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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잡이가 포잡이를 만났을 때

내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던 후배가 언제부터인지 나랑 파트너를 안하려는 눈치를 보였다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다.

1)
그는,
나와 파트너를 하는 것도 좋지만 공 배우고 싶은 욕심에 상대편에 서서 내 공을 받아보기를  더 좋아한다.
나는,
자기 공에 대한 확신과 자신감, 자기애가 충만해서
코트에서 생기는 모든 일을 장미빛으로 보고
긍정적, 자기중심적으로 받아들이는 시기일 것이다.

2)
그는,
평소에 내게 보인 호감은 내 공이 자기 공보다 나았을 때 한하는 것으로
이미 나를 실력에서 추월했기 때문에 호감의 유효기간이 만료된 후라....
나는,
부상이나 실력향상 정체기에 접어들어
소위 슬럼프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고
괜시리 사람들이 날 무시한다는 자격지심에 시달리고 있는데다
이 달면 삼키고 쓰면 당장 뱉어버리는 이 살벌쌀쌀한 인간들 속에서
공을 계속쳐야하나하는 회의가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나는,
자신만 모르고 있지 파트너 에러낼 때마다 갉아대는 잔소리꾼으로,
스코어 몰릴 때 진지함을 넘어서 엄청 굳은 표정으로 변해
옆에 서기가 두렵고 싫은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다.

3)
그는,
처음부터 날 싫어했는데 내게는 단지 가식적으로 대하는 걸 무딘 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아마 뒤늦게 솔직해졌는지....
나는,
모든 걸 초탈한듯 매사 그러려니 목을 움추리고 마음을 걸어 잠그고 공만 친다.

그런데 단지 패어링을 거부한 이유가 둘 다 포잡이라
자신이 백잡이하기는 버겁고 어색해서 호흡이 안맞는다는 단순한 이유일 수도 있으니.....
휴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하트 01.24 20:51
    갑자기 이 글을 보니 전에 잘 치는 후배와 같이 파트너 하는 걸 피했던 경험이 생각나네요.
    단지 그 친구가 싫어서라기보다는 너무 의존하다보면 제 실력이 늘지 않을 듯 해서였는데 오해를 했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걱정이 됩니다.
    테니스장에서 하는 말이나 행동 중에서 무심코 행한 것이 남에게는 다른 의미로 변신해서 심하게-못 박는- 일이 되기도 하겠지요. 하지만 그보다는 너무 조심하여서 솔직하지 못한다면 그것도 손해가 많을 듯 하군요.

    단지 테니스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용서가 될지?
  • 최혜랑 01.25 05:07
    제가 호기심이 많고 특정한 때/상황/사안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예민하기도 하지만
    성격적으로 무덤덤하고 무신경하고 무관심하고 ......무기억(??? 잘 잊어버려요!)한 면이 있어서
    그나마 이 바닥에서 아직껏 살아남아있는지도 모릅니다.

    와신상담이란 옛말이 왜 생겼을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일부러 신체적 불편과 고통을 주어 자신을 극한상황으로 내몰아놓음으로해서
    예전에 있었던 안좋은 일을 자주자주 떠올리도록한 다음
    복수(너무 거창?)를 위해 절치부심 칼을 갈고 말을 달리고(시대착오적?) 하게 하려는....
    즉 저처럼 자꾸 깜빡깜빡 잊는 버릇이 있어서 복수를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는 사람들을 채근하게 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하트님!
    산을 사랑하는 사람도 산 때문에 사람 때문에 많이 싸우더니,
    테니스를 사랑하는 사람들도 이런 이유로 더 자주 싸우고
    결국 서로를 용서 못하고 등지는 일도 많이 보게 되었어요.
    심지어 술자리에서 시비 끝에 옆사람을 물었다는.....(이런 경우에도 광견병 주사 맞아야하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