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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07년 7월 25일(수요일) 두 번 째 경기가 있는 날이다.
(사실은 지금 동시에 두 개의 토너먼트에 참가하고 있다. 또 다른 한 대회는 St. Andre la gaz라는 리옹 동쪽 한 시간 거리에 있는 테니스 클럽에서 주최하는 토너먼트인데, 어제 밤 첫 경기를 가졌었다. 그 이야기는 따로 하기로 하겠다.)

-경기장으로 출발
저녁 7시에 시합이다. 집에서 5시 40분에 출발하였다. 주유소에 들러 휘발유를 넣고 햄과 치즈를 넣은 바게트 샌드위치를 3.7유로에 사서 먹으면서 갔다.

오늘은 날씨가 화창하게 개었다. 공기가 청명하여 먼 산의 나무들과 집들이 손을 내밀면 닿을 듯 느껴진다. 기온은 26도 정도, 습도는 아마도 20퍼센트가 안 되는 듯, 그늘에 있으면 피부에 와 닿는 공기가 서늘하고 상쾌하다. 햇빛 아래에 나가더라도 한국의 10월의 가을 햇살 정도로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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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느 테니스 클럽
6시 반에 비엔느 테니스 클럽에 도착했다. 너 댓 군데 코트에서 시합이 진행 중이다. 여성   경기가 세 개 진행 중인데 물론 단식 3 셋 경기이다. 그들의 나이는 4,50 대로 보인다. 어쩌면 60 가까이 된 듯한 이도 있다. 강하지는 않아도 안정된 스트록을 하고 백핸드는 주로 슬라이스다. 공이 짧아지면 서슴없이 넷으로 가서 발리를 한다. 그러나 스매쉬는 약하다.

주로 이 지역, 이 클럽 소속인 듯, 클럽하우스 앞에서 간이 의자에 앉아서 관전하는 아이들이 « 엄마, 지금 몇 대 몇 이야 ? » 라고 묻는다. 그 엄마들은 미스 샷이 나오면 쑥스럽다는 듯이 관중석을 돌아다 보면 겸연쩍은 웃음을 웃는다.

-내 상대방
여성 경기가 끝나서 내 순서가 되었다. 내 상대는 1985년 이후 이 클럽에서 활동했다는 플로롱 로타 줄리아니라는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안경 쓴 아저씨다. 키는 178정도에다가 몸무게는 아마도 80킬로 정도일 듯. 그의 이름은  이탈리아 냄새가 난다. 프랑스에는 각국 이민자들이 수두룩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탈리아계가 눈에 많이 띈다. 언어나 풍습이 유사해서 잘 적응할 듯싶다.

나는 30 등급, 그는 15/4 등급으로 그가 나보다도 두 등급 위이다. 그 동안 15/5나 15/4 등급과 여러 번 상대해 보았는데 그들은 보통 기초가 잘 갖추어진 포, 백핸드를 가지고 있었다. 또 스트록과 발리, 서브, 등이 고루 갖추어져 있기도 했다. 단지 에러율이 좀 있어서 끈질기게 넘기면 그런대로 포인트를 따라 갈 수 있었다.

-워밍업과 첫 셋
워밍업을 하는데, 그의 스트록과 서브, 발리가 다 매끈하다. 기가 좀 죽었다.
토스를 해서 내가 졌는데도 그는 나에게 서브권을 주었다. 이건 무슨 의미일까 ? 그가 먼저서브를 넣기에는 워밍업이 충분히 덜 되었다고 판단한 것인가, 아니면 내 서브를 보고 공략하기 딱 알맞다고 만만하게 본 것일까 ? 하수에게는 모호한 것이 너무 많다.

경기장 바닥은 앙투카다. 붉은 색깔이 보기에 좋다. 바닥이 미장질을 한 듯 편평하게 다져져 있고 어떤 안료로 라인이 그려져 있다. 그 위에 벽돌가루가 엷게 뿌려져 있어서 가루가 몰리면 불규칙 바운드가 생기기도 했다. 경기중 라인벨트가 흙에 뭍히면, 라파엘 나달이 하듯이 나도 신발로 라인위 흙을 긁어 내어 정리를 했다. 나달의 마음을 알 듯도 했다. 숨을 고르자. 차분하게 치자. 자신감을 갖자.

내가 첫 서브를 넣었다. 루틴한 서브 전술대로 상대의 백핸드로 서브를 넣었다. 그러자 그는 대뜸 백핸드 슬라이스로 내 백핸드 쪽으로 밀고는 넷으로 나온다. 내가 로브를 했지만 그는 스매쉬로 끝낸다. 두 번째 서브도 백핸드로 넣었더니 역시 백핸드 슬라이스로 내 포핸드 쪽으로 깔리는 볼을 주고 넷으로 나와서 스매쉬로 끝을 내었다. 아이구나, 역시 고수로구나.

스매쉬가 좋으니까 패싱샷을 시도해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그 다음 포인트에서 그가 넷으로 나왔을 때 백핸드 쪽으로 슬라이스 패싱을 시도해 보았지만 그는 깔끔하게 크로스로 깔리는 결정구 발리를 한다. 그의 에러로 겨우 한 포인트를 땄지만 첫 게임은 결국 쉽게 브레이크 당했다.

이 고수에게 따끔한 맛을 보여 주어야겠다고 다짐하고 두 번째 게임에 들어갔다. 그의 서브는 다소 강한 파워와 바운드가 있어서 리턴이 쉽지는 않았는데 다행히 주로 내 포핸드 쪽으로 보내왔다. 내 리턴은 밋밋했지만 그가 제 3구를 강하게 쳐 오지는 않았다.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공격은 상대의 백핸드 쪽으로 밀고 넷으로 들어 가는 것이다. 나름 괜찮은 포핸드 역크로스를 치고 넷으로 들어 갔는데 그는 슬라이스가 제대로 먹힌 백핸드로 낮게 응수 한다. 내가 크로스로 발리를 하니 그가 코스를 미리 알고 달려들어 내 왼편으로 패싱샷을 날렸다. 패싱샷은 아주 좋아서 내 수비범위를 훨씬 벗어나지만 라인 충분히 안쪽으로 떨어진다. 역시 고수로군.

다시 한 번 그의 백핸드 쪽으로 밀고 넷으로 들어가서 그의 백핸드 쪽으로 발리를 하니 그가 슬라이스 로브로 내 키를 넘겼다. 그의 백핸드는 참으로 안정되어 있다.

그가 포핸드 공격 실수를 몇 개를 해서 게임은 듀스를 거듭했다. 이 게임을 이기기만 하면 1 대 1 이니 대등한 위치에 설 수 있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열심히 걷어 올렸다. 브레이크 포인트를 두 번이나 잡았다. 그러나 내 결정구가 없이 상대의 에러만을 기다리는 동안 브레이크 찬스는 사라지고 그의 게임 포인트에서 나의 포핸드 에러로 게임을 잃었다. 0 대 2 가 되었다.

내가 집중력을 잃기도 하였고, 넷 에서 연이어 패싱을 당해서 0 대 3 이 되었다.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공격인 발리 공격이 연이어 실패로 돌아가니 막막했다. 내 포핸드 스트록은 밋밋해서 위닝샷이 전혀 안나오고 백핸드 스토록은 더욱 평범해서 수비하기에도 불 충분하기에 말이다.

그의 게임에서 내가 30 점을 먼저 따기도 하고 브레이크 포인트를 잡기도 했지만 결국은 브레이크를 해 내지는 못하고 감질만 내다가 4 대 0 이 되었다. 이어서 내 서브에서 서브 포인트 두 개와 발리 하나, 그의 에러 하나로 게임을 따서 4 대 1 이 된 것만도 천만 다행이다. 6 대 0 은 창피한 스코어이니까.

나머지 게임도 같은 패턴으로 진행되어 갔다. 그는 슬라이스 어프로치를 치고 넷에 와서 결정력 높은 발리나 스매쉬로 끝을 내었다. 나는 연신 로브를 올렸지만 90 퍼센트는 그의 라켓에 걸렸다. 보통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 백핸드 하이 발리도 안정되게 크로스나 다운더라인으로 결정을 내었다. 내가 반격으로 넷에 나가면 그가 드라이브 패싱샷을 쳐 와서 패싱 당하거나 발리 미스를 하였다. 그래서 첫 셋은 1 대 6 으로 졌다.

-두 번째 셋
이제 이기기는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다. 단지 두 번째 셋은 좀 근접하게는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전술의 변화가 필요하겠다. 두 번째 셋도 그가 부지런히 넷으로 나올 것은 뻔 한 일이다. 그런데 내게는 패싱샷이 없다. 로브 뿐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로브가 다 차단 당했다. 그러면 ? 이제는 로브를 2미터만 더 높이 올리자.

내가 넷에 나가서는 90 퍼센트 패싱 당하거나 미스를 했다. 그러면 ? 넷으로는 절대 나가지 말자. 그의 백핸드 슬라이스는 슈퍼 안정적이다. 그러니 80 프로의 공을 포핸드 쪽으로 주자.

이 세 전술을 적용하니 포인트가 차곡차곡 쌓여 갔다. 그의 서브인 첫 게임부터 브레이크 한 것이다. 이어서 내 서브 게임도 땄다. 해 볼만 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세 번째 게임인 그의 서브게임도 브레이크 할만도 했는데 내가 다소 방심해서 전술 원칙을 위배한 플레이를 한 결과 잃었다. 넷으로 나간 것과 로브 대신에 패싱샷을 시도한 것이 잘못이었다.

코트 체인지 때 마다 초콜렛 바를 한 입 깨물어 먹고 물을 마셨다. 시장기가 들면 라켓도 들기 어려워진다. 그러기 전에 조금씩 에너지를 보충해 주어야 한다.

내 서브 게임마저 지키지 못해서 2 대 2 가 되니 내 운도 끝인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점차 내 전술이 잘 먹혀 들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포핸드 쪽으로 집중해서 보내니 뜻 밖에도 그가 불안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2,3미터씩 아웃되는 공을 치거나 넷에 걸었다. 그의 그립을 보니 이스턴과 컨티넨탈 사이였다. 그래서 그의 포핸드 쪽으로 문 볼에 가까운 드라이브 볼도 줘 보았는데 그를 흔드는 효과가 있는 듯 했다.

내가 한 게임씩 앞서 가서 4 대 4 까지 가서 6 대 4 로 이겼다. 대 성공이다. 그는 표정이나 말투에서 자신이 떨어지는 것을 드러내었다.

-세 번째 셋
지금까지의 전술을 밀고 나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어떻게 나올까 ? 아마도 더 공격적으로 넷 플레이를 하겠지. 그러면 나는 좀 더 높이 올려야지. 스트록을 좀 더 자세를 잡아서 쳐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건 해 낼 자신이 없다. 경기의 긴장감이 몸 놀림을 둔하게 만든다.

내가 3대 2로 앞서는 가운데 어두워져서 실내 코트로 옮겼다. 실내 코트는 첫 날 경기 때 익숙해 진 곳이다. 다시 3분 정도 워밍업을 하고 나서 경기를 계속했다. 한 게임 더 따서 4 대 2 가 되었다.

그가 나의 높아진 로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매쉬 에러를 연신 해대었다. 그러나 그의 스매쉬를 받아 올리려고 베이스 라인에서 좌우로 뛰다가 오른 쪽 무릎 안에 살짝 통증이 왔다. 아, 짜증나. 십자인대나 뭐 그런 거 다치면 안되는데..... 다행히 더 이상 아프지는 않았다.

5 대 2 에서 내가 서브를 하였다. 30 점을 먼저 땄으나 그의 강한 도전으로 듀스가 되었고 매치 포인트와 브레이크 포인트를 반복하다가 그의 스매쉬 실수로 게임이 끝났다.
내가 2 대 1 로 역전승 한 것이다.

-에필로그
악수를 하고 나서 그에게 마실 것을 제안했다. 같이 클럽하우스에 가서 맥주 한 잔씩을 했다. 그는 믿기지 않아 했다. « 내가 잘 한 플레이였는데....더블폴트 하나 없었고 말이야. » 하고 진행요원인 친구에게 동의를 구하였다. 그의 친구는 그의 포핸드 실수를 지적하였다.

첫 셋에서 실패의 원인은 내가 상대를 실제 이상으로 강하다고 추측하고 그 허상에 시달렸던 것이었다. 그는 강하고 나는 약하다고 나 스스로 단정하고 위축된 샷, 불충분한 샷만 친 결과 그의 플레이에 말려 들었었다.

다음 경기는 내일 저녁 7시 반이다. 상대는 다시 한 등급 높은 15/3 레벨의 선수다. 전술은 내일 생각하고 오늘은 우선 지친 팔 다리를 잘 쉬게 해 주어야겠다.

집에 돌아오니 10시 반이다. 캔 맥주로 자축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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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샤프 스트록 11.21 00:18
    흠...두가지 점에서 인상적이네요.

    첫째는 강력한 멘탈과 풍부한 전투경험에서 나오는 냉정한 자기 시선
    둘째는 테니스경기후기인데 마치 체스나 바둑의 고수 후기 같은 느낌...아마 비슷한 전략이겠죠?^^

    제 자신에게도 많은 인스피레이션을 불러 일으키는 글입니다. 감사...
  • 초보탈출 12.09 11:41
    지금 읽어도 독자로 하여금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군요. 경기장에 있는 듯 합니다. 잘 보았습니다(?)
  • ㅎㅎ 06.07 13:36
    재밌어요 ...10년전글이네요 ㅎㄷㄷ
    한국 단식겜은 하루에 예선부터결승까지 모두 치뤄야하고..예선 2겜, 본선 보통 96드로 or 64드로...큰대횐 128까지..
    3~4라운드까지 가면 보통 하루에 5셋 이상을 플레이해야하니 힘든점이 많아요..
    그리고 원셋매치다 보니 지금처럼 상대에따라 전략을 수정한다거나 유연성을 발휘하기가 힘들죠...
    짜릿한 역전도 힘들구요..(물론 5:2는 영원한 역전스코어 ㅎㅎ)
    고수를 만나면...후루룩 뭐했는지도 모르고...뭐 시도 해볼새도 없지 패배..물론 실력탓이지만...
    아침9시에 가서 두셋 예선끝나면...1시...대기시간만...몇시간인지..ㅠ
    시합나가면 직장인의 소중한 주말은 그냥 반납이죠...
    게다가 올해부턴 본선은 4게임 숏게임제도도 도입되었네요..;;; 참 재미없죠...
    참 부럽고 여유있는 테니스 문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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