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기 장마와 싸우며 끝내주게 즐거웠던 하루..^^

* 우리 전테교 사이트에 "제목" 있는 글을 썼던 게 언제인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수원분교를 찾은 것도 작년 연말의 송년 MT 이후로 거의 반년을 훌쩍 넘겨서였나 봅니다.

최근 몇 개월 동안, 반잠수정을 타면서 살아 온 듯합니다.
어제 형님들에게는 그간의 자초지종을 대략 말씀 드렸지만,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은 비슷한 모드로 살아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전테교를 알게 된 것도 벌써 만 4년이 되어 가는데, 제가 갖고 있는
테니스 문화나 상식의 원천은 역시 전테교 뿐이라 하겠습니다.
자주 만나고 함께 운동하지 못하지만 생각이 없어서 그런 게 결코 아니며,
언제든 편하게 찾아도 즐거운 곳이 있어서 마음이 포근합니다.

지루한 장마의 끝물에 들어선 주말 아침, 일기예보를 들척이다가 문득 레스피아 코트가 그리워졌습니다.
터줏대감 형님들에게 전화, 문자질을 살짝 해 보고는, 불확실할 날씨였지만 무작정 코트를 향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가는길 얼마 되지 않아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동수원 사거리 고가 밑에 섰을 때는 아예 폭우 내지는 호우(?)로 돌변해 버렸습니다.
핸들을 돌리기에는 이미 많이 늦었고, 정겨운 써퍼 형님과 짜장면이나 한 그릇 먹고 오자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한가닥 희망이라면 레스피아가 있는 동쪽 하늘이 상대적으로 밝은 빛을 띠고 있었고, 가까이 갈수록 더욱 그랬습니다.

가까스로 코트에 도착할 무렵에는 간헐적으로 빗방울이 떨어질 정도였고,
우리의 아지트에는 써퍼 님, 초심 님, 창 님, 숲 님이 언제나처럼 열심히 몸을 풀고 계셨습니다.
반년을 넘겨서 찾은 코트지만 전혀 낯설지 않고, 마치 일주일 만에 찾아 온 것 같은 느낌은 왜일런지...
그 이후로는 해질 무렵까지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보냈습니다.
운동을 하는 사이에도 비가 뚝뚝 떨어지다가 한 순간에는 폭우로 돌변하기도 하고,
급하게 벤취로 대피했다가 비가 그치면 판떼기로 밀어내고 또 운동하기를 두세 번..

어느덧 허기가 지기 시작하였고, 얼큰한 짬뽕으로 의기 투합하였는데 황송하게도
창 님께서 전입신고 턱을 내시는 바람에 여러모로 즐거웠습니다. (다시 한번 꾸벅~)
오후에는 순서에 입각해서 정겨운 멤버들이 속속 등장하셨는데,
그들은 바로 흙사랑 님, 호우 님과 이안 님, 용철 형님, 선수 총무 님, 막차로 꼬모 님까지..

적당한 인터벌로 코트와 벤치, 수돗가를 번갈아 오가다 보니
몸에 있는 수분을 거의 절반쯤 교체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나님께서 공주들 데리고 해리포터 영화 보러 간다고, 저녁까지 해결하고 오시라는
황송한 하명을 받았던지라, 뒷풀이로 함께 한 콩나물 해장국이 너무나 얼큰하고 시원했습니다.

보람찬 하루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향할 때에는 이미 9시를 훌쩍 넘겨서였습니다.
이만큼 오락가락 하는 날씨에 원없이 운동하였던 기억이 참으로 드물었습니다.
언제나 즐겁게 찾을 수 있는 아지트와 정겨운 분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행복감을 만끽합니다.
훗날 언젠가는 우리 전테교의 간판으로 아름다운 실내 코트를 꾸며서,
장마와 싸우던 추억을 되새겨 보는 날이 있기를 아련히 기약해 봅니다.

또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즐거운 발길이 향하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열심히 살아야 하겠습니다.
전테교와 테니스, 함께 하는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 정현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