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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밥상

연일 삶는 듯한 더위에
피서는 테니스 해변가에서 보내는 때,
아이들과 맛난거 먹는다고 외식을 하게 되었는데.

전에 몇번 간 적 있는 집 근처 식당인데
그사이 메뉴를 바꾸어 쌈밥집으로 탈 바꿈을 했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지 않아도 될 단순한 메뉴목록.
돼지 불백과 소 불백 만이 차림표의 전부.

정오가 조금 안된 시간인데
벌써 예약석이 몇 군데고
이미 식사를  시작한 사람들도 여럿 보인다.

깔끔한 단체 유니폼으로 멋을 낸 서빙하시는 분들의 얼굴이 밝다.

시원한 얼음물 한컵 들이키고 나니
기본 상차림으로 밑반찬들이 나오는데.

와,내가 아주 좋아하는 살얼음 동동 떠다니는 동치미가 입맛을 당기게 한다.

시골에서나 봄직한
된장으로 양념한 고추잎나물이
부추를 넣어 버무린 배추김치
우뭇가사리와 초청 빛깔 돋보이는 감자조림이
그리고 커다란 접시 가득 담긴 이름모를 수많은 쌈 야채.

그어떤 조미료도 섞지 않고
순수 양념만으로  맛을 낸
이곳 주방장의 손길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쌈장을 넣어 익숙한 상추와 치커리를 먹어보니
더위에 지쳐 푹 절인 배추같던 몸이
갑자기 기운이 도는 느낌이다.

이번에는 구수한 된장찌개를 한술 뜬다.
아, 그 구수함이 입안 가득 느껴지면서

스매시가 안되서
테니스공이 한없이 작게만 보였는데

찌개속 된장들이  그 볼 처럼 느껴지면서
이제는 농촌의 정기를 듬뿍 받았으니 기운차려
스매시도 겁낼 거 없다.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이 힘으로
모든볼을 다 받아 내리라...

갑자기,제더님의 후기글이 떠오른다.
입이 작은 탓에 먹는 속도가 유난히 느리다.

울유비님은 급한 성격땜시
뭐든 식혀야 하고
심지어 저녁먹기 한시간 전에 전화를 해서
본인의 밥을 식히게 한다.

급한 성격의 유비님은 라인 안에서는 양반이다
더 급한 성격의 나는 라인 안에 서면 중전마마다

울 두사람 다 귀족 출신이여서 그런게 아니고
발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테니스에서 가장 중요한게 발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늘 바쁜 일상을 사는 농촌분들을 생각한다.

이른 새벽부터 땀 흘리며
강렬한 태양 아래서 늘 수고하는 다부진 손길.

그 손길들이 머물렀다 찾아든 우리네 밥상.

아,오늘따라 내가 시골이 고향이였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풍요로운 대지 가득 넘쳐나는 채소들.
그위로 자연이 내려주는 오묘한 영양분으로

밤에는 이슬이
낮에는 태양이
한잎 한잎 에 자연을 담아

찌들고 메말라 가는 우리의 몸을
자연의 힘으로 정화 시켜 가는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Comment '2'
  • 권기욱 08.05 21:27
    쌈밥과 된장찌게

    상추에 밥과 쌈장을 올려서 한입에 쏘~옥 넣어
    아삭아삭 씹히는 상추와
    부드럽게 입 안을 감싸는 밥이
    쌈장이 그 둘을 녹이는 절묘한 조화...

    그 조화들이 채 끝나기전에
    뚝배기에 담긴 뜨거운 된장찌게를
    두부와 함께 떠서 먹으면
    비로소 쌈밥의 완성판이 될지어니..

    크아~~
    군침이 넘쳐서 입가를 적시는구나....
  • 마이클 킴 08.05 22:53
    테사랑님의 글을 읽으니 갑자기 상추쌈을 먹고 싶네요.
    제가 상추쌈을 정말 좋아합니다. 특히 상추는 수면제 역할을 해주기때문에,
    저같이 신경이 예민한 사람들에게 수면제 대용으로는 제격이죠. ㅎㅎㅎ
    밥은 천천히 먹는게 좋습니다. 혹여 저하고 같이 식사하더라도
    절대로 빨리 드시지 마세요. ㅋㅋㅋ
    동치미도 좋아하시나요? 동치미에 찐고구마 먹으면 따봉인데....
    아흐~~~ 먹고 싶어 미치겠네요. ㅎㅎㅎ 이번주 일요일엔 고구마 먹을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