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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켓잡은 손을 바꿔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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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분이랑 난타칠 때는 가급적 말을 아낀다.
이미 저 쪽에선 공 쳐주겠다는 제의에 지나치게 고마와하는데다
공이 제대로 안가서 나를 좌우로 많이 뛰게 하거나
공 치는 일보다 공 주우러 다니느라 더 바쁘게 만들면
(콘트롤이 안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인데)
연신 죄송합니다를 되풀이하며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하기 때문에
그 때마다 괜찮습니다, 너무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되요, 전 운동되고 좋은데요하는 정도로
간단히 답하고 이 정도 뛰는 건 내게 별 대수롭지않은 일인듯 랠리를 계속한다.
그런데 자신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계속 단식에서 V자 공격하듯 크로스, 역크로스로
사방팔방 공을 뿌려대다가 미안해서 더는 못하겠다고 그만 하겠다고 해버리면
공이 가는 원리 하나만 짚어주면 작은 도움이 될 것같아
포핸드크로스로 보내고 싶을 때 공의 어느부위를 맞춰야하는지 반대의 경우는,
나름 이해하기 쉽게 열심히 설명하고 몸으로 임팩 순간을 보여주고하다보면
점점 가르치는 일에 필이 꽂힌 사람처럼 말이 많아지고 부질없는 잔소리가 꼬리에 꼬.....

어느 지도자분이 들려주신 이야긴데 자신이 레슨 시작한지 얼마 안됐을 때
유독 말귀를 못알아먹고 가르치는대로 시키는 대로 따라하지 못하는 레슨자가 한명있었다고.
레슨 때마다 짜증 섞인 잔소리에 야단도 쳐보았다가 때론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는데
문득 자신이 왼손으로 바꿔들고 공을 쳐보니 머리가 아는대로 의도한대로 몸이 움직여주질 않는 걸보고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이 레슨자의 고충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때의 깨달음에서 생긴 인내심으로 초보레슨자들의 진보를 느긋하게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가 생겨
이해심많은 코치님으로 거듭났다는 자화자찬으로....ㅋㅋ
(물론 운동신경이 탁월한 오른손잡이는 왼손으로 쳐도 오른손으로 치는 몸치보다 백배 낫겠지만)

지도자뿐 아니라 동호인들도 부상이나 슬럼프 등으로 울울한 테니스 권태기를 지내시는 분이 있다면
한번 라켓 든 손을 바꿔 쳐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바꿔든 손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곧잘 넘기는 게 신통하고 기특해서
잠시 테니스적인 스트레스를 벗어던질 수 있고
처음 공을 맞췄을 때 느꼈던 웃음 터져나오는 그 단순한 기쁨을 다시 맛볼 수 있을테고
투핸드백핸드치신 분이라면 향후 백핸드스트로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가끔 공치는 사람들의 눈썰미에 놀란다.
다들 다른 사람에 별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같으면서도 분명 보고 있다.
레슨받고 조용히 집에 가려 하니 조만간 사우스포로 거듭나겠다느니
어깨가 그 정도로 심각했냐느니 나으면 양손 바꿔가며 칠테니 까다롭겠다느니...
내가 왼손으로 공을 치는 것에 대해 한마디씩들 한다.
뭐라고 한들 무슨 상관이랴, 난 다시 테니스가 좋아졌는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