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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과 투지에 관하여...

저 역시 이번 데이비스컵을 보면서 매우 안타까웠습니다.
2:3 스코어 자체만 본다면, 유럽팀과의 원정 성적으로 나쁘지 않았다고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그 스코어가 오직 백전노장 이형택 선수 혼자 고군분투한 결과일 뿐이라
우리 팀의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이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 와중에 전웅선 선수를 비롯한 차세대 주자들의 근성과 투지가 부족하다는 질책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전투개시 직전에 병사들 앞에서 로마군 사령관이 연설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들은 “물론 적들은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너희들이 근성과 투지를 가지고 임한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식으로는 결코 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대체로 이런 식이죠.
"비록 저 야만인들은 신체도 크고 수도 많지만, 우리는 기동력, 무기, 물자, 훈련상태 모두
적보다 우월하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조금만’ 분발한다면 승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 것이다.
자! 나를 따르라!!" 백전백승이라 할 정도의 로마군 신화는 이렇게 이어진 것이지요.

여기에 시오노 나나미의 창작이 얼마나 가미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철저하게 가마가제 식의 정신력으로 무장한 일본군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보여준 미국에게 철저하게 무너지는 것을 목격한 저자의
분석이 묻어나오는 구절인 듯 합니다.

어쩌면, 2002 월드컵을 준비했던 히딩크의 태도 역시 이런 것 아닐까요?
“비록 적들은 우리보다 개인기와 경험치에서 뛰어나다. 그러나 우리는 기동력, 체력, 조직력에서 그동안
철저하게 준비해 왔다. 그러므로 너희들이 ‘조금만’ 분발한다면 승리는 의심의 여지없이 우리 것이다.
자! 나를 따르라!!" 정도??

제가 보기에 전웅선은 스트록, 서비스, 풋워크, 경기운영능력 등 모든 면에서 상대보다 열세였습니다.
심지어 오렌지 색 일색인 경기장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유리한 부분은 하나도 없었지요.
이런 상황에서 투지와 근성을 요구하는 것은 어쩌면 공허한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도저히 어쩔 수 없는 벽과 같은 상황에 처해서 시합해보신 경험들이 있으실 겁니다.
해설위원 말마따나 ‘빨리 나가고 싶을’ 정도의 마음 밖에 없을 수도 있고요.
그래도 마지막 세트까지 포기하지 않고 심기일전해서 저항했던 것을 저는 오히려 칭찬하고 싶습니다.

다만, 우리가 지금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은 포스트-이형택의 준비라고 봅니다.
대테협을 비롯한 관련 정책리더들은 이형택 은퇴 이후 3~4년의 침체기를(명약관화하지요?)
어떻게 슬기롭게 선수들을 보호하면서 이겨나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고요.
지도자들은 자신이 가르친 선수들이 4년후 5년후 국제무대에서 날아다니려면
어떻게 인도해야 것인지 고민하고 공부해야 할 것이고
동호인들과 팬들은 어떤 지원이 가능할지 힘을 모야 봐야겠지요.

다행히 중, 고교 선수들 중에서 재목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거름 주고 비료주고 해서 큰 나무로 키워내는 것은 어른들의 몫이겠지요.
저는 아직도 한국 테니스의 미래는 밝다고 생각합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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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3'
  • 全 炫 仲 09.23 15:24
    정확한 분석이고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기관총과 슈류탄 대포까지 가진 적군에게 소총 한자루 달랑주고 "정신력으로 싸워 이겨라"는 말과 같다고 봅니다.

    대한민국 선수만이 가질 수 있는 특화된 무기가 없다면 백전백패죠.

    만일 그 특화된 무기를 가지거나 배울 수 있는 지도자가 한국에 없다면 외국에서 돈을 주고라하도 데려와야 하고 혹은 외국으로 나가서 배워야만 살아 남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답은 나와있습니다.

    문제는 실천 할수 있는 장기적인 풀랜이 마련 되어있지 않고 이형택 은퇴 이후에 급격한 몰락이 올거라는 것이 걱정입니다.

    오늘 한솔 오픈 중계되는 경기장을 보니..한국선수가 경기를 하는데도 정말 안습입니다..너무 썰렁하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바람도리 09.23 22:16
    어제 오후에 올림픽 공원에 다녀 왔는데요.
    메인코트 밖에 있는 2번 코트와 11번 코트에는 관중들이 제법 있었습니다.
    같은 시각에 수준 상으로도 전혀 차이 없는 경기가 동시에 벌어지는데
    무료 관람을 마다하고 굳이 만원을 들여서 메인코트에 들어갈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더군요.
    입장료 수입이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차라리 현실적으로 8강 즈음서부터 입장료를 받는다든지.
    아니면 그 이전까지는 정말 부담없는 가격으로 책정을 하든지 해서
    관중석을 채우는 쪽으로 마케팅을 하는 편이 어떨까 생각해 봤습니다.
  • 뭉치(김민철) 10.01 09:12
    저도 바람도리님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아직 테니스인구가 많지 않은 현실에 관람료까정 들여서까정 경기를 볼려고 할까요???
    아직 야구나 축구보다 엔터테이너한 면도 없는 테니스코트에 돈까지 들여가며, 긴시간 관람할 수 있는 관객은
    아마도 많지 않을 겁니다.....
    이번 키릴렌코의 경기도 입장권이 워낙에 비싸니깐, 아시다시피 TV중계화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순수한 관람객보다는
    대회관계자분들이 더 많은 듯 같았어요.....
    테니스문화확대를 위해서는 바람도리님 말씀대로 부담없는 입장료를 책정하여 무엇보다도 테니스경기를 많이
    접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나을 둣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