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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판 위의 function key들은 참 편리하지만
컴퓨터세대인 요즘 아이들에게 오프라인에서의 일도 just click away라는
그릇된 믿음을 심어주는 역기능이 있다고.

즉, reset 버튼을 누르면 세상 모든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고
escape key로는 귀찮은 일, 싫증난 일들에서 가볍게 도망칠 수 있으며
delete key로는 불필요해진 것, 보기 싫은 일들을 감쪽같이 사라지게 할 수 있다 등등.
요술지팡이가 따로 없다.

아주 어린 나이라면 현실과 가상을 혼돈해 진실된 거짓말을 한다거나
보자기로 망또를 두르면 수퍼맨처럼 날 수 있다는 확신에 차 이층에서 뛰어내리기도 하는데
어리니까 그럴 수 있는 일이라면서 동정을 받고
대신 그런 혼란을 조성한 어른과 사회가 비난을 받는게 마땅한 일일테다.

그런데 다 큰 정도가 아니라 급속도로 늙어가고 있는 나는 잠들기 전 이런 상상을 하곤한다.
내 몸 곳곳에 function key들을 달아놓아
고쳐도 고쳐도 영 마음에 안차는 스트로크의 나쁜 습관과 발리면이 엎어지는 고질병을
삭제해서 새로 배워 입력하고 싶고
부상이 잦은 곳에는 escape key로 뚝딱
이십대 초반부터 꼬이기 시작한 내 인생을 새로 시작하게 해 줄 리셋 버튼이 있다면!하는
그렇지만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뒤척이다 생긴 뻐근한 통증이 허황한 마음을 꾸짖는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