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오픈 결승전을 보고

페더러를 응원하면서 페더러가 우승하면 나도 다시 힘을 내서 힘차게 살아보자 이런 다짐을 했는데,
결국 졌네요.
속이 상해서 하루종일 테니스 게시판은 쳐다도 안봤습니다.
스포츠 뉴스도 피했구요.
12시까지 야근하고 돌아오니 진정이 좀 되네요.

페더러는 약 3가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첫째가 서브

서브 참 안들어가더군요. 아마 성공률이 50% 초반??
것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거의 안들어갔습니다.
페더러는 나달을 상대할때 무조건 서브를 살려야 합니다.

둘째가 포핸드

나달은 역시 페더러에게 포핸드를 주지 않았습니다.
백핸드를 공략하기 보다는 포핸드를 주지 않는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체중이 실린 페더러의 포핸드는 제아무리 나달이라도 어렵죠.
게다가 역으로 치고나오더군요.
계속 백으로 주다가 포핸드로 강하게 쳐서 장기인 포핸드를 봉쇄해버리는...
나달의 진화된 백핸드는 페더러의 포핸드를 더욱더 잠재우더군요.

셋째가 발리

페더러는 스트로크 싸움에서 이기면 여지없이 네트로 나와서 마무리를 하는데,
스트로크에서 나달을 코너에 몰아넣고 반대편으로 보낸 페더러의 칼발리를
나달이 손목힘만으로 패싱해버리더군요.
드롭발리가 재미를 좀 봤지만 대세에는 영향이 없었습니다.

이외에도 백핸드 다운더라인이 있는데 (멋진 다운더라인 몇개 보여줬죠.)
나달의 포핸드는 페더러의 백핸드 사정권에서 하염없이 멀어지는 각도라
다운더라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3:1로 이길 수 있는 많은 찬스를 나달이 집중력과 끈기로 극복하긴 했지만
이것저것 주무기를 봉쇄당하고도 5세트 경기를 했으니,
윔블던에서 3가지 중에 하나라도 살아난다면,
페더러가 다시 한번 챔피언에 오를 것을 기대해 봅니다.

젤 중요한 것은 나달에 대한 압박감을 떨쳐내는 것이겠죠.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명언이 다시 한번 생각납니다.

극강의 샘프라스도 00년 US오픈에서 사핀에게 지고 01년 윔블던에서 페더러에게 지고 같은해 US오픈에서 휴잇에게 졌으니....
세월을 이길 수 없었죠.

페더러의 전성기(?)때도 도대체 누가 페더러를 이길 수 있을까라며 다들 역사상 이보다 완벽한 선수는 없다라고 입을 모아 칭송했지만 나달이라는 새로운 황제가 이렇게 일찍 탄생할 줄은 아무도 몰랐을 겁니다.

요즘 나달을 보면 예전의 페더러처럼 도대체 이선수를 누가 이기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만, 또 누군가 나타날거고 그렇게 세월은 흘러가는 게 아닌가 하는....

2007년 함부르크 마스터즈 결승에서 미친듯이 포핸드 강타를 날려 나달에게 6빵을 먹여버린 페더러를 다시 한번 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