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정치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초심자에게 정치9단이 오랜만에 솔직했다면
첫째도 돈이고 둘째도 돈이고 셋째도 돈이라고 답해주었을 것이다.
아마 젊고 실리적인 사람이 결혼에서 배우자가 갖춰야 될 덕목으로 꼽을 만한 조건과 일치하리라.
장사를 시작하려고 사업상담을 하고 있다면
첫째도 목(장소)이고 둘째도 셋째도 목이라 할테고,
얼마 전에 본 영화에선 프랑스 요리에서 세가지 중요한 요소를 꼽으라 했더니
첫째도 버터고 둘째도 버터, 셋째도 버터라는 대사가 나왔다.
글쎄 테니스에서도 이처럼 가장 중요한 걸 하나로 압축해서 세번이나 반복해서 강조한다면 어떤 답이 나올까?
브래드 길버트라면 아마 주저없이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맨탈이라고 답할 테고
누구는 관점을 좀 달리해서 공 보는 눈이라고 답할 것이고
테니스는 발로 하는 운동이라 동물적 본능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는 다리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겠고,
일전에 초보는 손으로 테니스를 치지만 중수로 올라갈 수록 발로 치고 그 다음엔 눈/머리로 치고, 테니스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극에 달해 테니스 道를 깨치게 되면 뜨거운 가슴으로 공을 치게 된다는 단계론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그렇다면 테니스 도를 깨친 것처럼 보이는 로저는 무념무상이라 하지않을까?
하지만 그도 어느 날은 너무 인간적인 실수를 많이 하다가 체면은 구긴 채 간신히 이길 때도 있고,
그가 이길 것으로 믿고 끝까지 응원했던 사람의 기대를 저버리고
스스로 무너져 버려 패하는 날도 있는데다,
좀 더 동호인 수준에 맞는 답을 채근한다면 판단과 선택이라고 답하지않을까 싶다.
공격할 타임인지 끈질기게 수비하면서 기회를 엿봐야할지에 대한 판단,
인/아웃을 선별하는 능력,
스핀을 많이 감을 지/ 플랫으로 때릴 지
강타냐 연타냐 그리고 이 둘의 적절한 조합,
크로스/다운 더 라인/역크로스 등 코스에 대한 선택,
깊게 줄 지/짧게 줄 것인지에 대한 샷 길이의 선택,
앵글샷, 쇼트나 로브 같은 특별한 샷에 의존할 지에 대한 판단,
상대의 반응에 대한 예측력,
.....
이 모든 상황을 전부 한 두단어로 편리하게 뭉뚱그릴 수 있는 말인지라.
다른 분들은 테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 생각하시는지 몹시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