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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서의 양성평등을 꿈꾸며



여성부가 부처간 통폐합에서 없어진다는데 다들 수긍하는 눈치다.
사회각계각층 거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21세기 초입에 여성주의적인 시각이나 이슈는 더이상 신선하지도 절박하지도 않아서일까?

가끔 스포츠 성대결이 뉴스거리로 세인의 관심을 모으기도 하지만  또 종목에 따라서는 근육의 질이나 양에 큰 영향을 안받는 것도 있겠지만 스포츠분야는 유독 남성중심적이랄지 남성우월적인 사고나 관행이 여전히 팽배해 있고 프로, 동호인을 막론하고 코트나 단체의 운용을 남성들이 주도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내가 몸 담고 있는 스포츠인 테니스는 신장이나 체중 따위로 세분하는 체급종목은 아니지만
체력, 순발력, 지구력, 유연성 등등의  신체의 종합적 능력에 더해
강인한 정신력까지 요하는 운동이라서인지
평균적인 체격이나 체력에서도 남성이 여성보다 유리할 뿐 아니라
남성들은 어릴 때부터 운동에 더 많이 노출되고 생활화되어있고 친숙하기 때문에
몇몇 예외는 있겠지만 톡까놓고 말해 남자들이 공을 잘친다.

선수출신인 여자분 즉, 어릴 때부터 체계적으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여자분들 중에는
체격이나 체력에서 월등한 잘치는 동호인 남자들을 손쉽게 이겨줘서
비록 우리아줌마와 다른 별종처럼 행동해도 대리만족을 위해 기꺼이 그들에 너그러울 수 있었다.
남자회원들과 난타를 치면서 스트로크 랠리를 하다보면
내가 결코 밀리지 않는다는 자심감으로 뿌듯해지기도 했다가
살살치면서 봐주는 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하고
레슨받을 때 좀 더 집중해서 이 악물고 악착을 떨면  
지도자와의 발리 랠리에서 오래 버틸 수도 때로 이길 수도 있게 됐다.

어느 천년에 실력 쌓고나서 말빨을 세울까해서 섣불리 나섰다가 된서리를 당하기도 했고
남자들과 아직도 이런 진부하고 유치한 일로 아옹다옹 언성을 높여야 쓸까 싶어 입을 다물기도 하다가도
세상에 거저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싸우지않고 시혜처럼 던져주는 걸 편히 앉아 덥석 받을 수는 없잖은가!
오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눈을 치우다가 남자분들 뿐 아니라 여성회원 스스로도 갖고 있는 남자들이 나와야 제설작업이 빠르고 원활해진다거나 체격 좋은 남자회원을 일당백으로 생각하는 성에 대한 편견을 발견했다.

다른 날 치운 눈보다 오늘 온 눈의 양이 많아서인지
아니면 눈 한 삽씩 퍼나르고 벅벅 너까래질하는 제설노동생산성에서 내가 아저씨들보다 결코 떨어지지 않는 걸 보이느라 오버를 했는지
여느 때보다 몸이 많이 힘들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한계령 01.22 00:37
    저도 오늘 테니스장 눈 치우고 거의 하루 온 종일을 호주오픈보느라 보냈어요. 남자 회원들은 모두 출근 중이라 남자는 코치 한 사람이었는데 두 면 반 짜리 코트를 일당백이 아니라 티끌모아 태산식으로 비교적 쉽게 치웠습니다.
    테니스장에서의 저도 테니스장에서의 양성평등을 외치는 사람 중 하나인데 저의 분야는 대회날 일부 여성회원들은 하루 종일 씽크대에 매달려 있어야한다는 거.
    하지만 테니스 게임에 있어서는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님의 말씀처럼 남자들이 생활화되고 자연스런 일이 우리 여자들에게는 뒤늦게 부단히 노력한다고 갖추어지질 않은 많은 면들이 있어 차이가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걸로 여기고 양성평등을 꿈꾸지 않게 되었습니다.ㅠ.ㅠ
  • 全 炫 仲 01.22 08:48
    혜랑 누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몸 잘 추스리세요~
  • 김영준(스머프) 01.22 09:52
    예전에 클럽에서, 월례대회 때마다 음식,간식 준비하는 회원분들이 한두분 계셔서
    12회내내, 그걸 몇년내내 하는게 너무 가혹해서, 3년전부터 대회마다 식당에서 음식을
    시켜먹고 있습니다. 그래도 막상 숟가락까지 놔야 밥을 먹는 회원들이 있어
    사소한 것 까지 신경쓰셔야 되서 어려움을 느끼더라구요.
    구력10년차에 개나리부에 클럽 여성비율 25% 이면서도 이런저런 어려움을 느끼시는데 이보다 더 어렵게 운동하시는 분들이 많으실까 걱정되네요.
    3년이 지나서 인지, 매끄럽게 대회도 하고 형님들도 알아서 잘 찾아 드시더라구요.
    뒷정리할 때 락카룸은 누나들이, 코트 정리정돈은 형님들이 하시고, 수고한다고 찬조 듬뿍 하시는 고문님이 계시니
    잘 진행되는거 같아요.
    혜랑님, 어서 회복되길 바랄게요. (눈 치울 땐 맛있는 갈비를 클럽에서 처리해서 종종 적극적으로 나가곤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