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 승자의 조건 (유승민 case)

연말이군요.
밀린 일 정리겸 주섬주섬 컴터 파일을 챙기는데,
승기님 글이 눈에 들어오네요..
답글까지 주욱 훑고 보니 전테교님들 정말 대단하단 느낌이 듭니다.
모두 일리가 있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저도 생뚱맞은 한마디...

탁구의 유승민 얘기를 하겠습니다.
- 아직까지의 전적이나 위압감이 전성기의 김택수보다는 약하지만,
- 큼직한 정상에 우뚝 서 본 선수입니다. 기억들 하시죠 올림픽 단식 결승전...
무관의 제왕 소리를 듣던 김택수가 아쉽게 돌아서던 정상.


유승민의 백핸드는 일류 선수 치고는 약한 편이랍니다.
김택수의 백핸드는 포핸드 못지않게 강력했습니다.
포핸드라고 유승민이 우위에 있지도 않습니다.

그럼에도 김택수는
- 프리모락이라는 떼부짱같고 기술적 결함이 명백한 유럽선수에 번번이 걸렸고,
- 특화된 기술로 무장한 김택수 전용 반쪽짜리 중국선수에 채이고
- 겨우 정신 차리면 정말 정상급의 유럽과 중국선수에 시달리며
맘 편하게 속 시원한 큰 타이틀을 잡지 못했습니다.

아테네 올림픽을 앞두고
유승민의 정신적 기술적 스승인 김택수가 유승민을 지도한 방식은
- 모자라는 백핸드를 보강한 것이 아니고,
- 잘하는 포핸드에 최상의 확신을 갖게 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런면에서 페더러의 백핸드는
바로 페더러가 승자가 되기위한 중요한 조건이라고 여겨집니다.
백핸드로도 상대를 제압하겠다는 부담을 덜음으로써
정신적 전술적 피로감에서 페더러는 여유가 있어보입니다.

길게는 2-3시간까지도 가는 단식경기에서도 승리의 기회는
시간으로는 1분도 안돼는 한두번의 고비에 달려있습니다.
다른 선수는 그 고비에서 실패하면 땡인데,
페더러는 몇번의 고비가 닥쳐도 마치 첫 고비인양 수월하게 넘어가는 비결이
바로 백핸드 카리스마를 벗어버린 경제적 테니스를 치기 때문에
고비가와도 집중력의 피로감이 거의 없어 보입니다.

쉽게 말해서, Safin과 Federer의 경기는
실상 Safin과 Federers(복수)와의 경기로 보였습니다.
사핀은 매 고비마다 매번 새로운 페더러1, 페더러2, 그리고 페더러3과  싸운것이죠..

언제나 자기 뒤에는 또 다른 페더러가 있다는 안도감은,
허걱!스러운 도발적이고 창조적 샷을 치는 심리적 기반이 되었고
육체적으로도 좀더 가벼운 셔플과 리커버 스텝을 가능하게 했다 싶습니다.
질긴 수비...

백핸드, 세컨서브등을 비롯한 페더러의 빈부분 = 그의 승리의 조건!

이런면에서
완벽하더던 샘프라스도 그 나름의 승리의 조건이 있었는데,
- 볼리테르 말에 따르면 백핸드 리턴 웬수같았고,
- 샘프라스 스스로도 나는 컨트롤이 걱정되서 라켓도 안 바꿨고,
- 경기 스타일도 헛점이 있는 부분을 알면서도 단순하게 유지했다나 뭐라나...

모든 부분에서 완벽한 것으로는 귀감은 될지언정 승자의 조건은 아닌가 봅니다.
필요조건, 충분조건, 필요충분조건...뭐 그런 말이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