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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믿습니다. 적어도 여기모인 분들은 모두 이로운 연탄이라는 것을...

제목이 좀 그렇죠...
아래글은 비록 2번 밖에 만나지는 못했지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서로가 행복해 질수 있도록 늘 빌어주는 사이가 된 김천관이란 분이 테니스코리아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제가 허락도 없이 옮겨와서 여러분께 공개합니다.
직업은 약사이며 테니스외 음악과 영화에 조예가 있으시며 테니스에 대한 열정은 말로 표현못할 정도입니다.

다음은 김천관님께서 올린 글입니다.

몇 일 전에 DVD타이틀 하나를 샀다.
최민식, 장백지 주연의 '파이란'이라는 한국영화인데
그 동안 비디오로 몇 번인가 볼 때마다
참 감동적인 영화라는 생각을 하고있던 차에
요즘 들어서 부쩍 관심이 많아진 HTPC(홈씨어터 컴퓨터)를 꾸미면서
맘먹고 구입한 목록중의 하나이다.

이 영화는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한 흡인력을 지녔거니와
한국영화의 대표적 레퍼런스급 화질에다
OST 또한 너무나 아름답다.

어젯밤 모처럼 아내랑 아이들이
평소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무얼 할까 꼼지락거리면서 고민하다가
결국 극장에 가지 못하는 내 신세를 한탄하며
대신 컴퓨터 영화감상으로 때우기로 했다.

컴퓨터를 켜고 10분쯤 지나서 서서히 영화에 몰입될 무렵
문제의 장면인 연탄재 씬이 나온다(담배씬과 더불어 2대 장면).

후배들과 함께 돈 뜯으러 간 동네 구멍가게에서
강재(최민식분)는 옛정 땜에 더 이상 윽박지르지 못하지만
조직 내 그를 고깝게 여기는 한 후배가
한심하다며 나서서 갈취 시범을 보인다.
사정이 어려우니 말미를 달라는 애원조의 여주인의 말에 아랑곳하지않고
무심한 표정으로 가게 구석구석에 석유를 흠뻑 뿌리고는
불을 댕기려는 시늉으로 막가파 식의 협박을 자행한다.

철거반원처럼 가게를 완전히 뒤집어 엎고는
다시 올 땐 끝장난다는 섬뜩한 경고를 남기고 떠나가고
망연자실한 아주머니의 흐느낌이 클로즈 업된다.

그 광경을 멍하니 지켜보던 강재는
갑자기 밖으로 후배 조직원들을 향해 뒤쫓아간다.

문밖에 버려진 허연 연탄 한 장을 잽싸게 집어들고 뛰어가
어깨 폼 나게 걸어가고 있는 그 야비한 후배의
뒷머리에 그대로 한방 먹이면서 서로 붙잡고 뒤엉킨다.

바로 그 장면은 어릴 때 좀처럼 눈 구경하기 힘든 고향에서
눈싸움 대신 즐겨하던 연탄싸움의 추억을 되살려 주는
묘한 힘이 있어서인지는 몰라도
내 자신이 영화 속의 강재가 되어
놈들을 향해 있는 힘을 다해 연탄을 던져서 명중시킨 듯
나 혼자로는 주체하기 힘든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연탄!
예전에 작은 읍내를 비롯하여 도시에서
겨울철 연탄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컸다.
급격한 근대화가 되면서 이젠 거의 흔적을 감추었지만
콜록거리는 가족들에게 기나긴 겨울밤을 14년 이상
동결된 가격 376원(장당 188원)으로
지켜준 참으로 고마운 존재였다.

아무튼 연탄은 농경문화의 소와 비견되는
울고 웃는 서민문화를 만들어왔다.

훈훈한 연탄 미담은 매스컴에 자주 소개되었던 것 같고
연탄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치명적인 일산화탄소는
번번이 가스중독사고를 일으키며 업 친데 덮친 격이라는
서러운 한을 만들기도 하였다.

연탄의 모양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소를 돕기 위해서 세로구멍이 나있다.

재미있게도 구멍의 개수가
19개에서 21개(라켓 가로줄 수와 비슷)이며
무게는 3.3Kg(라켓의 열 배)이다.
연탄의 재료가 되는 무연탄은
광물자원이 풍부한 몇몇 선진국과 달리
지하 몇 백 미터 아래를 지나 천 단위로 내려간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어떤 이가 세상에 험한 일 해볼 것은 다해봤다는
일종의 징표 같았던 '막장'이라는 단어가 있다.

작업장에 도착하는데도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가장 깊이 내려간 위험한 작업공간을 의미하고
갱도가 무너지면 신문에 사고 소식이 큼지막하게 나온
장소의 대명사였지만
이젠 난방수단의 급격한 변화로 채산성을 잃어서
지금은 폐광이 늘어나고 있다.

여름철에 서늘하고 겨울철에 따뜻한 지하의 기후적 특징을 이용하여
역사적 애환의 장이었던 탄광이 이제는 눈요기의 관광상품으로
급속히 변모하고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연탄은 내 기억 속을 회상하는 컴퓨터가 있다면
바탕화면에 띄워두는 아이콘이요
즐겨찾기에 저장해 둘만한 타임머신과 같은 존재이다.

내가 사이버며 디지털이 난무하는 이 시대에
아나로그같은 연탄을 보면서 여러 가지 단상에 빠지는 건
아무래도 테니스라는 운동이
마치 잊혀져 가는 연탄 짝이 아닌가하는
비감이 들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국민 가수 김건모의 8집 앨범
'My Story(히트곡 제비가 포함된)'의
앨범 재킷사진이 공교롭게도 반쯤 흰머리가 난 연탄이었다.
그는 꺼져 가는 연탄을 빗대어 자신의 존재를 알렸고
난무하는 신세대 가수들 사이에서도 유난히 돋보였다.

최근 신임 조동길 대한 테니스협회장님이 취임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가정에서 사라진 연탄이 먹거리 문화의 연탄갈비로
또 폐광이 피서지 문화상품으로 훌륭히 거듭나기도 하고
예기치 않은 곳에서 캐릭터 상품의 하나가 되어
'확 붙어라'는 뜻을 담은 수능 합격 기원용 엿의 모양으로도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 테니스인 들이 대동 단결하여 지혜를 짜낸다면
테니스 열기에 불을 확 붙이는 합격하는 테니스가
다시금 탄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다 쓰고 난 연탄은 그냥 버려지는 것이 아니라
차량부식을 가속하는 부작용 많은 염화칼슘보다
이로운 측면이 있다.
눈길 또는 미끄러운 빙판 길 위에 남을 배려하여 뿌려놓으면
그 길을 지나치는 생면부지의 타인을 미소짓게 만들기도 한다.

우리가 정녕 사랑하는 테니스가
크지는 않지만 우리정서 우리스포츠의
훈훈한 감초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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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1'
  • 마이클 킴 12.11 16:08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던 적이 있느냐!!!"라는 시가 떠오릅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