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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착 접으면

오늘 어디 용하다는 데가 있어 새벽같이 침 맞으러 갔다가
레슨 안늦으려면 집에 들를 시간이 없을 것같아 운동복차림에 라켓가방을 메고 버스정거장에 서있었다.
이 시각에 지하철이 다닐까싶기도 했고 차가 많지않아 버스도 안막힐 것같아 선택한 교통수단이었는데,
아니 아프다더니 꼭두새벽에 어디 멀리 공치러가시나봐요하며
마치 현행범을 현장에서 잡은 형사처럼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인사를 해오는 아저씨회원을 만났다.
잠도 덜 깬 정신적 무방비 상태에서 괜히 딱 걸린 것같아 주절주절 변명을 하다가
왜 이렇게 일찍 출근하시냐고 따졌더니 차 막히는 걸 딱 질색하는 성미라 늘 이 시각에 출근하는데
일찍 출근해서 일 다 해놓고 일찍 퇴근하니 오후에 공칠 수 있어 좋다고.(전형적인 아침형인간?)
듣고보니 출퇴근시간이 유연한 직장을 갖는 것도 샐러리맨테니스동호인에게는 엄청난 축복이겠다싶다.

전에도 라켓을 접을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접는다고해서 테니스를 그만두겠다는 얘기가 아니라
라켓 헤드부분이랑 그립부분이 목부분에서 탈부착 방식으로 간단히 그렇지만 단단히 연결될 수 있으면
며칠 여행가는 짐꾸릴 때  만약 공칠 기회가 있으면하고 슬쩍 가방에 라켓 한자루 끼워넣을 수 있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진짜 멀리 공치러 갈 때
수수한 캐주얼 차림을 하고 아담한 숄더백에다 라켓일랑 앙큼하게 숨기고 갈 수 있을텐데
또 붐비는 전철이나 버스에서 앞뒤로 밀리다 균형을 잃기도 하는데
뒤에 맨 삐쭉나온 라켓손잡이가 남모르는 아가씨 얼굴을 찔러서 미안할 일도 없고
깍뚜기 머리에 약간 조직 냄새나는 아저씨 가슴팍을 때려서 아찔하고 쭈뼛할 일도 없을 텐데
라켓가방이 기타같은 악기 가방이랑 비슷해서 헷갈릴 일도 없고
스트링이 끊어져도 헤드부분만 갈아치면 되니까
그립 하나에 같은 기종 헤드만 여러 자루 장만하면 되니까 부피도 엄청 줄고 라켓 가격도....

새벽부터 쓸데없는 생각하느라 버스에서 지하철 갈아탈 때 맨 뒷칸을 타야하는데 맨 앞칸을 탔다가
입구가 헷갈려 헤매느라 나보다 먼저 온 두명의 환자에게 통사정을 해도 절대 양보를 안해줘서
결국 레슨시간에 맞춰올 수가 없었다.
다행히? 여름휴가를 가서 빠지신 분 시간에 레슨을 받을 수 있었는데
별로 바빠 보이지도 않는 사람들이 참 인정들도 없다고 속으로 혀를 찼지만
침 맞으러와서 레슨이 어쩌구하는 아줌마가 좀 이상해 보이긴 했을 것같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한계령 07.30 23:14
    ㅎㅎ 침 맞으면서 렛슨하세요? 저도 요새 아킬레스건염 이라고 테니스를 완전히 그만 두라는 권고를 받고 아직 칠 수 있을 때까진 치다 그만 두지 뭐 하는 심점으로 치료와 겜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모처럼 언니 글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건테 하세요.
  • 정기송 07.31 08:31
    '꼭지 증후군'~~~~~여러분들도 들어 보셨나요 ??
    '고소 공포증'처럼 그런 개념의 의학 용어로 뾰족한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더군요.
    혜랑님께서 침을 맞으신다니, 꼭지 증후군이 있는 저로서는 대단하게 여겨집니다.
    몸이 좀 션찬어도 주사 맞기가 싫어 미련하게도 아픈 내색을 안하는 편입니다.
    엘보가 오던 말던 웬만해서는 병원근처를 안간답니다.

    최근엔 이가 흔들려 두개 빼내고 사랑니 마저 한개 빼니 영락없는 할배 모습이더군요.
    집사람의 등살에 떠밀려 어쩔수 없이 치과에 가서 마취하고 발췌를 했지요.
    그나마 다행인게 치과에서는 수술도구가 눈에 안들어 오니,
    뾰족한걸로 찌르는지 마는지 알수가 없어 공포를 덜 느꼈지요.

    지금은 인플란트 뿌리 두개 심어놓은 상태며, 3개월후 본을 떠서 덮어씌운다고 하더군요.
    테니스 매니아 여러분들도 건강할때 건강을 지켜 주시길요.
    나중에 호미로 막을꺼 가래로도 막기 어려워집니다.

    라켓을 접을수 있다면 아주 기발한 착상이네요~~~~ㅎ
    당구 큐~ 처럼 분리하는 방법도 있을꺼 같네요~~
  • 디제이(이덕재) 08.03 12:44
    삼단 변신 로봇처럼 분리 결합이 가능한 테니스 라켓이라...

    상상력이 대단하십니다. ^^

    하기사 저도 예전에 비 오는 날 실내코트로 운동하러가면서

    우산쓰고 테니스 가방메고 전철타고 가자니 은근히 남들

    시선이 신경쓰이더라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