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힝기스 젖소보다 사람이 그리웠다(펌)

Atachment
첨부 '1'



[조선일보 김동석 기자]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가 필요했다”고, 마르티나 힝기스(26·스위스)는 복귀를 선언하며 말했다.

출근을 앞두고 헐레벌떡 서두르는 직장인이라면 뭔 배부른 소리를 하시는 건지, 부아가 치밀 만한 얘기다. 하지만 힝기스는 통산 상금액만 1800만달러(180억여원)인 갑부다. 그 입장이 돼보면 침대에서 일어날 이유가 도리어 절박할 수도 있겠다.

16세의 나이에 호주오픈 여자단식을 정복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던 소녀, 아마도 하이디 다음으로 전 세계적 유명세를 탔던 ‘알프스 소녀’ 힝기스에게 맑은 공기, 고요함, 흰눈에 덮인 장엄한 산맥의 풍경처럼 우리네가 꿈꾸는 일상탈출의 장면들은 점점 견디기 어려운 고문이 되어 갔을지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다시 치열하고 고달픈 삶의 현장으로 돌아온 게 아닐까?

힝기스는 2002년 은퇴 이후 스위스의 아름다운 도시 트루바하에서 평온한 삶을 살았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힝기스는 좋아하던 승마를 할 수 있었고 실컷 게으름에 빠지는 호사를 누렸다. 좋아하던 뮤지컬도 보고 영화 시상식에 초대도 받았다. 그녀는 여전히 유명인사였고 누구나 만나고 싶어하는 스타였다.

물론, 동네에서 심심풀이 테니스 경기도 했는데, 뜨거웠던 현역시절과의 차이로서 그녀는 “관중이 젖소 몇 마리뿐”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호주오픈에서 3차례 단식 우승컵을 들어올리고 윔블던과 프랑스오픈, US오픈에서 ‘가장 우아한 방식’으로 상대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희대의 테크니션이 젖소 앞에서 경기를 하다니! 그러나 행운의 젖소들은 풀을 뜯는데 열중할 뿐 그녀의 스트로크와 현란한 풋워크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아마도 힝기스는 젖소가 아닌 관중을, 먹이를 보채는 울음이 아닌 인간의 환호성을 그리워했음에 틀림없다. 그래서 올해 복귀한 호주오픈 여자단식에서 8강에 올랐을 때, 소울음이 아닌 환호성이 스타디움을 진동시키자 힝기스는 마침내 생각했을 것이다. “바로 이거야. 돌아오길 잘했군.”

컴백한 힝기스가 두 번째 도전장을 내민 곳이 일본 도쿄에서 열린 토레이 팬 퍼시픽 오픈이었다. 이번에도 승승장구. 전성기의 예술적이고, 예측할 수 없고, 허를 찔러대는 스트로크가 다시 작렬하기 시작했다. 4일 열린 준결승에서 자기의 전성기 때보다 더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현역 최고 선수 중 한명인 마리아 샤라포바(러시아·4위)를 2대0(6―3, 6―1)으로 일축했을 때 팬들의 놀라움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아직은 여기까지일까? 5일 결승 경기에서 힝기스는 러시아의 옐레나 데멘티예바에게 0대2(2―6, 0―6)로 완패하고 말았다. 힝기스는 “여기까지 온 것도 복귀에 대한 내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일”이라며 “내년엔 대회 우승을 노려보겠다”고 했다.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올해 1월 복귀 당시 349위였던 힝기스는 지난주에 117위가 됐으며 다음번 랭킹은 50위권으로 다시 뛰게 된다.


(김동석기자 [블로그 바로가기 ds-kim.chosun.com])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TAG •
?
 Comment '1'
  • 샤프 스트록 02.09 12:08
    순전히 제 개인적으로, 힝기스 스타일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 견해론 그녀의 스타일은 뭐랄까, 특기가 없는 두뇌파 올라운드 스타일 같아요. 위치선정 능력은 챔피언 답지만, 서브도 평범, 스트로크는 에이급으로 분류할 수 있지만, 탁월한 양손 백핸드에 비해 포핸드는 명품 수준은 아닌 것 같던데... ... . 그래서 샤라포바양 같은 파워플레이어를 격파하는 것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뭐 그래도 저의 스타일은 아니지만 힝기스를 에넹 다음으로는 좋아하는 편입니다. 뭐 힝기스가 미인은 아니지만 중상이상의 호감가는 스타일이니까요...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