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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으신 물건은 없으신지?

아끼는 물건이 없어졌다면
아차싶은 내 실수나 부주의에서 비롯되어 누구 탓을 할 것도 말 것도 없을 때도 있지만
범죄를 양산해내고 보통사람들의 양심마저 좀먹어버리는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에
더 원망이 가는 경우도 있겠다.
대개 뭘 잃고 나면 내탓 남탓 사이 어디쯤 어중간한 지점에서 마음을 끓이며
쉽게 포기 못하게하는 미련이 혹 되찾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남아 달이가고 해가 바뀌.....

고급클럽하우스에서 분실했던 지갑을 고스란히 되찾은 자신의 경험을
골프가 테니스보다 나은 운동이란 이유로 역설하고 있는 한 회원의 장황한 말을 들으며
작은 공이나 치시지 귀하신 분이 이런 누추한 라카에는 왜 납셨나?하고 속이 꼬이기도 하지만
매일 봐서 가족처럼 느껴지는 회원전용코트에서도 뭔가가 없어졌다고 찾는 사람이 나오면
왠지 기분이 씁쓸해진다.

잃어버린 물건이 라켓인 경우 삼각형 목부분 안쪽에 붙여놓은 라벨에는
거트텐션과 함께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으니 혹시나하고 기다려보게 되지만
스포츠샵 한 켠에 빼곡히 꽂혀있는 중고라켓 중에는
자기 라켓 아닌 걸 들고와 몇 만원 바꿔 쥐고 간 사람의 손길도 다아있다는 걸 왠만한 동호인은 다 안다.

시합장에 가보면 비슷비슷한 라켓가방에 고만고만한 라켓들이 벤치 위나 근처에 즐비한데
그것들의 주인들은 죄다 코트 안 쪽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합이나 테니스 담소에 정신이 팔려있거나
자기집 안방쯤으로 생각하는지 마음 탁 놓고 가까운 장래의 파트너 만들러
소위 네트워킹하러 여기저기 딴 코트 마실다니기 바빠
나쁜 맘 먹은 사람이 트럭으로 싹쓸이 해 실어가도 모를 판이다.  
경기남부 일대 테니스코트 주차장을 암약하며 유리창 깨고 차 안에 있던 물건을 훔쳐온
나쁜 아저씨는 검거된지 오래지만 테니스장 안팍 사정이 이렇게 어수룩하다는 걸 아는 사람이 또...오싹.

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구력에도 코트에 가면 늘 뭐에 씌운 듯 깜빡과 아차가 빈번했는데
두자루씩 갖고 다니는 라켓을 그날 따라 낯선 코트에다 한자루 놓고 오기도 했고
(레슨 받고 공 줍고 라켓 팬스에 얌전히 세워놓고 그냥 오는 건 너무 자주있는 일이라 그건 빼고).....
잊혀지지않고 새록새록 생각나는 아까운 분실도 있고 잃었다 찾았던 고마운 기억도 숱하다.  

딱 두번밖에 안 친 기름이 좌르르 흐르는 라켓 두자루에
차곡차곡 인맥을 쌓아놓은 핸폰과 마음을 달래주던 음악이 저장된 MP3가 들어있는 라켓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렸다해도
또 다시 살 수도 없고 추억이 깃들어 있어 값으로 따질 수 없는 소중한 물건이라도 어디까지나 물건이라
사람을 잃는 것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것이다.

춥고 길었던 겨울이 가고 이젠 봄인가보다하며 투정같은 꽃샘추위를 견디고 있을 때
얼핏 들려오는 테니스치던 이의 부음에 마음이 착찹해진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게임돌이 03.18 18:00
    ^^ 군대시절 전 짠돌이라 불렸었죠 ^^ 짠 짠 짠돌이 ㅎㅎ
    그래선지 잃어 버리진 않는데 ,
    너무 소중하다 싶은 물건은 잘 모셔 두었다가 그 장소를 잊어먹어 애를 먹긴 합니다^^
    요즘도 무얼 잃어 버리는 건 상상하기 힘들어 합니다만

    그대신 건망증이 무척 심합니다
    어쩔땐 현관비밀번호를 잊을뻔 하기도 ^^
    하지만 저의 건망증은
    어쩌면 잊고 싶은 일들을 빠른 시간내에 치유내지는 덮어버리고
    늘 새로움으로 이겨내야 했기에 습관이 된 듯도 합니다....

    요즘은 새로운 도피처로 꽃키우기에 빠져 있습니다
    성격만큼이나 쉬지않고 너무 만지작거려 화초들이 몸살을 앓고 있죠 ㅎㅎㅎ
    카랑코에, 풀같은 난, 튜울립, 작은장미, 홍콩야자, 스파티필름, 스파이더 플랜트, 탱자나무, 아이비, 느티나무
    아~ 뭐지 ~ 생각이 안나서 가끔씩 거실을 보며 적습니다^^
    웅~ 아고 가서 보고 와야겠넹 .... 무궁화, 제라늄, 그리고 모르는 몇개의 화초....
    말려서 죽일 생각으로 물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데 그것이 어렵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