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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128draw에 복식만 출전한 선수도 있을테고 주니어선수 등 참가선수도 몇 백에
대회관계자, 신판, 볼키즈, 진행요원(patron service),
안전요원(정말 곳곳에 너무 많은데 크로아시아와 세르비아 맞대결인 죠코비치와 도디히 전이 진행되자
팬들간에 분쟁을 염려해 무더기로 배치되기도), 세계각국 기자단....
연관객 60만에 비하면 소수겠지만 머리 속으로 셈이 안된다.

구경은 잘하고 있는지 혼자 외롭진 않은지 묻는 문자가 와있었다.
아닌게 아니라 첫날의 흥분이 가시니 이틀인 오늘
피곤이 몰려와 자느라 잤는데도 오전 경기는 눈이 감겼고
경기장은 wi fi zone이 아니라 인터넷사용료가 무서워 스마트폰 사용은 엄두도 못내
호주오픈 어플 깐 건 말짱 소용이 없고 그
간 누렸던 사이버적으로 밀접한 생활로부터의 금단현상이 외로움이란 느낌으로 엄습했다.
싱글침대가 절반을 차지한 좁은 방으로 돌아가기 전에
평생 소원이던 이곳을 최대한 누려야한다는 강박을 벗어나니
어제처럼 싸돌아다니는 대신 오늘은 한 곳에 머물며
처음부터 끝까지 경기의 흐름을 타면서 진득이 앉아 보기로 했다.

베르다스코와 팁세라비치 간의 4시간 가까운 5세트 게임이
베르다스코의 극적인 역전으로 끝난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행운'에 감사했는데
이는 겸손이라기보다는 솔직함이란 생각이 들었다.
팁시(이 애칭은 영어권에선 술취한 사람이란 뜻으로 들린다는데)의 스트로크가
베이스라인에 묻어보였지만 아웃콜이 되었고
챌린지를 다 써버린 팁시는 중요한 포인트를 그렇게 허망하게 날렸고
경기의 흐름은 그 때부터 걷잡을 수 없이 바꿔버렸다.
챌린지라는 기술적 도입이 게임에 새로운 차원을 가져다 주었고
우연이란 요소 또한 승패를 가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걸 다시한번 확인하게 됐다.

좋은 Second service를 가졌다는 건
first service를 자신있게 넣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보험역할을 해주고
상위랭커와 하위랭커를 가르는 아주 작은 차이에 상당부분일텐데
그리고 누구든 수긍하는 일인데 그걸 갖춘 선수들이 많지 않은 건 그만큼 힘들다는 얘기......

경기장을 찾으면 눈 앞의 선수들과 감정이입이 되고
군중심리에 휩쓸리면서 집단열광에 빠지는 현장감이 있는 대신 전문가들의 해설은 포기해야 된다.
(거슬리는 해설을 안들을 수 있다는 건 장점이기도)

잘자야 하는데... 내일일이 큰일이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