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은 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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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도 할 수 있는 애매한 세월을 코트에서 보낸 분이 어느날 그간 테니스로 해서 받았던 크고작은 마음의 상처 때문에 라켓 접겠다는 선언을 해버렸다.


한 때 꿈 속에서도 테니스를 한다던 사람이었기에 마음을 돌려보려고 또 누구와 오해가 있었거나 서운한 점이 있었다면 중재를 해줄테니 그만 풀라고 수차 전화도 해봤지만 살만큼 살아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 이런 일 저런 일 겪을 만큼 겪었고 다른 운동도 몇 종목 해봤지만...


테니스만큼 사람 치사하게 만드는 운동이 없는 것같고 코트만큼 더럽고 아니꼬운 꼴을 잘도 참아내야하는 곳이 없었다면서 테니스은퇴(?)의사가 하도 완강해 더는 어찌할 도리가 없어보여 몇차례 컴백을 권유하는 전화와 문자 끝에 냉각기를 갖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하며 체념해버렸다.


어쩌면 이전에 테니스 그만두겠다고 선언했던 다른 사람들보다 이 부부의 마음을 되돌리려고 더 열심히 애를 썼던 이유를 생각해보니 테니스인구 보전이라는 대의보다
개인적으로 아직 회수되지 않았던 감정적인 투자가 많았다는 점...

 

또 말 섞는 재미도 쏠쏠하고 죽이 잘 맞아 늙도록 공치고자 맘 먹었던 몇 안되는 사람이 한꺼번에 둘씩이나 코트에서 사라지니 그 빈자리가 더 쌩하고 타고난 성질머리 땜에 스스로 자초한 힘든 일을 겪게 될 때 뒷배가 되어주리라 믿고 의지했던 사람들이 빠져나가니 나까지 덩달아 맥이 쭉빠지는 것이 공칠 맛이 안나서였나보다.

그러던 어느날 누군가의 다시 볼치자는 집요한 들쑤심이 있었는지 산전수전에 수모도 없잖았지만 한껏 웃었던 즐거운 추억들이 더 많았던 지난 날들을 기억해냈는지 망각매카니즘이 작동해서 두사람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고..

 

자신들의 은퇴선언으로 해서 코트의 비정한 현실이 조금은 바뀌었을 것이라는 착각 때문인지 몇몇 인간들의 적나라한 저급함을 용서할 수있을 정도로 인간적으로 성숙되었는지 아무튼 지금은 열성 테니스인으로 돌아와 코트에 다시 서게 되었다.

컴백의 辨을 물었더니 부부가 저녁시간에 오랜만에 집에 있어보니 마음은 편했지만 그닥 웃을 일도 없더라구요하는 것이었다.

테니스 실력이 어정쩡한 동호인에게는 테니스가 스트레스의 주요 원천이기도 하고
삶의 윤활유요 활력소이기도 해서 이넘의 테니스가 병주고 약주고 다하네하는 감탄사를 연발케한다.

내가 그 부부를 다시 나오라고 꼬셨던 말 중에는 기독교의 영향이 다분이 깔린 말도 있었으니 나와 하느님 사이란 말을 나와 테니스의 관계로 대체해서 목회자나 동료신자들의 옳지않고 위선적인 언행에 실망했다고 해서 신앙에 회의가 생겨져 종교생활을 그만뒀다고 하는 말처럼...

 

지도자에 대한 반감이나 일부 클럽회원들에 대한 분노 등으로 테니스 그만 두겠다는 말은 테니스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아니고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고,


그리고 우리의 잘못된 언행으로 어떤 이의 신앙생활에 걸림돌이 되지말아야하듯 나로해서 테니스란 운동을 그만두겠다는 사람도 없었으면 좋겠다. 즉 내가 테니스의 걸림돌이 되는 일은 정말 없었으면 한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