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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도리2010.03.29 09:20
최근에 '치팅컬처(Cheating Culture)-거짓과 편법을 부추기는 문화'라는 책을 우연히 손에 들었는데요. 한 미국인이 현재 자국 사회를 이런 문화로 규정하고 분석한 내용인 듯 합니다.(아직 첫 부분밖에 못 읽어 보아서... 처음에 제목만 보고는 우리나라 얘긴가 싶었다는...^^)
이 분의 의견에 따르면 70년대 후반과 80년대를 거치면서 (대략 레이건 행정부와 겹치는..) 시장논리를 앞장 세워 무한경쟁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이고, 경제부문의 도덕적 해이에서부터 프로 운동선수들의 부정행위에 이르기까지 모두 이런 문화의 속성을 보여준다는 것이지요. 재미있는 것은 저자에 따르면 이런 변화가 사회 전체가 어려운 시기가 아니라 ... 냉전도 끝나고 경제적인 호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던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저도 아직 호주에 온 지 몇 개월 되지 않아서 그저 껍데기만 보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소한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 곳 사람들은 아직은 여유가 있다는 걸 여러 경로로 느낍니다.

제가 속해 있는 테니스 클럽에서도 'social tennis'와 'competition'을 철저히 구분합니다.
클럽 내에서 멤버들끼리 치는 'social tennis'에서는 지나친 경쟁을 자제한다는 원칙이 서 있는 느낌입니다.
A,B,C조 식으로 나누는 문화도 없구요.
(다만, '너무 초보자들에게는 권하지 않는다'는 회장의 안내 문구만...)
철저하게 먼저 온 순서대로 게임을 진행하고, 서로 서로 최대한 섞여서 칠 수 있도록 게임순서를 조정 합니다.
테니스 실력을 기준으로 적당히 편 가르기 하는 모습은 아직 본 적이 없습니다.
남이야 어찌 되었든 나는 조금 더 '재미있는(?)' 게임을 해야지 하는 사소한 욕심을 볼 수가 없다는 것...

심지어 게임 스코어가 5:5가 되면 그냥 무승부로 하고 끝낸다거나
6:0 스코어가 되면 2게임을 더 한다는 식의 독특한 룰도 있구요.
모임이 끝날 때면 모두 노곤해진 몸으로 유쾌한 대화를 나누고 미련없이 헤어집니다.

그리고 'competition'은 철저하게 경쟁 위주로 운영됩니다.
우리 식으로 따지자면, 이게 '동호인 대회'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당연히 신청자에 한하여 정해진 시간에만 이루어지고요.
social tennis에서 완전히 만족하기 어려운 젊은 층들은 이 리그를 많이 이용합니다.

아직 전체 시스템을 완전히 경험해 본 것은 아니라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지만...
테니스 코트라면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없을 수도 있다는 점이
현재로서는 매우 만족스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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