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트의 쓰레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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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를 바닥재질에 따라 클레이냐 하드냐 인조잔디냐 등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코트는 모두 몇 면이나 있는지, 라이트시설 유무
관리는 잘되고있는지 아니면 관리의 손길이 미치지않아 방치에 가까이 버려져 있는지
아파트 단지 내에 있어서 끊임없이 민원에 시달리며 풍전등화상태인지
아님 공원이나 학교 내에 있거나
인근 주거지역과 뚝 떨어져 놓여있어 민원에 관한 한 뱃속 편한 코트인지
회원들이 많지만 서로 화목하고 회원수가 점점 늘고있는 활성화된 코트인지
몇 명 되지도 않는 회원들이 서로 반목하는 코트인지
.....
내가 속한 인조잔디코트에서는  
클레이코트에서처럼 공자국이 찍히지않아
인아웃콜에 관해 전적으로 상대편의 양심에 맡겨야하지만
양심이 들먹여지는 항목은 라인콜 외에도 많은 것같다.

녹색바닥이 주는 시각적인 안정감 때문인지
얼핏 보기에 신생 코트같고 전체적으로 깨끗하다는 인상을 주지만
자세히 둘러보면
담배꽁초와 빈담배갑, 일회용커피봉지, 과자봉지, 종이컵,
나무젓가락, 음료수통, 병뚜껑, 계란껍질, 대일밴드
아이스크림 껍데기, 쥬쥬바 껍데기, 아이스케키 나무스틱,
바람과 함께 사라지지않고 날아다니는 정체불명의 비닐봉투
과일 껍질(바나나, 수박, 귤)이나 씨있는 속부분(사과, 자두, 복숭아) 또는 꼭지
컵라면의 잔해,
등등 가정에서는 쓰레기통 안에서만 볼 수있는 이같은 생활쓰레기가
가끔 코트에서는 쓰레기통 밖에서 자주 눈에 띄어서 탈인데
테니스장 고유의 쓰레기로 분류되는 쓰레기도 만만찮다.

공 따고 아무대나 내버린 플라스틱 캔과 금속뚜껑
오버그립 새로 감고나서 헌그립 버리고 새그립과 같이 감겼던 비닐스트립도 함께
누가 잊고 갔나해서 주인찾아주려고 들어올렸다가
나달나달 닳고 구멍뚤린 곤한 몰골로 미루어 주인이 거의 나설 것같지않은 듯한 장갑
한번은 네트포스트에다 울화를 터뜨리고 완전 쭈그러들어 내던져진 라켓도 봤다.
팅팅거리는 소리를 잡아주는 배꼽도 바닥에 떨여져 있으면
잠시 전까지 윙윙거리며 날라다녔지만 지금은 생을 다했거나 또는 밟혀서 코트에 납작 누워있는 벌레들마냥
누가 치워줬으면하고 바라게 되는 눈에 거슬리는 쓰레기다.

재활용되어야할 플라스틱, 유리병, 스티로폼, 종이류 등이 쓰레기봉지에 그대로 버려지기도 하고
여러손이 관여되다보니 음식물쓰레기도 따로 분류해서 버릴 수 없는 입장이다.

하지만 코트에서 제일 무서운 쓰레기로는 수박껍데기가 단연 으뜸인 것같다.
먹고나서 산처럼 쌓이는 껍데기 양도 문제가 되지만,
썩으면 뭉클한 냄새에 물이 많아 다른 것들을 덩달아 썩게할 뿐 아니라
비닐 쓰레기봉지의 작은 구멍도 용서 못하고 줄줄 새게한다든지

글쎄 위에 열거한 쓰레기들은 한 때 자신에게 주어진 찬란한 임무를 무사히 마치고 난 후
간사한 인간에 의해 갑자기 팽 당하면서 쓰레기란 이름으로 불려지는 억울한 사연이 있을텐데
공치는 사람 중에는 이런 쓰레기보다  못한 인간이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