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에 비해 다소 실망스러웠던 "윔블던"이란 영화는
그나마 눈요기할 코트장면도 제법 됐고 투어선수들의 삶이나 심리의 단편도 쬐끔은 엿볼 수 있었지만
비슷하게 개봉됐고 테니스 선수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우디알랜의 "매치포인트"에서는
테니스는 철저히 뒷전이었다.

그런데 두 영화보다 훨씬 더 테니스를 소품 정도로 밖에 취급안했던
제목도 줄거리도 잊은지 오래인 불란서영화들에서 테니스코트가 나오는 장면만은
망각이란 침수의 수면 위의 작은 섬처럼 도드라져 남아있는게 신기하다.

연인에게서 버림받은 슬픔으로 창문 밖으로 몸을 던졌지만
남은 생을 휠체어에서 보내며 테니스 코트 관리를 하고 있는 할머니가 영화 후반부에 잠시 등장해
혼란스러워하는 주인공 여자에게 자기 삶을 들어 충고를 하는데
그녀가 좌절한 사랑과 자살시도 이전에 테니스를 사랑했었는지 여부는 알 수없지만
만일 그랬다면 매일의 삶이 더 가혹한 형벌로 다가오지 않았을까?
아니 그녀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로 다시 찍는다면
휠체어테니스를 즐기면서 인생의 황혼에 새로 찾아온 사랑에 행복해하는 해피엔딩으로....

각기 다른 중상층의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어릴 적 친구 네 명은 일주일에 한번 클럽에서 만나
산뜻하게 차려입은 흰 옷이 땀으로 홍건히 젖도록 공을 치고 샤워를 하는 내내 끊임없이 떠드는데
그들은 대화에서 진부한 일상에서  일탈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내기도하고, 부추기기도, 말리기도하고 ....
늘 똑같은 멤버와 공을 친다면 테니스는 삶보다 더 철저한 일상이고 진부함이고 반복이 되지 않을까?

살짝 아웃 포커스된 흐릿한 배경으로 스토리랑 아무 연관 없는 공원장면인데 미국영화같기도
늘 보는 밋밋한 평면에 네트높이의 라인하나만 뎅그마니 그려져있는 그런 백보드가 아니라
양옆으로 달아나는 공을 되품으려는듯한 콘크리트 날개같은 것이 달려있는 백보드 벽 앞에서
구부정한 노인이 느릿느릿 그러나 공을 죽이지 않고 벽치기를 하고 있다.
명상적 효과가 있다해서 카메라 고정해 놓고 수족관만 하루종일 보여주는 채널도 있다는데
끊임없이 벽치기 랠리하는 걸 보여주는 것으로 테니스인들을 최면에 빠지게 할런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