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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 테니스 선수 만들기







인간의 목소리와 가장 닮은 소리를 내는 악기가 첼로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세계적인 첼리스트는
장한나, 카잘스, 로스트로포비치 등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연주가는 요요마이다.

몇 년전,
첼리스트들에게는 목숨과도 같은 자신의 32억짜리 첼로를 택시에 두고 내려
천재들은 건망증이 심하다는 것을 증명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던 요요마는
중국계 미국인으로써 음악을 전공한 부모로부터 태어나
네 살때 첼로의 성서라고 하는 바흐의 무반주 첼로곡을 거뜬히 연주하고
아홉 살엔 거장들만이 설수 있다는 카네기 홀에서 연주를 하는등의
어릴때부터 천재 음악가로서의 자질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지금은 세계적인 연주가의 반열에 올라선 사람이다.

이런 훌륭한 음악가를 길러내기까지는
묵묵히 뒷바라지를 한 부모님이 계셨는데
요요마의 어머니가 쓴
"내 아들 요요마"란 책에 보면 아주 흥미로운 구절이 있다.

"훌륭한 음악가가 태어나려면 3세대의 노력이 필요하다.
1세대는 자녀에게 양질의 음악 교육을 시킬 만한 돈을 모아야 하고,
2세대는 그 돈으로 최상급의 음악 교육을 받아야 하며,
마지막 3세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바람직한 환경과 뛰어난 유전자를 모두 갖춘
그야말로 천재적인 음악가가 탄생한다"

요요마의 아버지는 이러한 독특한 가설을 만들어놓고
일명 "천재 음악가 만들기 대작전"을 펼쳐 요요마라는 아들을 낳았고
이후 헌신적인 희생을 하여 아들을 세계적인 천재 첼리스트로 길러냈다고 한다.

음...

천재적인 테니스 선수 한명을 만들어 내는데도
요요마 아버지의 가설이 필요할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다.
한국에서 사라포바와 같은 훌륭한 선수 한명 길러내려면 그의 가설처럼
많은 돈과,
테니스 선수생활을 했던 부모와,
그 부모에게서 탁월한 테니스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 아이가 있어야만,
훗날 그 아이가 부모의 헌신적 노력으로
천재적인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을것이라 생각한다.

언젠가도 말했지만
나에겐 요요마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을정도의
천재성이 엿보이는 네살난 여자 조카애가 있다.

다만,
요요마와 다른점이 있다면
조카는 첼로 대신 테니스에서 그 천재성이 드러난다는것이다.
(물론 천재성이니 뭐니 하는건 순전히 나만의 주관적 판단이다 ^^)

걸음마 떼기도 전에 에너자이저 광고를 보고
팔굽혀 펴기를 흉내내고(조카는 다른 광고는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았다),

혼자서 걸을수 있을때쯤엔,
편리한 엘리베이터를 놔두고 꼭 계단만으로 올라가려 했고
더욱이 계단만 보면 놀이기구라도 발견한것처럼 좋아 어쩔줄 모르며
한계단 한계단 계단층계를 밟고 올라가는걸 아주 즐겨했다.

그때마다 조카의 엄마는
나중에 조카가 자라서 여자로서는 치명적인
굵은 팔뚝과 조선무시다리를 가질것을 우려하며
심각한 표정을 짓기도 했지만,
"느그 자식은 테니스를 배울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났음"을
그녀에게 강조하면서 조카 엄마에게 세레나 윌리엄스의 사진을 보여주며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아이의 유전자를 애써 확인해보지 않더라도 조카의 특별한 행동에서는
분명 운동과 관계지어질 그 무언가가 있다는걸 나는 확신했고,
어떻게 해서든 테니스와 연관된 유전자를 찾아보려
조카의 부모를 취조해본 결과
둘이서 탁구(table TENNIS)를 치며 연애를 했다는것과,
조카의 증조할아버지께서는 씨름선수였다는
놀라운 역사적 사실까지 알아냈다.

기.억.난.다.

처음 조카를 테니스장에 데려 갔을때,
놀이터의 그네를 발견한 아이처럼 네트를 향해 뛰어가더니
갑자기 네트 중앙에 서서 "삼촌!!! 내 키와 똑같애"라는 말을 했고
다시 심판석을 향해 쪼르르 달려가더니 그곳엘 올라가겠다고 떼를 써서
"테니스 선수가 아니라 심판으로 키우는게 더 현명할것 같애'라는
조카 엄마의 말에 폭소를 터트리기도 했는데....

곧장 조카에게 라켓을 쥐어주며 레슨을 해주었다.
사실 네살난 아이에게 맞는 라켓이 하나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아랑곳 하지 않고 성인라켓을 들더니
스윙을 금방 따라 하는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분명히 포핸드 스윙을 가르쳐 주었는데
조카는 어찌된일인지
신이내린 백핸드를 구사하는 삼촌의 조카라는걸
만천하에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
모든 레슨볼을 백핸드로 쳤다.

더군다나 고수들도 밟기 힘들다는 스탭 인의
고난위도의 풋워크까지 곁들이며
체중이동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모습에서는 탄성이 절로 나왔다.

나는 온몸의 솜털이 곤두설정도의 전율을 느꼈고,
조카야말로 윔블던 우승을 이루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띄고 태어났음을,
드디어 우리 집안에도 천재 한명이 탄생했음을 기뻐하며
조카부모에게 "테니스 선수로 키울수밖에 없음"을 역설하며
윔블던 우승 금쟁반을 조카가 품에 안을때까지
나 역시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는 맹세를 했다.

이후,
틈나는데로 조카와 테니스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테니스 노래를 부르고,
(♬아빠가 출근할땐 뽀뽀뽀!가 아니라,
♬아빠가 출근할땐 테니스! 식으로 개사하여 불렀다)
테니스 그림을 그리기도 했고,
무엇보다 조카를 데리고 공원 잔디밭(윔블던을 대비하기 위해)에 들어가
잔디 적응훈련을 시켰으며,

놀이방에 다녀와설랑은
"난 의사가 될거야"라며 장래희망을 말하는 조카에게
"커서 뭐가 되고 싶냐고 누군가 물으면
반드시 테니스 선수라고 대답해야 한다"라고 일러주며
그 녀석이 좋아하는 "짜요짜요" 뇌물을 바치며
철저히 세뇌를 시키기도 했다.

나는 "조카 일류 테니스 선수 만들기 프로젝트"를 만들었고,
이번 사라포바의 우승을 지켜보면서 그녀처럼
10세때 닉 볼리티에르 아카데미로 조카를 입학시키고
16살에 윔블던 우승을 함으로써
기존 힝기스가 가지고 있던 최연소 윔블던 우승 기록까지 갈아치우자는
원대한 목표까지 세웠다.

그런데 나의 이런 거창한 프로젝트를 그의 부모에게 말해 주었더니
대단히 현실적이며
특히 나와 함께 국보급 구두쇠 쌍두마차라 할 수 있는 조카의 엄마는
"그 많은 돈은 누가 지불하지?"라고 반문을 하는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문제는 돈이었다.

나는 얼떨결에 "내가 책임질께"란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게 되었는데,

이성을 되찾은 후에는,
테니스에 푹 빠져있는 11살난 아들에게 생일선물로
근사한 테니스장 하나 지어서 선물해줄 정도의
앤디 로딕 아버지 같은 부자는 못되더라도,

최소한 10살난 딸을 프랑스 오픈에 데리고 가서
일류선수들의 경기를 관람시켜주며
딸에게 큰 꿈을 품게 할 정도의 에넹의 어머니같은,
그 정도는 이 삼촌이 해줄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조카의 엄마는 한국의 테니스 현실을 꼬집으며,
만에 하나 테니스에 올인을 했다가
윔블던 우승은 커녕 평범한 선수로 전략할 경우
과연 아이는 테니스 하나만을 가지고도 성인이 되어서 밥을 먹고 살수 있겠느냐?라고
더욱더 현실적 문제를 제기했다.

무엇보다 박세리는 한국선수라 할지라도
얼마든지 세계골프무대에 나가 성공할수 있음을 보여주었지만,

아직까지 테니스를 통해 그러한 큰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한국선수는 없지않느냐는 말까지 덧붙이며
끝끝내,
테니스는 아이에게 그저 취미로만 가르쳐 주고 싶다라고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보아하니,
조카의 엄마는 한국의 테니스계 뒷조사를
철저히 한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는 유독 테니스가 찬밥 신세인 것 같다.

세계 3대 스포츠는 축구, 골프, 테니스라고 하는데
세계화를 부르 짖은지도 어언 10년이 지나가는데도
테니스만큼은 여전히 비인기 종목이다.

그러니 당연히 테니스 하나만으로는 밥빌어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것도
무리는 아닐듯 싶다.

사실,
음악의 3대 악기는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인데,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첼로 가지고도 밥먹고 살기 힘들다고 한다.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라는 연주가는
"독주자로 먹고 살수 있는 첼리스트는 로스트로포비치와 요요마 정도뿐"이라고
말하며 그 두사람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직장이 있어야 한다고까지 했다.

이유인즉,
첼로는 독주회 레퍼토리 숫자도 부족하고, 협주곡, 소나타 독주곡 모두 합해봐야
30여곡 내외라고 하니
첼리스트로 밥먹고 살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울 수밖에.....

이곳저곳에서 올해 윔블던에서 우승한 사라포바에 대한
이야기가 큰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내 마음 한켠에서는
언제까지나 외국선수의 우승에만 우리가 이렇게 환호해야 할까?
정말 우리나라 선수는 윔블던 결승전 무대에 설수는 없는걸까?란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사라포바가 우승후 감격에 겨워
관중석의 아빠를 찾아가 품에 안기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
그리고 핸드폰을 가지고 내려와 엄마에게 전화하는 모습등을 떠올리며,

12년후 나의 조카가 사라포바가 우승했던 그자리에서 핸드폰으로
"삼촌! 드디어 윔블던 챔피언 먹어여욤!"이라고 말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보기도 하는데,

하지만,
구슬프게만 들려오는 첼로의 반주소리를 들으니
왠지 나의 꿈은 그저 상상만으로
그칠것같다는 생각이 나를 서글프게 만든다.

정말이지 한국의 테니스 시스템으로는
사라포바와 같은 세계적인 선수를 만들수 없는걸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마이클 킴 07.07 17:13
    조카의 투백사진은 연무중에서 처음 레슨해주며 찍은건데,
    가르쳐준 포핸드는 안치고 저렇게 백핸드로만 쳤다는것 아닙니까!!!

    그리고 조카는 다른 모자는 다 싫다하고 오로지 저 전테교 챔피언 모자만
    좋아한다는...ㅋㅋㅋ
  • 최진철 07.07 22:21
    완벽한 라켓의 각도.. 왼손 스트래이트... 오른손도 완벽하고..
    스텝까지??

    헐~ 정말 놀랍습니다 ^^
  • 최진철 07.07 22:28
    어디서 읽었는대..

    테니스 천재들은 눈을 보면 알 수가 있다고 하던대.. ^^
  • 박성식 07.08 09:11
    천재가 천재를 알아본다더니,
    잘 보셨으리라 사료됩니다.
    하여튼 마이클킴님은 테니스는 쪼깨만하고
    돈좀 많이 벌러 다니세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