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멜번의 잠 안오는 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테코편집장님 호주오픈 관전기처럼 나도 기내에서 푹자고
다음날 아침 가쁜히 멜번파크로 직행해서 여유있게 시합 관전할 줄 알았는데 웬걸.
긴긴 수평선을 빨갛게 달구고 그 너머로 해지는 장관을 본 때문인지
집떠나 구경 나선게 잘한 노릇인지 크게 잘못한 짓인지 저울질로 머리가 복잡한데다
좌석 앞에 놓인 영화메뉴에 혹해 너댓편 보다 얼핏 창밖을 내다보니
수평선이 다시금 벌게 지면서 해가 솟으려 용쓰고 있었고 어느덧 멜번에 도착해버렸다.

티켓예약을 않은 탓에 마음이 조급해 짐만 숙소에 떨궈두고 경기장으로 향했다.
남자 결승전 티켓은 일찌감치 매진 됐지만 다른 티켓은 다 있다고. 결국 돈이 문제였다.
호주오픈로고 주조색인 파란하늘색이 코트 바닥 뿐 아니라 경기장 곳곳에 칠해져 있었지만
정작 하늘만 비구름으로 우중충 무거웠다.
택시기사 말처럼 멜번 날씨는 미쳤다.
4계절이 하루에 있고 사람들 옷차림도 4계절 각양각색.
겨울에서 단박에 여름으로의 여행인데다,
코트 바닥이 녹아 운동화가 쩔꺽 달라붙어 풋스탭을 제대로 못했다는 선수들의 푸념이나
폭염으로 선수들이 쓰러져서 선수보호차원에 시합을 중단하는 장면에 익숙해 있었는데
이게 여름인가싶게 하루종일 오실오실 떨었다.
오후에 해가 나자 이번엔 그 쨍한 기운 땜에 수면부족으로 뻑뻑한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할 지경이니......
라인즈맨과 볼키드의 유니폼이 다같은 진노랑이라 통일감이 있는데다
푸른 바닥색의 주위배경과 대비되어 산뜻해보였다.
경기장보다 피크닉, 야외공연, 다양한 부스에 더 몰려있는 듯 싶은 군중을 보면서
테니스가 일광욕이나 친구들과 맥주를 위한 맞춤한 변명같아 보이다가
아이 손 잡고 오는 부모나 직장 끝나고 밤경기를 보려고 몰려드는 사람들 무리를 보면
관전이 문화로 정착했구나싶기도 했다.
시합 도중 새지저귀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새 몇마리가 경기장 안을 날라다니고 있었다.
센터코트인 로드 레이버경기장과 제1코트인 하이센스구장은
비나 혹서를 피할 목적으로 지붕을 씌웠기 때문에 준결승, 결승이 연기되는 일이 없다고.
선수가 랭킹이 떨어지거나 밀리면 서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듯싶다.
랭킹은 다소 떨어져도 미모나 자국선수란 이유로 관중몰이를 할 수 있으면
좋은 구장, 좋은 타임에 배정을 받지만.....
어느 그랜드 슬램 아마 호주오픈인 것같은데
토마스 요한슨은 별로 주목을 받지 않은 선수여서
호텔에서 경기장까지 교통편이 없어 쩔쩔매다 기권할 뻔했는데
놀랍게 그 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니....

하이센스 경기장에서 내 옆에 앉은 노신사는 호주선수인 토미치를 열심히 응원하고 있었는데
상투적인 얘기를 나누다보니 자신이 7살반된 토미치의 첫 코치였고
슬로바키아계 부모가 자기네 동족으로 새코치를 영입한 후에도
second service는 아직도 자신이 직접지도하고 있다고.
다혈질인 아버지의 지나친 간섭이 아들 성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우려를 여러번 하는 것으로 미뤄
그의 부모와 사이가 안좋았나보다.
이름을 얼른 알아듣지 못해 수첩을 내밀었더니 Neil Guiney라고 또박한 필체로 써줬다. 
우연한 만남으로 18살 호주의 희망인 토미치 선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가 여기
신문을 보니 호주 6위인 신예에게 와일드카드를 주는 게 온당한지가 논란거리였
는데 1라운드 승리로 이를 불식시켰다고.
아무튼 호주국민들도 테니스최대 잔치상에서 자국선수가 선전하기를 바라고 그렇지 못
했을 때 실망하는 건 마찬가지인지 호주오픈란은 자국선수얘기가 거반이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