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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결심했으니

한솔배 원년 사라포바의 경기가 끝나면
남자관객과 카메라맨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버려
코트가 갑자기 휑해지곤 했었는데
오늘의 힝기스팬들은 자리나게 빠져나가지는 않은 듯하다.

직장을 일찍 파한(땡땡이?) 넥타이부대가 나이트경기에 꾸역꾸역 밀려들었다.
이들을 보니 하루종일 구경하고 있던 백수아줌마로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힝기스는 팽팽한 스트로크랠리 도중 자주 드롭샵으로
(몇번 에러도 냈지만 대다수 성공한 그 드롭샷의 절묘한 타이밍이라니!!!!)
때로는 로브로 상대를 괴롭히는 그녀가 얄밉기도 했고
1시간 3분만에 경기가 끝나버려 아쉬움이 남았지만
인도에서 우승한 여세를 몰아 2라운드....결승에서도 볼 수 있을테니.

동네에서 공을 치다 일년에 한두번 올림픽코트로 세상구경하러 나왔더니
예년처럼
음메 기죽어하는 애초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이것저것이 눈에 들어오고,
이런저런 결심들이 마음 속에서 굳어갔다.
그 멋진 스트로크 랠리에 매료되어 찬찬히 뜯어보니
나도 허리를 돌려 (체중을 실어 ) 해드를 빠르게 휘두르는 샷으로
크로스, 역크로스, 다운더라인을 자유자재로 해야겠고
전위에 서면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복식의 포칭을 의무적으로 해야겠고
그래, 두핸드백핸드로 다시 돌아가보자,
이번엔 드라이브발리도 갈쳐달래자,
올해 안에 쇼트 넣는 거 마스터하는 거야!
포핸드슬라이스로 듀스코트사이드라인으로 빠지는 공을 잡아당겨야지,
그동안 서비스연습을 게을리했더니......
작심삼일일지도 모르는 결심을
하고 또 했다. 사흘마다 다시한다면 못 이룰 것도 없을 듯 하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마이클 킴 09.28 07:58
    최혜랑님!
    TV에서 혜랑님 얼굴 봤습니다. 그래서 아주 반가웠다니까요!!!
    옆에 계시던 여성분에게 막 이야기 하시던데 어떤분이신지....^^

  • 소띠 09.28 09:21
    세상 만사는 단면만 있는 것이 아닌 듯 합니다.
    님의 그런 작심삼일(제가 보기엔 3분 or 3시간 마음가짐)은 목적은 다르지만 일상 곳곳에서 나타나죠.
    어느날 갑자기 친구의 부음 소식을 듣고 찾아간 장례식장에 가노라면 여지없이 작동하는 건강다짐 Logic!!
    장례식장을 떠나기 전에 내내, 그리고 집에 돌아와 마눌과 "친구넘이 간암으로..."하면서 이를 악다물기를 반복하고 그것도 모자라 잠자리 설쳐가며 건강다짐 Logic의 빈틈(Error 요소)을 보강하고...
    그리고 정확히 24시간이 지나면 일상에 푹 빠지게 되죠.
    알츠하이머도 이런 알츠하이머가 또 있을런지.
    그러다가 또다른 시그널이 내 낯짝에 부딪히기까지 그렇게 또 그렇게...
    이런 상황을 사흘마다 반복하라구요?
    저요~~!! 노이로제란 놈에게 압사 당합니다요~~^^
  • 최혜랑 09.28 22:50
    올해는 여자분 옆에 앉아있는 걸 찍혔다니 다행이네요.
    아무래도 제가 KBS카메라맨한테 찍혔나봐요. 혹 옛애인이?

    오늘은 한솔오픈에서 십여명의 전테교분들을 뵈었습니다.
    처음 뵙는 분도, 두번 째인 분도 있으셨는데 모두 피가 땡기고 살이 떨리게 반가웠습니다.

    돌아오는 차에서 초심님한테 제안한 건데 전테교기금모으는 셈치고,
    전테교에서 평생의 반려를 만난 사람들이 가만 있으면
    본인들 마음의 부담이 클 것이니 알아서들.....
    (듀오나 선우같은데서는 성사가 되면 코미션을 수백 수천씩 받는다지만 여긴 좀 다르잖아요!)
    무슨 말인 줄 아시죠?



    소띠님은 건강을 엄청 챙기시는 편이던데....
    제가 권하는 달달한 간식은 아침먹고 왔다고 늘 마다하시잖아요.
    남들이 화무십일홍과 권불십년 가지고 말장난해서
    사흘마다 작심하면...하는 진부한 생각을 한 겁니다.
    사흘마다하다보면 작심도 가벼운 마음으로 하게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