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페더러-로딕 간의 윔블던 결승이 있기 전(정확히는 페더러-하스의 준결승이 있던 날이었던듯)
라카에서는 로딕이 그랜슬램 우승을 했는지 여부를 놓고 열띤 설전이 벌어졌다.
난 로딕이 페더러가 1위 등극하기 전 2002년 아니면 2003년 쯤 US-Open 우승을 했고
(2002년은 내 테니스 원년이기 때문에....
그가 우승 후 스탠드로 뛰어올라가 당시 자신의 코치였던 브레드 길버트랑 포옹했던 장면도
또 그 얼마 후 한시간반동안 생중계로 진행되는 Saturday Night Live라는 코메디프로에 출연해
연애인 해도 될법한 제법한 연기를 펼쳤던 걸 아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고)
그 즈음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랭킹 1위도 했던 사실을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에
내기 판돈을 너무 크게 올려 아예 판을 깨지 않는 범위 내에서 내기를 유도했고
앤디가 2003년 US-Open에 우승했다는 사실을 검색해냄으로써 결국 내기에 이겨
내 편에 따라 걸어준 분들께 감사하며 축하를 받으며 다소 우쭐해하며?
제일 큰 사이즈의 베스킨 라빈스 아이스크림을 라카 가득한 엄마들이랑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물론 내가 제일 많이 먹긴 했지만.

라카 안에서는 쓸데없는 주장이나 말도 안되는 논리로 시작해서
겁도 없이 우기다가 호기있게 판돈을 키우고 ....하다보면 내기가 성립된다.
다행히 우리 코트에서는 바로 컴퓨터 검색이 가능한데
약간의 법석과 소란 뒤에는 승자와 패가가 판가름이 나서 큼직한 수박을 전화로 배달하기도 하고
진사람이 쭐래쭐래 구멍가게로 달려가 사람수만큼 아이스케키를 사오기도 한다.
사실 이런 내기는  
잘난 척하려는 사람들의 영웅주의도 아니고,
꼬치꼬치 따지기 좋아하는 사람들간의 폼생폼사이기보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음료나 수박, 아이스크림을 다른 사람의 지갑을 빌어 공 같이 치는 여러 사람에게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해보는
누가 이기든 지든 상관않고 그저 재미로 하는 넉넉한 인심의 발로인 셈이다.

이번엔 路上에서 페더러와 오랜기간 여자친구, 연인으로 불리다 결혼한 Mirka랑 로저는
언제 만났는지를 놓고 또 설전에 휘말리게...
두사람의 만남은
2000년 시드니 하계올림픽 때 스위스 남녀 대표선수로 출전하면서라고 공식적으로 알려졌으나
그 이전 매년 연초에 호주에서 열리는 국가대항혼복대회인 호프만컵에 같이 출전하면서부터라는
처음들어 신선하기도 했던 주장을 매우 확신에 차서 펼치시는 분이 계셨다.
두사람 다 스위스(작은나라)출신 테니스선수다보니
올림픽 전에도 서로의 존재를 어느정도 알고 지냈을 것이고
피차에 은근히 연모하는 마음을 키우고 있었는지 나로선 알 수 없었고
하긴 어떤 혼복 대회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두사람이 end change 때 의자에 나란히 앉아 쉬면서 타월로 땀을 닦는 장면도 떠올라
내기는 유보하고 집에 가면 꼭 찾아보리라 결심을 했는데
호프만컵 사이트를 뒤져보니

1996년부터 은퇴하기 전 마티나 힝기스가 스위스대표선수로 출전해서
2001년에 힝기스-페더러가 우승을 했으며
드디어 2002년 바브리넥-페더러가 출전했으나 페더러의 부진으로 우승은 못했다고
(아마 이 장면이 자주 인터넷에 떠돌던 페더러 미르카의 혼복경기였던 것같고 2002년 투어 은퇴했으니)
내기를 걸지 않았던 걸 후회하면서....
2000년에 만나 연인사이로 발전했다는 공식기록을 다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지금도 어느 라카에서나 tennis trivia는 계속 되고 있을텐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