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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후 완전 非테니스의 한주를 보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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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 아침상을 차려주는 척하고 나면
별로 서두를 일도 딱히 꼭 해야 할 일도 없는 여유로움을 참 오랜만에 가져본다.
간간이 오던 테니스지인들의 안부 묻는 전화나 문자도 끊긴지 꽤 됐건만
집에 있으니 쓸 일도 없는 돈을 빌려주겠다는 대출문자만은 여전하다.

케이블TV 아침시간대에 감동을 주는 비할리우드계 영화가 자주 편성되어있을 줄이야!
해서 아침마다 영화 보다 펑펑 울어 퉁퉁 부은 빨간 눈으로 몇날을 지내기도 했다.

며칠씩 쌓인 신문뭉치를 몇 장씩 건성으로 넘기면서 헤드라인 훑어보고
재활용 수집하는 날 내어 놓기라도 하면 그나마 다행이었던 신문을
이제는 안경 바꿔 쓰고 광고까지 샅샅이 읽어 내려가면서
나 없이 잘 돌아가던 세상을 뒤따라잡기라도 하듯
그리고 염치없지만 어디 딴지 걸 일이라도 없는지 찬찬히 살펴본다.

눈만 뜨면 공 핑계로 튀어나가 늦도록 밖으로만 돌던 시절에는 들어서기 싫어하던 현관문이
이젠 그 문 열고 나서는 일이 조금은 두렵고 아주 많이 귀찮고 번거롭게 생각된다.

한 발 빼고 물러나 있는 요즘 얼핏 바람결에 들려오는 동호인테니스 소식을 접하게 되면
글쎄 그 일이 모두 들고 일어나 한바탕 북새통을 벌일 그런 일이었는지
또 목숨 걸 정도로 절박한 일이었는지 되묻고 싶기도 하다.

여유로움은 어쩜 이번 부상이 내게 강제로 떠안기고 간 큼직한 선물인지 모른다.
그 옆 자그마한 선물꾸러미에는 철 좀 들라는 따끔한 질책과 몸 아낄 나이라는 고마운 경고가 들어있다.

다시 코트에 라켓들고 서게 되는 날
공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인정을 느끼게 될런지
초보시절의 한숨과 피눈물을 다시금 맛볼런지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던 게으름이 자라 다음주 다음주로 미루는 어리석음으로 커버렸다.
돌아오는 월요일 코트에 첫걸음을 떼어보련다. 비록 라켓없이 빈 몸으로 가게 되겠지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