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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ny2011.06.04 17:19
경기를 보고, 바로 나오는 기사를 보면서 프렌치 오픈을 즐기고 있는데 참 기사들이 읽을 만 합니다. 사람들의 댓글도 재밌고... 다음 기사 앞부분이 이 경기를 요약해 주고 있네요.

Revelling in his role as the underdog, the Swiss legend was at his vintage best, seizing the initiative at all the right times, winning most of the big points, and hanging tough when he needed to.

전 이 중에서도 ' Revelling in his role as the underdog,' 이 부분( 페더러의 경기에 임했을 때의 마음을 잘 나타내는), 이 가장 중요한 승리의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올 초만해도 절대 2강 구도를 모두가 예측했을 때, 정신 차릴 틈도 없이 죠코비치에게 호주 오픈을 잃고 3위 자리로 밀렸을 때도 ' 3위든 2위든 나에겐 의미없다. 1위만이 의미있다' 라고 하다가 연이어 세 번 죠코비치에게 지고(확실한 실력 차로), 나달마저 내리 당하면서 죠코비치는 일약 자타공인 세계 일인자로 부상했지요.... 더구나 본인은 나달에게도 연이어 패배하면서 이번 프렌치 오픈에서는 '나달-죠코'의 대결구도밖으로 완전히 밀려나고 있었으니 참 마음이 어땠을까요.? 특히나 나달만이 자기를 깰 수있는 자라 인정했고 죠코는 한 수 아래쯤이라 생각해왔으니 말이죠.

그러나, 깊은 좌절과 멀어져 가는 사람들의 관심속에서 페더러는 조용히 이 날을 준비해 온 것 같습니다. 세미전까지 조용하지만 자기만의 게임 플랜을 짜고 한 발 한 발 나아가고 있었지요. 죠코비치의 강력한 좌우 샷을 허용하지 않기위해 낮은 슬라이스와 넽 플레이를 많이 할 예정이었다고.( 실제 어제 경기에서 리턴도 슬라이스를 낮게 대각선으로 넽을 살짝 넘겨 죠코의 범실을 유도한 적이 인상적이더군요. ) 어제 그의 게임 플랜이 기대이상으로 잘 이행되어 처음부터 죠코비치가 당황하는 듯 보였고, 관중의 환호가 페더러에게 거의 일방적으로 몰리면서 얼굴이 눈에 띄게 상기되는 것이 보였습니다.

다시 돌아가 신문기사의 첫 코멘트처럼, 페더러는 더이상 자신이 죠코보다 우월하다고 생각지않고 underdog 의 자세로 열심히 자기의 게임을 한 것이지요. 경험이 적고 랭킹이 낮은 사람이라면 nothing to lose의 자세가 의외의 결과를 내듯이, 그는 패배할 수 있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고, 때로 죠코의 강력한 샷에 힘없이 당하면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그의 마음 자세를 나타내는 것이라 봅니다. 반면 죠코는 쉽게 생각했다가, 페더러에게 말려 빈 자리가 막 뚫려 당황하더니, 센 샷이 여전히 먹히니까 힘으로 누르려다가 오히려 에러해서 첫 세트를 주면서 승부의 방향이 조금 결정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관중들이 페더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면서 살짝 기분도 나빴겠지요. 죠코의 올해의 활약을 본인이 얘기하기로는 심리적으로 안정이 되어 경기중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는데 어제는 그의 얼굴이 많은 흔들림을 보여주었던 것 같습니다. 테니스는 정말 멘탈이 중요한 것 같아요. 나달도 흔들리면 바로 서브가 엉망되고 경기도 꼬이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고, 죠코의 연승이 자신감의 산물이라고 하니까요.

어쨌든 페더러는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고, 정말 절치 부심했구나싶은 마음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냅니다. 개인적으로 나달을 응원하지만 저는 이번 경기전에 페더러가 일 낼 것 같다고 예측하였는데 실제로 맞았네요. 죠코가 이기고 올라갔으면 아마 나달을 3-2쯤으로 이기지 않았을까 싶었는데... 페더러의 스마트한 테니스를 나달이 조금만 벤치마킹한다면 정말 좋은 선수가 될텐데 약간 심심할 정도의 그 우직한 테니스가 좀 안타깝네요. 대세에 맞게 얍실한 드랍샷도 좀 하고 그러면 좋으련만.(그래도 그런 우직함때문에 좋아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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