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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이 코트

무거운 롤러를 굴려 땅을 다지는 롤링은 무척 힘든 일이라 비온 후가 아니면 대체로 생략하고
코트 양끝을 브러쉬 끌고 왔다갔다하면 고운 흙이 골고루 빗질로 다듬어진 평평한 면이 만들어지는데
여기에 라인기로 반듯하게 선을 그어 마무리하고 나면
종종 여자들이 화장하는 일에 비유되곤하는 코트정리가 끝난다.

이같은 코트정리는 때로는 내기 게임에서 지고나면 벌칙으로 강제되는 고역이기도 하고,
매일매일 코트관리하는 사람 입장에 보면 번잡하고 반복되는 고된 노역일 수도 있겠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하고 나면 禪(zen) 수행처럼 몸과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이
더불어 공치는 이들에게 뭔가 작은 기여를 한 것같은 뿌듯함을 주기도 한다.

잘 정리된 클레이 코트는 새신랑처럼 말쑥하다.  
방금 딴 폭신한 새 공으로 이 새 코트 밟으며 공을 치게되면
기분이 더없이 상쾌해지고 실력까지 덩당아 업되는 것같고 어깨까지 절로 으쓱해지는
공 쳐본 사람만이 아는 그런 붕 뜬 느낌이 든다.

그렇지만 물빠짐이 잘되게하려면 그리고 전위가 서는 발리 자리나 후위의 베이스 라인 근처에 움푹 꺼진 부분을 평평하게 만들려면 목돈이 들고 한달 정도는 코트사용이 불가한 복토공사를 몇 년에 한번씩은 해줘야 하고,
공자국이 남기 때문에 인아웃 시비 가리느라 번번이 회원들간에 자주 땅보고 줄보고 옥신각신하느라 언성을 높이고,
새하얗게 빨아 신은 양말과 거금들여 새로 산 신발이 흙먼지에 금방 지저분해지는게 원망스럽고,
비나 눈 오면 코트 정리에 애로가 많을 뿐 아니라 날씨 때문에 매일 공치고 싶은 회원들의 마음을 안타깝게도 한다.
적당한 탄성과 자연스런 미끄러짐 그리고 폭신한 감촉을 주는 흙은
불규칙바운드도 종종 생기고 바운드 후에 느려지는 코트 표면의 특성상 지루한 랠리로 이어져서 공격적인 젊은 층이나 엘리트선수들은 싫어라하고
관절건강을 염려하는 나이든 동호인들이나 백개든 천개든 일단 넘기고보는 집요한 게임스타일을 가진 dirt rats같은 선수들이나 선호하지만,
웬지 흙냄새 맡고 흙밟는다는 것이 인간의 땅과 얽힌 원초적인 본성을 자극하는 것같기도 하고
기독교적으로다가 생각해도 조물주 하느님이 인간을 만든 원재료가 흙이었다니....

어느 시합 취재하러 갔다가 클레이코트 찾느라 애를 먹었다는 남의 나라 기사처럼
(기사 내용의 대부분은 펜실베니아주 전체에 클레이코트가 있었는지를 놓고 장광설을 늘어)  
우리나라에서도 관리문제 때문에 클레이코트는 점점 더 인조잔디나 하드코트로 대체되고 있다고 한다.
테니스가 사양스포츠라는 탄식 속에서 클레이 코트는 이보다 좀 더 앞선 슬픈 운명을 타고난 것같다는 생각에서인지
클레이코트에 대해서는 늘 애증이 교차하는 이중적 마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늘 아침은 비도 안왔는데 슬픔 쪽으로 기울어 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윈윈 05.0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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