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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도 사람 어우러 사는 곳이라

한참 손아래인 회원에게도 꼬박꼬박 존대를 하면서 말 놓기 어려워하는 내 어투때문에
다가가기 어렵다면서 투덜거리는 소릴 자주 듣는다.
언제부턴지 아마 머리크면서부터?
남들은 쉽게 하는 자연스럽게 반말하는 그게 나로선 참 어렵다.
그런데 어제밤엔 정말 실컷 "야자"를 했다.
년초에 옛날 서클모임이 있는데 20대초반을 함께 했던 이들과 같이 늙어가는 모습을
일년에 한번씩 업데이트하는 셈으로 또 학교는 많이 다녔는데 동창회하는 모임은 거의 없어
여긴 거의 안 빠지고 참석하는 편이다.
몇년전 IMF 때 짤렸거나 사업 거덜났던 후배 몇이 안나왔는데 그들을 쫀쫀하다,
어디 우리가 좋을 때만 보는 그런 사이냐며 비난하던 녀석이 올해 안나왔다.
얼마전까지 잘나간다고 TV(아마 케이블)나 신문에 자주 나왔다는데 무지 힘든가보다.
사업하는 사람은 전생에 지은 죄가 많다고하더니!
전업작가한다고 논술과외하던 일도 접었던 언니도 안나왔다.
믿던 교우한테 큰 돈 떼이고(차용증도 안받았다고)
카드 쓴 돈 갚기 급해 광고보고 돈을 빌렸는데(카드깡이 뭔말인지도 몰랐다고) 아직도 갚아나간다고.
"언니! 천당 지진아반에라도 들어가려고 그랬어?"

우리나라는 사기공화국이라 한다.
시댁어른들은 벌써 옛날에 당하셨고 친정은 지금 얽혀있다.
각종 금융사기사건에 대한 보도가 이젠 억억하는 億대가 아니라
국민경제규모에 걸맞게 兆대로 늘어 0이 몇 개 덧붙이는 것에 아무도 별 감흥이 느껴지지않나보다.
하지만 자신이나 가까운 이가 결부되어 있으면
내 고뿔과 남의 죽을 병처럼 천문학적 액수가 아니어도 잠을 설치게 된다.
교회나 성당, 사찰 같은 종교단체에서 교우들간에 돈거래를 엄격히 금하지 않는 탓에
서로 믿고 존중해야할 사람들이 불신과 무성한 소문, 추한 싸움과
쉬쉬하면서 덮어버리는 석연찮은 마무리로해서 고통받고 있다.
어디 종교활동에만 국한되랴?
학연이나 지연, 혈연의 끈끈한 연대를 바탕으로 한 사회다보니
동창 간에, 고향사람이나 이웃, 그리고 심지어 피붙이들이 속이고 속임을 당하고 한다.
그런데 테니스코트에서도 돈에 얽힌 불미스런 일이 심심치 않게 있다고.
코트에서의 인연이 돈독하다보면 작은 부탁이나 애매한 청탁을 거절하기 어렵다.
알뜰한 주부들에게 좋은 품질의 상품을 공동구매로 싸게 사는 건 반길일이지만
가끔은 불필요한 물건을 비싼 값에 강매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경우도 있다.
남의 이목을 의식한 체면치레하느라
마지못해 뭔가를 해줘야하고, 들어줘야하고, 사줘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
다단계상품, 보험, 이동통신사의 변경, 은행계좌, 신용카드개설, 화장품, 맛사지,
전화회사, 영수증, 정당가입이나 선거 때 서명.....등등
어디쯤에 분명한 선을 긋지 않으면 이로 인한 스트레스나 비용이 만만치 않다.
우리는 친할 수록 돈거래는 하지않는 것이 상책인 줄은 잘 알고 있지만
믿고 친하지않으면 사실 상 돈거래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이상한 구조 속에서 살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 냉혈한으로 비치지않도록 잘 처신할 수 있는 현명한 사람이 되는 노하우는 있으려나?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