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대아대바라아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가 갖고 있는 보조장비들은 굴곡이 많았던 테니스개인사를 말해주는 산증인이다.

한 롤에 만원이 넘어 비싸다 싶었던 키네시오테이프는
최소량을 잘라 좍좍 늘여 붙이며 아껴아껴 썼는데
옆사람이 나도...하면서 손 내밀면 차마 거절의 말은 못하고
호기있게 덥썩덥썩 잘라 척척 붙이는 걸 침 꼴깍 삼키며 속으로 아까와 발발 떨었는데
(아마 청각이 예민한 사람은 새어나오는 신음소리를 들었거나 듣고도 무시했을 것이다)
언제 세일을 한다기에 왕창 사서 재어놓고 나서부터는
나한테 붙일 때에도 호기가 생겼고 남한테도 스크루지노릇은 더이상 안하게 됐다.
하지만 옆사람한테 노다지 오버그립 빌리는 사람이나
남의 스프레이를 왕창 뿌려 빈통 만들어 돌려주는 사람,
새공 없어요?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사람을 보면
소모품은 빌리지도 빌려주지도 말고 각자 갖고 다니는 미풍양속을 기르자
뭐 이 비슷한 말이 욱하면서 목구멍에서 오르락내리락거린다.

팔꿈치에 하는 앨보용, 손목용, 발목용 아대들은 몇년 째 옷장 맨아래서랍에 나란히 놓여있는데
얘들은 돌아가며 딱 한번씩 밖엔 안쓰고 현역에서 물러나 예비역으로 대기 중에 있다.
참 정형외과에서 파는 독일제 앨보용 아대는 팔뚝 굵은 아저씨한테 빌려줬다가 너무 늘어나버려
난 이제 필요없으니 가지세요했다가 그 넘의 필요가 다시 생기는 바람에 환율급등으로
비싼돈 주고 또 샀던 기억이 짠하다.

튜브처럼 생겨 양말 신듯 발에 꿰어 무릎에 쭉 올려신는 것,
이리저리 벨크로가 꽈져 있는 장황한 구조에 비해 잡아주는 맛은 밋밋한 제품,
가격은 센데 아주 단촐하게 생겨 움직임이 좋을 것같아 비교적 최근에 올림픽코트 부스에서 산 것 등등
종류별로 무릎아대가 이처럼 다양한 까닭은 이것도 저것도 만족할만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마어마한 허리아대는 다른 아대에 비해 서랍 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할 뿐 아니라
입어도 추장스럽기 짝이 없어 차라리 콜셋으로 대신할 껄 괜히 샀다싶은 후회가 치밀고  
어깨 아대는 그걸 입고는 도저히 라켓을 휘두를 수 없어 바로 반품해서
지금 쓰는 라켓의 일부로 교환되어 있으니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빤스만 입으면 될 줄 알고 마라톤 시작한 사람이나 골프보다 돈 덜들 줄 알고 테니스 시작했던 나같은 사람이나......쯧쯧

PS
새벽 3시에 있을 페더러 경기 보러 일찍 잠자리에 들었더니 알람 울리기 한참 전 너무 일찍 깨버려 다시 잠이 들까봐 사이버 공간을 방황하다 문득 규중칠우쟁론기에서 영감을 얻어 나의 아대 얘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