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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성과 도피성

대공황이 미국 영화에 있어 황금기였다고 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어 다들 삶에 지쳐 있을 때
잠시동안이나마 값싼 오락거리로 도피할 수 있게 해주는 영화야말로
현실에 존재하는 드문 위로였고 그만큼 대중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으며
그때문에 할리웃은 꿈의 공장이라 불렸다고.

얼마전 한 클럽에서 약식상품으로 로또를 나눠줬는데
당첨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추악한 가능성과 그 해결책에 대한 얘기로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때 누군가 로또를 사는 이유는 발표까지 며칠 동안은 행복할 수 있잖아하는 말을 했다.
순간적으로 복권사는 행위가 사행심, 일확천금, 확률에 반하는 허황한 어리석음같은 부정적 평가에서  
설레임을 동반한 은밀한 행복감을 주는 일로 바뀌어 보였다.

왜 이 푹푹 찌는 더위에도 땀 비적비적 흘리며 테니스를 치는 걸까?
꽁꽁 얼어붙는 한겨울에도 언라켓 들고 언공을 치고있는 언사람이 있는 걸까?
마음은 한가득 근심에 잠겨있고 머리 속은 바쁜 일상으로 빼곡한데도
깔깔 웃으며 공을 치는 이유는 뭘까?
남들은 이런 날 진정한 테니스사랑이니 열정이라고 추어주지만
어쩐지 위선이나 중독 내지 현실도피 아닐까하는 주저스런 자기평가가 언제나처럼 기다리고 있다.

테니스를 통해 대성하기를 바라는 어린선수들에게
테니스는 실현가능해보이는 "꿈이고 미래"일테지만,
테니스를 직업으로 삼은 많은 분들에게는
고달프지만 보람도 따르는 "생활이고 현실"이겠다.
사실 테니스로 직업적으로 성공하는 일은 일주일마다 뽑는 복권당첨의 확률보다 엄청 낮다.
그런데 동호인에게 테니스는 잠깐의 행복감을 주다
발표 후 휴지조각이 되어버리는 복권같은 존재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번번이 조금씩은 나아지고 있다는 기대감과
어느날 갑자기 감이 와서 실력과 승률이 급상승하게 될 일을 꿈꾸게되면
냉정하게 주판알을 퉁겨보지 못한다.
테니스 접고나면 그동안 공들였던 기술이나 전술들이
남은 생에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빗나간 로또복권이란 걸 뼈저리게 느낄 것같다.

산에서 멀리 발아래 테니스 코트를 내려다 본 적이 있었는데
가끔은 코트를 떠나 라켓을 내려놓고 일정거리를 둠으로써
몸도 마음도 쉬어주고 이 질긴 중독의 사슬에서 헤어나 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테니스를 로또로 생각하기보다
꼬박꼬박 뭔가가 붙어 늘어나는 건전한 금융상품이기를 바란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페더러를꿈꾸며 06.25 10:10
    ..번번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기대감??
    - 테니스신용불량자가 -
  • 느림보 06.25 10:49
    님의 글에 공감합니다.
    '위선,중독,현실도피' 꼭 저의 마음을 읽고 계신듯 하네요.
    한편으로는 끝장을 보려는 집요함도 있습니다.

    제가 좀 퍼가라도 될까요? 혜랑님의 답을 기다리겠습니다.
  • 최혜랑 06.25 21:25
    어느 섬에 계신다는 느림보님께
    제가 테니스와 너무 늦은 만남을 안타까와한 나머지 하게 되는 이런저런 행동들에 대해 좀 생각하다가 쓴 글 같은데
    다시 읽으니 횡설수설 지난 밤 무슨 맘이었는지 원....
    테니스에 대한 주변적 얘기들을 지속적으로 중언부언하는 걸로 구설수에도 올랐고,
    저의 조급함이 남들 보기에는 열정으로 보여지는 듯 해서 부끄러웠고
    재능없음을 노력과 열심으로 버텨보려는 안깐힘이 때론 측은해보인다고도 하고.
    공감하신다는 답글을 읽으면 어느 낯선 코트에도 저랑 비슷한 정도로 미친(?)분이 계신 것같아
    저 혼자 또라이는 아니라는 안도로 마음이 조금은 놓입니다.
    저희 아이는 공부 다했노라고 컴퓨터 게임합니다만
    테니스로 끝장 본다는 건 공부에 끝이 없는 것처럼이나.....
    클럽의 누구만큼은 치고 싶다거나, 누구보다 더 잘치고 싶다거나,
    누구랑 치게 되더라도 민폐라는 무거운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지 않을 정도로만
    뭐 이런 생각으로 레슨도 받고 시합도 다닙니다만
    어떤 땐 페더러 서브를 한번 받아보는 가슴뛰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 황매니아 06.26 15:41
    혹시 제가 로또 (잘 사지는 않지만)복권 에 당첨되면 언니하고 윔블던이나 롤랑가로스에 가면 재미있을것같네요, 윔블던 헨만 힐에 앉아서 페더러는 어떻고 힝기스는 어떻고 에넹은 어떻고,, 서울처럼 너무 좁은 코트에서 생각많은 언니가 견디기 힘들때도 있을거예요, 그래도 아직(이순간까지도) 무언가에 미쳐있을수 있다는건
    언니가 그만큼 순수하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한답니다.
    마음을 비웠다기 보다는 현실과 타협하면 조금은 편안해 지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언니는 아직까지 오염안된 청정 지역에 사시는것 같아요, 힘내세요, 혹시 페더러가 한게임 하자고 할 날이
    올지도 모르잖아요, 열심히,, 화이팅!
  • 한계령 07.12 03:01
    제 남편은 저의 테니스를 일러 가정파괴범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저의 중독이 심각하단 얘기겠지요.
    수험생 딸과 늦둥이 아들 팽개쳐 두고
    퇴근하면 얼른 가방만 바꾸어 메고 다시 출근을 하니...
    집안꼴이 엉망일 수 밖에...
    남편 말에 공감하나 ...
    전테니스의 좋은 점을 찾아 스스로를 합리화시키고 있습니다.
    좀 공허합니다만 엄마가 즐거워야 아이들도 행복하고
    이건 진짜 중요한 건데 즐겁게 운동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강비결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아름다운 중독도 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