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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기부출신이세요?

아마 학교 다닐 때 미팅을 충분히 못했던 탓이리라.
아니면 첫대면하고 있는 낯선 사람과 어색한 침묵이 흐르는 걸 못참아서인지
난타라도 치자고 해서 한동안 묵묵히 공을 통해 교감을 하다가
네트 앞에 쪼르륵 정렬해있는 공들을 주워들고 맞발리 제안을 해본다.
베이스 라인에서라면 소리소리 지르며 고성을 주고받아야 하겠지만
네트 앞에 서면 톤을 낮춰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면서 좌우로 빠지는 공만 신경쓰면 된다.
먼저 또라이 아줌마인 나를 진솔하게 드러내 보이다보면
내 솔직함에 정서적으로 무장해제된 상대가 자신의 살아 온 생도 조금씩 풀어낸다.
짧은 시간동안 개인정보 유출이 너무 심했다는 후회가 들었는지
첨 보는 아줌마한테 할 말 못할 말 다 한 것같아 씁쓸했는지
갑자기 "혹시 안기부 출신이세요?"하고 묻는다.
나로서는 테니스적으로다가 건전한 호기심에서 던진 질문이었는데....
꼬치꼬치 캐물어서 미안하다하고 땀나게 좀 더 공을 친다.

코트를 찾는 분들은 대게 회원가입에 관심이 있는데
이런 분들에게 과천에 거주하고 계시는지(市코트라서 중요함)
나이랑 가족관계, 직장, 구력이나 성격 등이 기존 회원들과 융화하기는 쉬울 지
임원을 맡아서인지 소위 신입사원 면접하듯
신입회원후보들의 간을 보는 작업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코트에 두어번 와 벌써 술자리에서 회원들과 호형호제하게 된 변죽이 좋은 사람도 있지만
새사람 사귀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은 구석에서 말도 없고 잘 웃지도 않고 있어서
화났나 뭔가 서운한가 자주 안색을 살피게 할 정도인데
어느 회든 모두 외향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회원들만 있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묵묵히 자기 몫을 해내는 내성적이고 차분한 사람들이 섞여 있어야 회가 제대로 돌아갈 것이다.
2080의 의미도 이런 데 있지 않을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야무진 12.23 04:20
    답글은 못 달 지만 항상 존경 하는 맘 으로 글 보고 있습니다
    감사히 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