.......

난 아무래도 설문에 응한 다른 여자조사자들과는 달리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겠다고 답변할 것같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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