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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언니랑 마산동생

내가 선배들은 언니, 형하면서 쫓아다녔지만 후배들에게는 별반 살뜰하게 대하지 않았던 이유가
아마 귀찮은 동생(?)을 셋이나 둔 맏이였기 때문에 그러니까 출생순위가 성격형성에 미친 영향 탓일 것이다.
졸업하고는 누굴 언니나 선배라고 부를 기회가 없었던 데다
주위에서 관찰되는 행님, 동상하면서 엎어지는 관계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이어서
테니스 시작하고도 한참동안 이 호칭문제로 시비가 있었다.
손윗사람에게도 꼬박꼬박 이름 석자에 "씨"를 붙였더니 싸X지가 없어보인다는
뒷꼭지 뜨신 말을 들어야해서
언제부터인지 나보다 나이가 위면 다 언니라 부르고 오라버니라 부르기 시작했더니 그것참 편하기가....
게다가 머리도 예전처럼 파딱파딱 돌아가지 않아
이루 이름 외고 있는 것도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한 일이니 옳다구나하고 코트의 관행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손아래사람의 이름은 외우고 있어야 하니
내 나이가 미디언 값인 클럽에선 외워야하는 이름이 절반으로 주는데 그게 어디냐!
친하게 지내는(거의 나를 지들 친구로 여기는) 산악회 후배 두서너 명을 빼고는
나보다 나이어린 사람과 어떤 관계로도 얽힌 적이 없었던 나로선
테니스치면서부터 갑자기 동생들이 쏟아지듯 마구 생겨났고
이 관계에 미숙한 나로선 이 새로 형성된 다양한 관계에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게 되었다.
내가 공을 잘쳤으면 그래서 나이든 고수였으면
그런대로 코트의 질서에 엇나는 일 별로 없이 잘 지냈겠지만
어리버리한 내 눈에는 공 잘치는 사람은 키도 커보이고 나이도 나보다 많아보여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한동안 언닌 줄 알고 언니라 부르기도 했다.
후배가 젊은 고수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면 나로선 말빨도 안먹히고 오해도 생기고
그래서 서로 보이지않는 불편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산서 날보러 올라온 황명숙씨는 올림픽 코트에서 심판보러 올라왔을 때 만나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십년지기마냥 가깝게 느껴졌고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생각에
허물없이 대할 수 있어 좋았다.
아마 과천사람처럼 맨날 보고지냈다면 싸우기도 여러번 했을지 모르는
성격 강해보이는 똑부러진 동생인데 그때마다 금새 화해해서 다시 공치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멀미 때문에, 아직 아이가 어려서, 차가 없어서, 여행 엄두도 못낸다 등등의 이유를 내세워
먼길 온 손님을 나는 꼼짝않고 편히 이곳 과천에서 맞아 미안했다.
다음엔 멀미약 패치를 붙여서라도 아직 밟아보지않은 마산 땅을 한번 가보리라.
마산이나 과천이나 공치는 사람들은 이름만 다를 뿐 쌍둥이처럼 닮아있다는 것도 확인할 겸!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최혜랑 05.08 14:47
    한계령님이 리플이 안된다고 하시면서 보내오셨습니다.
    저 역시 가끔 전테교 검열 체계에 걸려 글을 못 올렸던 경험이 있어놔서....
    그런데 님, 아, 가 무슨 욕인가요?

    정말 테니스장 풍경은 어디나 비슷한가 봅니다.
    저도 20년 정도를 한 직장만 쭈욱 다니고
    하는 일도 별반 다를게 없고(그래서 4년 공부하고 평생 써 먹는다고 ~~)
    동료들과의 호칭 역시 위, 아래 구분 없이 그야말로 그냥 살다가
    테니스장에 가서 호칭 문제로 낯설었던 기억이 새롭네요.
    전 원래 성격이 무덤덤한 편이라 스스로 여겨왔지만
    겨우 한 살 차이에 그닥 가깝게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에게 언니.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그렇긴 한 데, 이상한 건 듣는 건 참 좋으네요. 그래서 좀 더 열심히 애용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아저씨들에겐 오라버니 내지 오빠란 말은 도저히 안 나와 찾아보니 저보다 위는 과거 회장님 X아니면 감사 등
    감투가 다 있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코트에 나가면 제 그력만큼 회장님 다섯분에 감사님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마산이 저의 고향인지라 '마산 동생'이란 제목이 너무 반갑습니다.
    마산에서 테니스를 쳐 본 적이 없네요. 아마 고개만 돌리면 발 아래로 바다가 보이는 테니스장이 많을 것 같은 데...
    한 동안 마산을 떠난 후 풍경의 오른쪽이 늘 허전함의 정체를 초, 중 고에서 항상 오른쪽에 자리하던 합포만 푸른 물결과 오가던 배들이 없어서 그렇다는 걸 도서관 옥상에서 하늘을 보면서 찾았던 기억이 아스라히 떠 오릅니다.
    어제는 안영식님의 시에서 오늘은 최혜랑님의 수필에서 고향을 진하게 느낍니다.
    테니스 기술 외에도 전테교는 너무 좋은 곳이예요.
    근데 혜랑님과 제가 만나면 누가 언닐까요?
    쪽지를 이용할까요?ㅎㅎ

    혹시 교장셈 보시나요? 리플을 달려고 했더니 "님 X아는 ~~~등록이 되지 않는다"라는 이상한 멘트가 나오면서 등록이 안 되네요.

    그냥 버리긴 그렇고 해서 보냅니다.
    담에 다시 퍼서 리플에 달려구요.ㅎㅎ
    마르지 않는 샘처럼 써 내시는 그 내공에 감탄과 찬사를 보냅니다.
  • 최혜랑 05.08 17:02
    "여자의 일생'의 주인공이 바다를 못보는 갑갑증을 호소하듯
    저도 강릉을 고향으로 삼는 사람이라서인지
    요즘처럼 사람 부대끼는 일이 팍팍하다고 느껴질 때면
    한숨에 달려가 출렁이는 너른 바다를 보고 싶습니다.
    떼로 다니던 마산고 출신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고
    그 중 자기고향에서 결혼한다는 한 친구의 결혼식에는 참석하는 성의까지 보였는데
    마산인 줄 알고 대절한 고속버스를 타고 간 곳은 충무였습니다.
    그래서 결국 가고파의 고향 마산을 못 밟아본 겁니다.
    20년 근속의 한계령님보다 제가 언니지 싶은데요....
  • 맥주좋아 05.09 04:04
    남자들은 만나면 나이부터 헤아리는 것이
    우리 문화의 특징인가봅니다.
    그런데
    여자분들도 그것은 마찬가지인가보죠.
    바다가 있는 고향을 두신 분들 부럽습니다.
    답답한 일 있으면 고향을 찾아
    시원한 바닷바람에 모든걸 날리고 올 수 있으니까요.
    저는 고향이 내륙인지라
    생선은 지금도 고등어가 제일인줄 알고 삽니다.
  • 한계령 05.10 00:09
    혜랑님!
    사실 저도 고향이 마산이 아니라
    마산에서 충무쪽으로 가다가 함안 쪽으로 우회전해야하는
    무슨무슨면 모모리입니다.
    시골을 고향으로 둔 사람들의 딜레마가 아닐까 싶기도합니다.
    마산이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자세히 하자니 그렇고...
    가끔씩 고향 소개를 할 일이 생길 때면 마산이라고 했다가
    괜히 부자인 척 하는 듯한 거짓말을 한 듯한 뻘쭘함을 느끼는
    촌놈이지요.
    초, 중,고를 다 마산에서 유학해서 마산이 고향이나 다름 없지만
    지금도 고향집은 **면 **리에 있군요.

    맥주좋아님!
    바다를 고향으로 두고 있지만
    여자의 친정행은 일 년을 두고 많아야 네 번입니다.
    부모님 생신 때 두 번, 운 좋으면 명절 때 두 번이랍니다.
    오히려 시댁이 있는 서해 바다를 훨씬 많이 봅니다.
    낙조가 아름다운 서해 대교를 건너
    해안선이 부드럽게 긴
    모래사장이 부드러운 대천해수욕장엘 더 자주 가지요.

    내 고향 바다의 잔잔한 물결과
    곳곳에 떠다니는 섬들도 좋지만
    경포대나 낙산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망망대해의 그 시원함과
    끝없이 밀려오는 흰 파도의 물결
    뭐든 다 부셔버릴 듯한 파도소리가
    모든 걸 풀어놓게 만드는 동해바다의 매력...
    지금 당장이라고 키를 들고 일어서고 싶네요.
  • 하득용 05.10 17:41
    테니스 실력과 글솜씨 사이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나요 ?
    공이면 공, 글이면 글. 제가 아는 혜랑누님, 그리고 눈팅으로만 아는 한계령님 대단들 하십니다.
    이거 뭐. 공도 안돼, 눈도 안돼, 할수없이 술로 밀수밖에는 없네요. 혹시 술도 말술 ?
    혜랑누님이야 술은 제게 안되는거 알고 들이댑니다. ㅋㅋㅋㅋ

  • 한계령 05.11 00:00
    하득용님!
    저는 술도 잘 합니다. ㅎㅎ
    한 20여년이 더 지난 얘기지만
    술내기 하다 모두 나가떨어지는 바람에
    택시 태워보내느라 애먹었었는 데
    다음날 학교 갔더니 우리 학교에서
    술 제일 잘 먹는 여학생이라고
    만나는 사람마다 감탄하는 바람에
    참 거시기했던 추억이 떠오르네요.
    그리고 나가 떨어진 사람의 2/3정도는 남.학.생.이었습니다.ㅍㅍ

    저의 단점은 갖춘게 너무 많은 거~~ㅠㅠ

    원래 과천은 수원소속이니까
    혜랑 언니랑 함께 수원분교 한 번 등교하시죠.
    술로 누가 밀리게 될 지...
    매월 둘째 토요일이 수원분교 정모인 데 이번 달만 26일이구요.
    꼭 한 번 참가하세요.
    대환영을 받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전테교 오프모임의 진수를 느끼게 되실 것입니다.
    초보는 고수처럼, 고수는 고수대로 즐테할 수 있는 아름다운 테니스 문화가 꽃피는 곳입니다.
  • 한계령 05.11 00:13
    올리고 보니 너무 겁없이...
    울 남편은 잘 모르는 사실인 데...
    그리고 묻혀진 페이지니까 보는 사람만 보겠죠?
    아~ 갈등 앞에 소심함이 고개를 쏘옥 내미는 데, 어쩌나.
    저 괴물은 아니거든요.
    그냥 평범하게 키 좀 크고(비너스와 같습니다.), 무게 좀 나가고
    그리고 항상 남들에게 갖춘 게 많은 게 흠이다. 라고 말하며
    남편에게는 내 인생의 고추가루라고 우기고
    제가 이 번에 사무실을 3명만 쓰는 곳으로 옮기니까
    사람들이 여러 사람 즐겁게 해 주어야 될 사람이 두 사람만
    즐겁게 거기로 가면 안 된다고 해싸턴데...
    또 하나 단점은 리플을 너무 길게 단다는거.
    누가 한 마디만 하면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계속 논다는 거.
    매일 테니스 기술 보러 왔다가 딴짓만 한다는 거.
    시간 없다하면서도 시간내서 전테교 등교하는거.
    가끔씩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잊어버린다는거.
    이런 것이 문제네요.
  • 하득용 05.11 19:07
    한계령님, 아무래도 이 교실에서 혜랑님의 언변에 대적할자는 한계령님 밖에는 없을것 같습니다.
    저도 수원 정모에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혜랑누님과 같이 간다면 더욱 환영 받겠지요. 근데 혜랑 누님이 같이 데리고 가지도 않겠지만 (자기는 술 못마시니깐.ㅋㅋㅋ) 제가 올해 1월 구미로 업무상 발령이 나서 구미로 이사왔습니다.
    과천 친정 클럽은 월 1회 서울 부모님 방문시 한번씩 가고 있습니다.3년후엔 다시 친청팀에 복귀 예정이니 그 때 한번 기회가 되면 정모에 참석 할테니 그 때 환영 부탁 드립니다.
    아니면 수원팀들 모시고 구미 한번 오시죠. 아직 저희 친정 클럽의 " 일찍 일어나는 새" 모임도 구미는 안 왔지만요...
    친정 침정 그러니 이상한데...정말 여자분들이 친정을 그리워 하는 마음,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아 ! 친정 클럽에서 공 치고 싶당....
  • 한계령 05.11 21:41
    아 ~ 네. 구미에 계시는군요.
    그러게요. 저는 제 맘대로 판단하는 단점도 있었네요.호호
    어디든 마음 붙이면 고향이죠, 뭐.
    좋은 분들과 즐테하시고,

    칼 갈아 어깨에 둘러메고
    테니스 무공 수련과
    음주능력도 보수유지 해 놓을테니
    3년 후에라도 방문해 주세요.
    갑자기 3년 후 난 어찌 되어있을런지
    진지한 고민이 생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