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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사람

어떤 사람을 두고 XXX가 있니없니를 다투다보면
이를 가르는 신성한 기준으로 단연 그 사람의 인사성이 첫손에 꼽힌는다는 사실이 무척 흥미롭다.

그것과 연관해서 여행에서 만난 어떤 분의 인사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자긴 한두번 본 사람은 거의 못알아보는데 전에 공 못칠 때는 별 말이 없다가
우승하고 공 잘치고나서부터 여기저기서 자기가 그일로 엄청 욕을 먹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설령 다른 장소에서 자기가 못알아보더라도 섭섭해하지말고 먼저 아는 척을 해달라는 부탁으로
소개를 마무리하는데
옆에 앉아 있던 난 그럼 기억에 확실히 남게 따귀라도 올려드릴까요하며 농을 했다.
다시 생각하니 본인은 심각한데 농담으로 가볍게 치부한게 내내 미안했다.

최근 어떤 연애인이 자신이 안면실인증(Prosopagnosia 또는 faceblindness)이라고 밝혔다는데
이들의 주장이 섣부른 자기진단이나 과장이 아니라면 의학적으로 인정된 정당한 병명이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도 한번 본 얼굴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귀신같이 기억하는 신통방통한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 반대 극에 선 사회적으로 불우한 사람도 있고  그 스펙트럼의 어중간한 위치에 우리 대부분의 범인은 속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코트에서 인사성없는 걸로 비난 받거나, 잘난 척하는 걸로 악명 높은 사람들 중
인간관계에 치명적인 위의 의학적 병명이나 불행한 증상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그들은 얼마나 억울할까하는 생각을 해봤다.

벌써 테니스판에서 여덟 성상이 넘다보니 이런사람 저런사람 참 많이 만나 겪을만큼 겪었단 생각이 든다.
거 사람 참 싹싹하단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도 있고 갈수록 진국이라 점점 마음이 기우는 이도 있다.
먼저 인사해도 받는 둥 마는 둥하는 사람을 대해도
전처럼 날 무시하나 싶어 불쾌하지도 않고 지가 잘났으면 뭐가 그리 잘났냐면서 속끓이지도 않게 되어
다만 그 사람 성정이 그러려니 아니면 목이 불편해 깁스를 했나하고 허허롭게 지나치게 되었다.

문득 하룻강아지인 내가 이러니 코트에서 수십년동안 인간군상을 겪은 분들의 감회는 어떨까싶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