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 명물

* 우리 수원팀의 본거지인 수원에 대하여 써 놓은 글이 하나 있기에 올립니다.


화성(수원성)


좀 생소한 분야이지만 도시계획이나 건축공학, 토목공학을 조금 아시는 분들은 CM(construction management)이라는 것이 최신의 선진기법이라 하여 연구도 하고 적용도 하고, 교수들은 이거 강의해서 돈도 벌고 하는 경영기법이라고 알 고 계실 것입니다.

미국의 도시계획학 분야에서 3번째 손가락 안에 드는 사람한테서 CM이라는 것을 배울 기회가 있었드랬습니다.

강의 첫시간에 우리나라의 화성(수원성)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 학생들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미국사람들, 홍콩, 중국, 대만, 싱가포르, 멕시코, 케나다 등 다양한 나라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화성(수원성)에 대해서 설명하다니? 처음에는 참 의아했었습니다.

1997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만 보더라도 화성의 가치를 아시고 계시겠지만 의외로 화성의 진정한 가치를 아시는 분이 많지는 않은 듯 합니다. 저도 외국교수로부터 얘기를 듣고는 화성이 얼마나 중요한 문화유산인지 처음 알았으니까요.

화성은 정조대왕이 억울하게 돌아가신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을 자주 찾아 볼 수 있도록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주변에 별궁으로 지었다 합니다.

화성을 만들 때 총 1,821명의 기술자가 연일수 37만 6,342.5 동안 일을 했고, 석재 20만 1,404괴(대성석.중성석.소성석 포함), 목재 2만 6,206주, 철물 55만 9,030근, 숯 6만 9,056석,  벽돌 69만 4,919장 등이 사용되었고, 우(牛) 688필, 마(馬) 252필과 8,000권이 넘는 각종 지류와 단청용 물감 및 297동의 각종 붓(筆類), 103동의 먹(黑)이 들었고 59,600립(立)의 空石을 위시하여 수많은 잡물이 소요.되었으며, 정다산이 고안한 거중기(擧重器), 녹로, 발차(發車)• 동차(童車) • 설마(雪馬), 반기구 및 토사용기구(土砂用器具) 등과 각종 재래기구 등이 사용되었습니다.

좀 지루하시지요?
이리 지루한 것을 어디서 알게 되었느냐고요? 인터넷을 뒤져서 알게되었습니다요. 화성에 대하여 이렇게 세세한 기록이 남아 있답니다.

결론은 화성은 그 구조물도 예술적 빼어남이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기록문화의 진수라는 것입니다. 화성축조시에 상세히 기록해 놓은 일지(화성성역의궤)가 그대로 남아서 200년이 지난 지금 세계인들을 감탄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CM이라는 것이 간단히 말하면 건물을 짓거나 댐을 만들 때 세세히 기록하여서는, 다음번 비슷한 공사를 할 때 기존의 기록과 외부적 변수(재무, 날씨 등)를 감안하여 최적의 공정, 공사비, 각종 자원의 투입시기 등을 가장 효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면에서 화성에 대한 축조기록은 바로 CM의 첫 번째 단계를 훌륭하게 수행한 것이 됩니다.  200년 전에 컴퓨터도 연필도 없던 시절에 한지에 먹으로 써놓은 기록이 바로 최신 경영기법을 비웃고 있는 것입니다..

세계최고의 활자본을 가지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이고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 일기를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게다가 팔만대장경까지, 한마디로 기록의 문화를 가진 민족이기에 이런 훌륭한 기록을 남길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지난 토요일 오후 마누라랑 초등 5학년인 큰놈이랑 6살 먹은 작은놈이랑 화성엘 가게 되었습니다.

화성은 모든 곳이 성곽으로 이어져 있습니다.  97년 세계문화유산 인증과 지난 월드컵경기가 수원에서 열리면서 화성의 대부분을 아주 잘 복원하여 화성성곽을 전부 돌아보는 데 약 2-3시간이 걸리도록 전부 연결하여 놓았습니다. 다만 팔달문 근처만 연결이 되지 않은 곳이 있습니다.

우선 팔달문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성곽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중간중간에 “치” 라는 방어시설이 있고 포를 놓아두는 “포루”도 있고, 또한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어 활이나 총을 쏠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하얀 벽돌은 최근에 복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검은 돌이끼는 200년의 연륜을 말해 줍니다. 성곽의 하나하나의 모습은 가히 빼어난 아름다움에 넋을 빼앗길 만 합니다.

“암문”이라는 비밀통로를 통해서 성곽 밖으로 나와 성벽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군데군데 안내와 볼거리를 겸해서 서있는 전통복장을 한 수문장들에게 부탁하면 같이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수문장으로 계시는 분들이 대부분 나이 드신 할아버지들인 것으로 보아 자원봉사자처럼 보였습니다. 전날에 우리 작은 놈에게 “뮬란”비디오를 보여 줬었는 데, 그 비디오에 나오는 “성(만리장성)”과 비교할 수 있고 실제 만질 수도 있는 “성”이 눈앞에 있다는 것에 너무 신기해합니다. 그리고 수문장 할아버지들에게는 “대장님”이라 부르면서 기분 좋아합니다.

그리고 하는 말 “대장님 옷이 뮬란에 나오는 대장님 옷보다 멋있지는 않어”라고… 아마도 뮬란에 나오는 갑옷과 투구가 훨씬 멋있다고 느끼는 듯 합니다......

팔달문에서 장안문까지 성벽을 따라 돌면 정확히 반을 온 것입니다. 1시간 30분쯤 걸린 듯 합니다. 여섯날 먹은 우리아들이 그때까지는 잘 쫓아왔지만 더 가는 것은 무리인 듯 보이더군요.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고 중도에서 끝냈습니다.

거의 15여년 만에 다시 찾은 화성......그 기록의 우수성과 빼어난 아름다움과 군사적 실용성과 그리고 가족이 함께 하기에도 넉넉한 자연의 조화와 가을의 정취까지 듬뿍 머금고 있는 곳...... 바로 화성(수원성)이었습니다.

화성의 정취를 단 한번에 모두 맛보기는 어려울 듯 합니다. 계절별로 한번씩 돌아보시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