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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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 초 저녁 때 귀가한 남편이 낮에 회사로 황당한 손님이 찾아왔었다고 했다.
군에서 함께 복무한 사람으로 남편보다 고참이었는데 언어폭력과 구타로 자길 몹시 괴롭히던 사람인데
어떻게 알았는지 남편의 근무처를 알아내어 제대 후 취직이 안되서 놀고 있는데 
지난 날은 미안하게됐으니 다 잊자하면서 구직을 부탁하더란다.
당시 남편은 군대 경력인정으로 쥐꼬리만큼 호봉 더 받는 게 고작이었던 말단연구원이었는데
취직을 시키고 말고 할만한 아무 힘도 없었다.
오죽 답답하고 비빌 언덕이 없는 궁색한 처지였으면 자길 다 찾았겠나싶은 연민의 정 때문에
밥이나 사먹이고 돌려보냈다고 했다.

비오는 주말아침이 야속하기만 한 아저씨들은 라카 안에서 창 밖의 비를 보며
하늘과 절기와 기상청 욕을 하다 의기투합해서 땀빼러 탁구장에 가겠단다.
해서 나도 생긴지 꽤 되었는데  여지껏 한번도 안가본 탁구장에 이참에 묻어가보기로 했다.
워낙에도 똑딱볼이었지만 테니스 땜에 감이 달라져서인지 처음엔 공이 탁구채에 잘 맞지도 않았다.
내가 테니스장에서보다 탁구장에서 훨씬 더 민폐라는 걸 깨달아서
기다리는 사람도 없어 잘됐다싶은 로보트(탁구볼머신기)랑 실컷 놀다왔다.
그런데 탁구장에선 탁구 잘치는 사람이 장땡이라
아무리 테니스 잘치는 사람도 탁구장에 와선 탁구 B나 C한테도 완전 깨갱이었다.
코트에선 말씀이 적고 조용한 분으로 알던 회원은 자신이 옛날 탁구레슨 받았던 얘기며....
탁구라는 주제의 말문이 터지셨나보다.

어떤 사람 L에게는 초보일 때 공 못친다고 심하고 집요하게 구박했던 고수가 있었는데
그 후 L은 일취월장해서 그 고수를 번번히....
한동안 라이벌로 앙숙이던 그 고수와 L의 관계가 점차로 고수가 L에게 완전 깨갱하고 지낸다는 소문이.

공 잘치는 사람들이 더 악착을 떨며 열심일 때 그들이 좀 쉬어주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더 나이들기 전에 내가 하루빨리 업이 되면.....하지만
냉전시대 군비경쟁마냥 한쪽이 지쳐 나가 떨어질 때까지 끝이 없을 것 같아 씁쓸하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