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만의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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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시공부하러 고시원 대신 절에 들어가던 그 옛날 그 시절
절에서 육법전서 대신 주역만 열심히 파고들었다가 연수원 들어간 후배가 제법 많도록
가문의 영광인 고시합격 대신
도서관 앞 휴게실에 앉아 지나는 친구들 붙잡아 소일삼아 사주풀이나 하고 있던
써클(동아리)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에게 커피 한 잔 사주고 장난삼아 손바닥도 내밀고
생년월일 음력으로 알아다가 태어난 시까지 가르쳐준 적이 있었으니
올해 초에 누가 묻기에 난 생전 점치러 간 적이 없다고 했던 말은
사실과 약간 다를 수 있겠다.
그런데 그 넘이 예쁜 내 친구한테는 바람기가 있다느니 사별할 괘가 있다느니 하더니
나보고는 넌 일부종사형이라고 단언하는데
솔직히 그 말에 자존심이 살짝 구겨졌고 불쾌한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 친구가 내 점괘를 잘 본건지
그 모노가미하단 점괘가 자기실현적 예언이 되어버렸는지
때때로 수퍼에서 신제품을 시도하긴 하지만
생필품구입 때마다 특정 브랜드에 충성스런 소비자 노릇을 하게 되었고,
줄줄이 딸린 동생들 혼사에 누를 끼칠 이혼도 한 적없이
은혼식 맞을 정도로 한 사람과 꾸준히 잘 살고 있고,
라켓은 종종 바꾸지만 사부는 거의 안바꾸고 꾸준히 레슨 받는 편이고,
테니스 시작하고 나서 7년동안 다른 운동에 한눈 한 번 판 적이 없었고
특히 골프는 테니스에 대한 중차대한 범죄나 배신행위로 여겨
즉 외도나 바람 피우는 걸로 절대금기시 해왔다.

부상으로 인해 테니스 강제휴식을 하게 된 기간에 국선도를 깊이 천착하셨던 어떤 분이
테니스 계속 하려면 꼭 심신수양인 국선도를 병행해야하고
만일 테니스를 못하게 되더라도 국선도는 꼭 하라는 충고를 자주 해주셨는데
미루고 미루다가 며칠 전부터 수련원에 나가게 되었다.

비록 여기서도 최하수&왕초보지만
잘치려고 힘들어가면 네트에 걸리거나 퍼내게 되듯
처음 온 사람은 절대 잘하려고 하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들었다.

젊어서 시작했으니 얼마나 좋으냐는 부러움 섞인 말을
주위의 할머니 동기생들한테 들었지만
내 몸이 새로 받은 도복처럼 뻣뻣하다는 것과
이 상태로 쳤는데 여기저기 탈이 나지않았다면 이상할 일이다.
타고난 올빼미가 후천적 종달새로 모드전환이 가능할까?
또 그게 가능해도 한동안 엄청 피곤하지 않을까?

하지만 새롭고 유익한 세계에 눈 뜨게 해주신 몇 분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