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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는 머리가 좋을까?

건강때문에 운동은 해야되고 이것저것 해보다 테니스를 하게됐다.
내게 테니스는 맞선보러 나가는 일에 질리다못해 지쳐있는 늙은 싱글 앞에
뒤늦게 마음에 쏙드는 배필이 나타난듯 첫눈에 반한 스포츠였다.
아무 생각없이 공만 쫓다보면 머리 속이 텅 비는 듯한 아주 좋은 느낌이 들어서 이거다 싶었는데
잘못된 혼사를 바로잡으려고 충고하는 사람이 있듯
주위에선 테니스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라켓도 잡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은 테니스는 너무 과격한 운동이라며 펄쩍뛰었고,
과거에 테니스를 좀 쳤던 분들은 내 나이에 시작하기에 만만한 운동도 아닐뿐더러
머리 비우러하는 운동은 더더욱 아니라는 충고를 덧붙였다.
이제 강산이 반은 변했을만큼의 구력을 갖게 되었는데 그동안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뒤지고 책을 사모으고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고 노트필기를 하는
학구적 방법의 접근을 하기도 하다가
샷하나하나가 반복을 통해 근골격에 깊이 각인되었다가 상황에 따라 자동으로 튀어나오게하는
원초적 접근법이 낫다 싶기도 ....
실력향상을 위한 나름대로의 방황을 번갈아가며 한다.
그런데 에러를 내고나서 또는 어처구니없는 샷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노라면
심한 자괴감에 "바보"라는 탄식이 절로 나온다.
어느 잡지에서 버지니아 웨이드의 약력을 보니 선수 은퇴 후 수학과 물리학에 박사학위을 갖고 있다고.
지적 능력에 대한 평가는 당연히 다원적이어야하고 아이큐처럼 수량화되어 똑 떨어지는 건 아닐 것이다.
어린나이부터 학교교육을 등한히한채 테니스훈련에만 매진하여
청소년기에 이미 기술적 완성의 경지에 다다른 이 쥬니어챔피언에게 2%가 부족한지
성인으로 프로세계에서 빛을 못보는 예를 허다하게 본다.
부상 등의 이유로 중도포기한 운동선수들이 직업세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여지도
편향된 교육과 훈련 탓에 좁을 수 밖에.
그런데 테니스를 위한 머리는 따로 있나?
머리에서 나왔을 훌륭한 전략과 샷 선택도 몸이 안따라준다면 실행불가일 것일텐데!
페더러를 천재라고 부르면 황제만큼이나 최고의 찬사로 생각되어진다.
힝기스는 얍삭한 두뇌플레이를 하는 선수라고 하는데 로브와 쇼트라는 스페셜티 샷을 키우기 때문에?
어떤 선수는 포기않는 근성 때문에 승리를 거두지만 끈덕지다는 짧은 칭찬이 고작이다.
TV에서 보는 상위권 선수들은 과연 머리가 좋을까?
농구가 성장기에 키크게해주는 운동이듯 테니스가 과연 머리를 좋게 해줄까?
머리니 지적능력이니하는 따위의 말이 과연 샷선택과 상관이 있는지 궁금해진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공감가는 글입니다. 물론 지적능력의 정의가 애매하지만 저는 페더러는 뛰어난 지적능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합니다. 그의 경기를 보고 있으면 통상적으로 예측하기 힘든 장면을 보게되어 감탄하게 되는데 (신문지상의 누구는 무릎을 꿇고 넋을 잃었다고 표현함) 그런 플레이는 아무나 못하죠. 매우 창의적인 플레이를 펼치므로 그는 범인을 뛰어넘는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ACE 워너비 01.12 09:49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모든 운동선수들은 지적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머리가 좋으면 감독&코치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히 이해하고,
    실천하며, 응용할 수 있고 나아가 새로운 플레이를 창출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머리가 좋으면 효율적인 훈련으로 더 많은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죽어라 라켓만 휘두르기 보다는,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좋은지를 생각하여
    수정, 보완하며 휘두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 전.테.교. 식구들에게 독서를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많이 읽으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그 책이 전문서적이던, 만화책이던, 어렸을적 몰래 읽었던 표지가 빨간색(?) 책이던.....^^
  • 컨트롤 & 테니스 01.12 13:00
    공을 치기전에 본인은 정말로 어떤 생각들을 했었는지 한번 되새겨 봅시다.

    1. 내가 샷을 치기전에 상대방의 모든 상황이 인지가 되었는가?
    2. 그리고 오는 공에대한 분석이 되었는가?
    3. 그리고 샷을 할 준비가 미리 되었는가 ?
    4. 어느 방향으로 어떤 종류의 공을 칠 것인지 결정하였는가 ?
    5. 내가 이쪽으로 치면 상대가 이쪽으로 리턴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되는가 ?

    * 위에서 설명한 모든것들이 뇌속에서 순식간에 종합되어 샷이 되었다면 분명
    엄청난 고수 일 것입니다..
    * 하수들은 자기가 친샷의 결과를 토대로 이야기 합니다.
    - 아 이쪽으로 칠까, 저쪽으로 칠까 고민했는데 저쪽으로 칠 걸.. 내지는
    - 아 무슨 기술을 쓰려고 했는데 들어갔으면 꼼짝 없는 건데..

    * 저도 정말 오늘부터는 한가씩이라도 판단을 하고 의도한 샷을 날리도록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위의 것들을 자꾸 연습하고 감각화하는 것이 두뇌가 좋아지는 방법이 아닐까요..
    *
  • 최혜랑 01.13 22:13
    게임을 하다보면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범할 때가 많습니다.
    이럴때면 어렸을 때 많이 마셨을 연탄가스를 원망하기도 하고,
    이제껏 몇차례 받았던 수술과 마취가 뇌세포에 미쳤을 악영향을 의심해보기도 하고,
    벌써부터 치매끼가 있는 건 아닌가 불안해하기도 합니다.
    선수들 게임을 봐도 그렇고 동호인 게임도 마찬가지지만
    샷 하나하나의 비교와는 다르게 게임운영이 미숙하면 그 선수가 괜히 미련해보이고
    지적능력이 미심쩍고 합니다.
    비판의 칼이 내게로 향하면 찔끔해지네요.
    의도된 샷으로 승부를 해야하지요.
    대충쳐서 운좋게 들어가면 좋은거고 안들어가면 할 수 없는 식은 이제그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