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生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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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의 키를 바탕으로해서 아이가 성장해서 어른이 되었을 때의 예상신장치를 계산한다고.
품종개량 하겠다며 배우자의 조건을 단연 키 큰 여자로 삼았던 많이 작았던 선배가
과연 원하던 키 큰 2세를 얻어서 키 때문에 채였던 자신의 한을 풀었는지 궁금하다.
다행히 내가 연애를 하던 당시만해도 얼짱, 몸짱 열풍이 요즘보다 훨씬 덜하던 시절이었고
나처럼 키가 작고 통통한 몸매를 아담사이즈(모나미볼펜 153을 아는 세대들이라면)라고 선호하는
부류도 있었고(쫓아다녔던 사람이 아주 없지 않다는 암시)
키로 해서 한이 맺힐 극적인 계기나 사건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난 그닥 배우자 조건으로 키 큰 남자를 내세운 적이 없었고
아마 그래서 당시 키로 미디언 쯤 되는 사람과 결혼해
요즘 키로는 약간 작아 키높이 깔창을 넣어서 헐떡거리는 신발을 신고 다니고
공부보다 키가 중요하다며 성장클리닉 보내달라고 조르는 아들을 두고 있는지 모른다.

로브가 떴을 때나 사이드로 빠지는 공을 따라갔다가 딱 몇 센티 모자라 못치는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키가 다만 몇 센티만 커도 다리나 팔도 얼추 비례해 길어지므로
키 차이는 reach 면에서는 거의 따블로 벌어진다는 사실이 가슴을 할키고 간다.

농담 따먹기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는 어떤 아담사이즈 코치님은 나만 보면
성큼 한두걸음이면 공이 다 잡혀서 숏다리의 비애 따위는 전혀 모르는 키 큰 코치한테 레슨을 받고있어
내가 잔발이 없고 실력이 안느는 거라고 놀리는데 일리가 있는 말씀이란 생각도 든다.

지금 생에 내가 착한 일 많이 하고 덕을 많이 쌓아서 다음 생에 지금의 원망을 소원으로 이룰 수 있다면
..........
비록 방목으로 버려지듯 키워지거나
이반 랜들처럼 네트에 줄로 묶여져 보내는 영유아기를 거치더라도
테니스를 사랑하고 자신들도 열심으로 테니스치는 키 큰 부모 밑에서 태어났으면 좋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테니스를 일찍부터 접하고 기럭지 걱정 안해도 절로 쑥쑥 크는 은총을 받았으면한다.
테니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삶을 사는 관계로
자칫 빠지기 쉬운 opposite attraction으로 테니스와 전혀 무관한 배우자를 택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나만큼 테니스를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을 만나 테니스가정을 이루었으면 한다.
거기에다 시간적 & 경제적 여유가 있어서 함께 국내외 테니스 경기를 관전하러 다닐 수 있으면,
집은 허름해도 좋으니 마당은 넓어서 한 켠에 코트 한 면 만들어놓고 공치는 지인들을 부를 수 있고
좋은 관절을 타고나 어디 아픈데 없이 늙도록 공 치다가
아니 죽는 날까지 공을 쳤으면 한다.
글쎄 이렇게 태어난 다음 생에선 또 어떤 소망을 꿈꿀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