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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가방

페더러선수가 경기장에 입장할 때 보면 커다란 윌슨라켓가방을 메는 외에
꽤 커다란 나이키스포츠백을 한쪽 어깨에 걸치고 들어오는데
광고 효과 때문인지, 그가 꼭 필요하다 생각하는 짐이 다른 선수보다 유난히 많은건지
이유는 잘 모르겠다.
(세레나도....)  

여자동호인 중에도 라켓가방이 있어도 따로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경우가 많은데
전에 내가 들던 보조가방에는 잡다한 소지품들이 가득했는데
마치 블랙홀처럼 온갖 것들이 이 백 속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모르게 되어
저녁 때 옷 갈아입다보면 가뜩이나 아픈 어깨에 피멍같은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어
아이고 이 미련둥아하며 스스로를 꾸짖어 보지만 그렇다고 짐을 크게 줄이지는 못했으니
하나하나 따져봐도 거의 다 꼭 필요한 것이고 만일의 경우에는 정말 쓰임이 요긴한터라....
딱히 어느 것 하나 뺄 게 없어 보였다.
양 옆 주머니에는 새공을 각각 한 통씩을 넣을 수 있는데
내 공 내가 따고서도 한게임하고나선 잘치는 사람한데 바치고 밀려나 헌공으로 쳐야할 경우에 대비하고,
하루종일 코트에서 지내도 불편함이 없도록 선크림, 여벌 양말, 치약, 치솔 등의 각종 생활/여성용품,
욱신거리거나 새끈거리는 각종 부위의 통증을 일시적으로나마 잠재워 줄 가지가지 아대들,
접대용 오버그립, 일회용 반창고, ...., 갑자기 허기가 몰려오면서 기운이 쏙 빠질 때를 대비한 간식,
여기에 안읽더라도 얇은 책 한 권 찔러 넣고

터질듯 울룩불룩하고 들면 묵직하고 뭐 하나 찾으려고 해도 한참 걸리는 문제투성이 가방이었지만
그래도 바닥에 징이 박혀있어 급하게 손이 바빠져서 땅에 내려놓아야할 때는
바닥에 흙 묻을 걱정 않고 옆으로 쓰러지는 일없이 씩씩하게 혼자 잘 서 있어줘서
기특하고 대견했다.

그런데 가방이 크다보니 이것저것 주어넣어 점점 더 무거워지고 어깨는 점점 더 아프고 ....
수술만은 피해보려는 얉은 꾀로 뭐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아예 작은 백 사서 바꿔 들었다.
아담하고 참한 이 백은 이전에 들었던 무지막지한 가방에 비해 맨듯 안맨듯 가볍고 착했지만
바닥에 털썩 내려놓기가 뭣해 어깨에 메고 있거나 의자등받이에 걸어 두거나 무릎 위에 얌전히 올려놓아야하는 등 예쁜 애인처럼 노상 신경을 써줘야하는게 정말 성가셨다.

가벼운 가방이 수술을 막지도 못했고
보조가방이 작아지면서 일시적으로 줄어든듯했던 소지품은 슬그머니 라켓가방으로 옮겨가는 바람에
어깨 입장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조삼모사였고 눈가리고 아옹 격이었다.

이것이 나와 라켓가방과 보조스포츠백 사이에 있었던 애증관계의 전모인데
투어 선수들이나 드는 산더미같은 라켓가방을 짊머지고 다니는 아저씨회원들 중에는
좁은 생활공간에서 커다란 가방과 씨름하면서 잔소리 듣고 구박받다가 충동구매한 걸 후회하기도...
뭐 그런 가방에 얽힌 고민이나 갈등이 더 많을 듯한데 ...... 갑자기 궁금하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바람도리 06.16 23:11
    저는 테니스 시작하면서 구입한 윌슨 백팩을 아직도 쓰고 있습니다.
    (중간에 새 백팩을 대회 상품으로 받기도 했는데 집사람에게 압수당했다는..)
    워낙 좀 성가신 걸 싫어하는 편이라 처음부터 큰 백은 영 마음이 가질 않아서 였는데
    간혹 차 트렁크에 넣어두고 하루종일 주차해 둬야 하는 경우 슬그머니 걱정이 되더군요.
    이럴 때는 방열 기능이 있는 큰 가방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