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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참 이상한 일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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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테교 정모나 번개에 가끔 나가보면,
이분들은 왜 오셨을까 할 정도로 아주 잘 치시는 분부터
이분들은 그 짧은 구력에(와! 빠르다!) 어떻게 알고 오셨을까 할 정도로
라켓 잡은 지 불과 며칠만에 오신 분들까지
다양한 실력과 그보다 더 다양한 연령대에 속한 분들이 와 계시더군요.
다른 클럽에서는 30대 초반도 눈 씻고 찾아봐야 없는데
여기는 눈부시게 젊고 테니스에 대한 열정은 뜨거운 십대, 이십대들이 많고
이들의 기가 제게로 전해지는게 팍팍 느껴집니다.
고수의 고압적이고 타인을 무시하고 배려않는 악습이 없는,
하수의 막막함과 좌절 그리고 끝모를 설움이 없는,
새로운 테니스문화를 창조하겠다는 기치 아래 모인 사람들이라서
서로 양보하고 도와주면서 공을 나누고 정을 나누기에
지지고 볶는 아파트단지 클럽 상황에 익숙한 저 같은 팍팍한 사람 눈에는
아주 신기한 하루가 펼쳐집니다.
물론 좀 친해져서 비하인드 스토리를 듣게되면
여기서도 많은 개인적 희생과 봉사를 하시는 분이 있고
이런 그분들의 수고의 과실을 별 기여하는 바 없이 똑똑 따 드시는
염치불량(?)인 분들도 계시다고...
2080(20프로는 열심히 일하고 나머지 80프로는 하는 척만해도 사회는 굴러가게 되있다나)
이라는 사람사는 이치가(개미나 벌까지) 다 그러한가봐요?
그런데 다양한 실력차와 연령차의 클럽이 유지되고 나날이 번창하는 것 이상으로 특이한 점은
젊은 분들 중에는 한 달이 다르게(이분들을 자주 볼 기회가 있다면 하루가 다르게라고 하겠지만)
눈에 띄게 쑥쑥 실력이 느는 분이 많다는 겁니다.
졸업하고 직장다니고 연애도 결혼도 해야해서 젊으면 젊은대로 한창 바쁠텐데
이 젊은 분들은 힘안들이고 하는 간결한 스윙으로도
힘있게 쭉쭉 뻗는 멋진 스트로크가 나오고
네트 앞에서 어설퍼 보이는 발리를 해도 다 넘어오고
몸뚱이뻣뻣컴플렉스가 있는 나이든 저로서는 너무 신기하고....
실은 속이 상하는 일이죠.

텃밭에 농사지을 때 배추농사 망친 일이 생각납니다.
집안에 바쁜 일이 있어 배추모종을 남의 밭보다 며칠 늦게 심었더니
속은 들어차지 않고 겉잎만 엉성한 배추가 되서
수확이 남들 절반도 채 안되더군요.
여름 볕 며칠 더 쬐고 안 쬐고가 그렇게 큰 차이를 가져 오는 줄을
진작에 알았어야 하는 건데.....
공부도 때가 있고 운동도 때가 있는 것을.

하지만 어쩌겠어요.
늦게 시작한 운동이지만 죽을 때까지 할 각오를 새로이하면서
오늘도 내일도 그날이 올 때까지 그분이 오실 때까지
열심히 땀을 흘려야겠지요.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