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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맞닿은 즈음에

평소 일기예보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 있으면서도
동호인들이 아침에 눈 뜨자마자 일기예보부터 궁금해 하는 이유는
비가 올 지 또는 비가 그치고 해가 나서 땅이 얼추 말라가는데 더는 비소식이 없을 지
결국 코트 사용이 가능한지 그래서 모처럼 주말에 운동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다.
(날씨오보가 있는 주말이면 기상청 직원들 들으면 간담이 서늘할 욕지거리가
서슴없이 동호인들의 입에서 튀어나온다.)

그런데 비 오는 날도 드물고 덥지도 춥지도 않아 운동하기 더없이 좋은 계절인 이맘 때지만
지인들의 아들 딸들 시집장가가겠다하니 차려입고 결혼식장도 찾아야하고
환절기에는 지인들의 부모님들 중 유명을 달리하시는 분도 부쩍 늘어 밤늦기 전에 문상도 가야되고
교회나 절에서도 이 좋은 계절에 야외로 한번 나가자거나
오래 전에 돌아가신 조상님들도 가만 안계시고 친척들과 함께 당신 산소에 벌초하러오라 성화시고
게다가 언제 어떻게 감염될 지도 모를 신종플루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마스크 쓰고 손 씻어야 하는데
닦아도 닦아도 금새 뿌옇게 김이 서리는 안경알 때문에 안경쓴 사람 마스크 쓰는 일은 가히 MI(Mission: Impossible)인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하루에도 몇 번씩 손을 자주 씻는 행위는 강박신경증세라더니
오히려 對/抗신종플루 차원에서 이 병적인 증세의 미덕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니!

구시월 달력의 주말이면 전국대회, 단체전, 교류전 등 각종 클럽행사 일정들이 집중적으로 잡혀있는데
아슬아슬 곡예하듯이라도 피해있으면 다행이지만
서로 겹쳐 있거나 위에 언급한 개인적 사유가 비키지 않고 딱 버티고 있으면
누구한테 No를 하는 것이 중첩된 의무와 관련된 사람들한테 거절하는 것보다
덜 미안할지 그 경중을 따지고....

절기가 바뀌는 것도 잊고 살다 서브 넣으려고 토스할 때 우러러 보게 된 지난 주의 하늘은 높고 푸르렀다.
공을 가을하늘 높이 띄워 올리고 나서 마치 푸른 바다에 노란공을 풍덩 빠뜨린듯한 착각을 하게 되어
구름 한점 없이 푸른색 일색이거나 몽실몽실한 흰구름이 드문드문 드리워 있어 더 고운 하늘빛을 살피느라 서브동작을 계속하는 대신 몇번이고 미안합니다하면서 내려오는 공을 왼손으로 되받아 잡았다.

이제 다 나으셨나요?하고 묻는 질문에 코트로 귀환해 이주동안 거의 매일매일 공을 쳤더니
부상당한 부위 한두군데만 도두라지게 아픈 게 아니라 온 몸 구석구석 골고루 다 쑤시고 결리고 땡기니
이제 다 나은 것같다는 답을 했다.
주변분들이 미련하기 그지없는 아줌마에게 쓴소리했던 걸 눈치 못채고 철녀란 소리를 들으며
그게 내 열정에 대한 찬사나 테니스에 대한 헌신을 칭찬하는 말인 줄 알고
365일에서 며칠 빠지게 공을 쳤었으니 참....
옛일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문득 오래 전 아침마다 수영하러 갈지말지 고민하다
건강을 위해 보약이다 생각하고 억지로 주섬주섬 챙겨 집을 나섰던 때처럼
어느날 테니스도 수영처럼 그날그날 코트에 갈까말까를 고민하게 되는 건 아닌가 싶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