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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원수인가 은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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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딩굴딩굴하며 홀로 잘 살고 있던 나를 테니스 같이 하자고 꼬셔놓고
자기는 얼마되지 않아 취직했다며 쏙 빠진 원수를 오늘 장보러 갔다가 외나무 다리에서 딱 마주쳤다.
온다간다는 인사도 없이 이사간 줄로만 알았는데 멀쩡히 한동네에서 살고 있었다니.
반갑다는 인사에 이어 어디 사냐 옛날 어울렸던 멤버 중 연락하고 지내는 엄마는 있냐...하면서
결국 나의 본론인 테니스 얘기를 꺼내려고 머리를 돌리며 세치 혀가 활약할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피부가 애기 피부처럼 뽀사시한데 이거 화장빨이지?하고 확신에 차서 물었더니
맨 얼굴이라는 대답으로 사람 바로 두번 죽이는 말을 해왔다.
남의 피부를 이렇게 망가뜨려놓고 밤에 두다리 뻗고 잠이 오냐고 따졌더니
내가 좀 시커멓긴 해도 혈색이 돌고 건강해 보이는데
자긴 하루 종일 양호실에 콕박혀 있느라 해를 못봐서 실은 누렇게 뜬 거라면서
한마디도 지려 들질 않았다.

테니스를 여름방학기간동안에 시작했으면 좋았겠지만 가을이 공치기 더 좋은 계절이니....
하고 본론에 들어가려는데 이번에도 선수를 치고 나온다.
이거저거 해봐도 테니스만큼 재미있는 운동은 없었지만 동료교사들 중 탁구나 배드민턴처럼
한쪽만 쓰는 운동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나이들어 여기저기 탈 나는 걸 봐와서
무슨 운동이든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도 다시 테니스해 볼 엄두는 못내다가
얼마 전부터 수영이랑 에어로빅 저녁반을 끊어놓고 둘 다 다니느라 쌍코피가 날 지경이란다.

아이가 아주 어렸을 때니까 나도 한참 젊었을 때 만났던 인연이라 잠시 그때로 돌아갔다.
한창 빠져 아침부터 밤까지 공칠 때는 피부가 숯검정이 되든 거북이 등짝이 되든 상관 안했는데
언제부터인지 피부타령을 하며 야외스포츠인 테니스 원망을 늘어놓는 걸 보니
이제 열정이 식었는지 아님 코트에서 보낸 세월에 심신이 지치면서 나를 포함한 사람들에 실망도 하고
공만 보며 가다가 좌우를 곁눈질하며 돌아보게도 되었는지

누구에게나 처음 라켓을 잡은 때가 있듯이 그 처음을 있게 한 계기나 인연이 있을 것이다.
물론 오랜동안 테니스를 동경해오다가 스스로 운명처럼 테니스를 선택했던 사람도 있을 테지만.
집에 오는 내내 테니스는 내가 좋아서 해놓고 이제와서 왜 남 탓을 하려들었을까?하는 반성을 해본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