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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에서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모른다.

테니스코트에까지 와서 죽을 상을 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비록 어제밤 배우자랑 사느니 못사느니 대판 싸웠다하더라도,
자식 땜에 학교로 경찰서로 불려가 속이 숯검뎅이가 되었더라도,
치솟는 집값에 한숨 쉬거나 휴지조각이 되어버린 주식시세로 하루하루 사는 일이 온통 비관스러워도,
다 큰 자식이 졸업하고 청년실업 대열에 끼어 하루하루 시들어가는 걸 보면서 억장이 무너져도,
퇴직한 남편 눈치보며 몰테(몰래몰래 테니스치기)를 하더라도,
테니스랑 이혼불사하고 한판 붙겠다고 벼르는 무서운 마눌님이 집에 계셔도,
정기검진하고 나서 좀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는 말을 들은 다음날에도,
늙고 병들어 어린애가 되어버린 부모님 뒤치닥거리하러 허겁지겁 쫓아다니다왔어도,
내가 테니스에 미치는만큼 부인은 교회에 미쳐가는 것이 못마땅하고 자식걱정마저 들어도,
카드빚 독촉에 가뜩이나 여유가 없는데 시골집에서 돈 부치라고 성화를 받쳐도,
일간지 사회면 부정적 기사꺼리가 내 생활이나 가정에까지 침투해있어도,
사업이나 진급같은 중대차한 일이 소소한 일이나 오해로 자꾸 꼬여 가더라도,
......
정말 가깝게 지내는 몇몇 회원에게는 술잔 기울이며 착찹한 근황이나 심경을 조금은 털어놓기도 했겠지만
.....
이젠 불편한 마음이 표정으로 떠오르지않도록 적당히 가릴 줄 알만큼 살았기에,
가끔 헛헛한 웃음으로 공치다 문득문득 떠오르는 근심을 누르기도 하지만,
공 쫓으며 이리저리 뛰다가 정말 깜쪽같이 온갖 근심걱정이 다 사라지는 순간이 있어
그래 집구석에 구겨져 있지않고, 코트에 나오기 잘했어 싶어질 것이다.
물론 하하호호하던 코트를 나서서
고스란히 날 기다리고 있을 산적한 문제들로 향하는 발걸음은 다시 무거워지겠지만
테니스란 위로의 약빨 그 효과가 남아있을 때까지는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져있으리라.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한계령 05.23 02:39
    망각의 즐거움이 가져다 주는 쓸쓸함 마저 있게 해 주는 테니스가 있어
    살만 합니다... 사랑해 ! Tenn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