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외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생업과 가정은 예외겠지만 테니스인이 뭔가 비테니스적인 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외도란 지탄을 받을 뿐 아니라 만만치 않은 반대에 부딪치게 된다.

가령 늦총각이 선보고 연애하는 것은 가정을 이루려는 노력의 일환이니 가상히 여겨 넘어가주지만 어학원을 다닌다든지 수영이나 골프, 헬스 등에 회원등록해서 코트에 뜸한 게 밝혀지는 날엔 당장 '죽을래?'같은 험한 태클이 들어온다.


외국어나 골프가 승진이나 직업적 인간관계에 절실하더라도, 테니스 핑계로 생긴 맥주, 막걸리배 집어넣어 점수 따려는 건데....또 마누라 눈치 보느라 주말마다 대회 같이 뛰기로한 파트너 언약은 고사하고가방 속에 들어앉은 라켓 두자루가 바깥세상 구경한지도 어언 몇 주가 흘렀다면 코트에선 아직도 쥐여사는 못난 X이라고 혀를 끌끌 차고 있을 것이다.


그사람이 가정의 평화를 위해 남편으로서 엄청난 테니스적 희생을 치르고 있다거나  
곧 사춘기란 급류에 실려보낼 아이들에게 마지막으로 부모노릇하는 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은 절대 못한다.

공치던 아줌마가 알바나 취업준비로 하루아침에 그만 두겠다거나 당분간 쉬겠다고 하면 누가 대신 용돈이나 월급 줄 게 아니라 극구만류는 못하지만 다른 방도는 없는지 건강이 중하지 돈이 더 중하냐는 맥없는 설득을 하다만다.


그런데 새로운 걸 취미삼아 배우겠다거나 무슨무슨 요일은 테니스 휴일로 하겠다는 이유를 댈 땐 일탈이나 심지어 배신행위로 간주 '무신 소리...!'하며 옷소매든 발목이든 붙잡는다.


아니면 어떤 사람이나 그룹과의 불화나 반목이 진정한 이유일 걸로 상정하고 조곤조곤 타이르거나 화해를 주선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일반적이진 않았을 것이나 내겐 그렇게 비쳐졌고 그게 옳다는 생각이었다.

 

테니스에 올인하지 않는 뜨뜻미지근한 사람이나 테니스적인 외도를 하고있는 사람이 눈에 띄면 누가 시키지 않은 일 즉, 이를 비난하고 말리고 좀 더 열심히하란 독려를 해왔는데 이 과정에서 주제넘단 욕도 많이 먹었던 것같다.

그런데 테니스에서 한발 뒤로 물러나 보니(어쩌면 더 여러 걸음이겠지만) 안에 있을 때는 지지고 볶느라 안보이던 것이 새롭게 보이고 테니스판에 매몰되어 관심이나 흥미를 못느끼던 것들의 이끌림에 몸을 맡겨보게도 되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삶 속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여유도 생기고 테니스가 들으면 기가 막힐 노릇이겠지만 잃은 것과 얻은 것의 경중을 헤아리는 저울질도 해봤다.


하루 더 열심히 재활하면 공칠 날을 며칠 앞당기지 않을까하는 과욕도 슬그머니 사라지고.... 이런 맘이 드는 건 단순한 합리화가 아니라 공 못치는 처지를 비관하지 않는 긍정의 힘??

엄마들이 주류인 여성회에선 2010년 한해의 시작이 꼭 삼세번일듯 싶다.

 

새해가 지났고, 얼마전 음력설도 지나니 이제 동계올림픽 메달수를 세다보면 개학하는 3월이 닥친다. 며칠 전부터 외투 앞자락을 여미지 않고 펄럭거리며 다녀도 추운 줄 모르겠더니 어제랑 오늘은 봄이 서둘러 온 것같다.


3월이 다음주로 다가와 턱을 받치는데 3월부터는 코트에 빈걸음이라도 해보려한다.
글쎄 또 '다음주'로 미루는 게으른 타령이 되려나....

아식스란 상표가 anima sana in corpore sano(건강한 육체에 건강한 정신)의 약자라는 걸 최근 알았는데 테니스적으로 심신이 건강하지 못한 상태라 글 올리기가 많이 망설여진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