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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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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코트는 대부분 회원제로 운영되고 해서 같은 회에 속하지 않은 사람과 공을 나누고 싶다면
제3의 코트를 예약해서 돈 몇 푼 내고 당당하게 치는 좋은 방법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은 테니스지인을 자기 코트로 초대하거나 손님이 되어 지인의 코트로 가는 번거로운 방법을 선호한다.

왜그럴까?
공짜로 칠 수 있는데 코트사용료란 생돈 내는게 아까와서
아님 노는 땅 빌리는게 영 체질에 안맞아서?

글쎄 내가 어림하는 이유로는
테니스라는 게 사람 냄새를 맡아가며 그 틈에서 부대끼며 여럿이 섞어쳐야 제 맛이고  
승부의 장인 코트 옆에 딱붙어 있는 라카라는 곳이 바로 그런 분위기에 한몫하는데
코트사용료를 낸다고 이런 라카사용이 별책부록으로 딸려와 주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회원들과 고락을 같이하다보니 마치 유사가정같은 착각을 주는 장소가 라카인데
조금 넓으면 넓은대로 좁으면 좁은대로 라카 안 풍경은 거기서 거길게다.
  
낱장이 떨어져나간 나달나달한 해묵은 테니스코리아가 굴러다니고
이집 저집에서 불려나온 살림집기들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누가 받아온 막걸리를 기울이면서 내기로 딴 안주를 씹고
추위를 난로를 쬐며 견디고 더위를 선풍기 바람으로 날려보내고
겨우내 고구마를 장작불에 구워먹고, 가스불에 쪄먹고
남들 공치는 걸 팔장끼고 앉아 내다보면서
저 친구 생전 안늘 것같더니만 요새 많이 늘었네하고 허허 웃고
함께 공칠만한 짱짱한 사람 기다리느라 시시한 TV프로 보면서 괜한 시선 마주침을 피하고
바둑훈수 두다가 핀잔듣기도 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하며 세월을 개탄하다가 시시콜콜한 집안 얘기 까발리고나서 멋적어하고
.....

자기 코트에 모종의 카리스마를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이면 상관없지만
나같은 테니스 피라미인 경우에는 누구를 코트로 부르거나 부름을 받는 양쪽 다
마음이 썩 편치 않다.
라켓 하나 뎅그마니 들고 아무 코트에나 가서 칠 정도의 실력이나 배짱이 안되기도 하지만
코트마다 존재하는 회원제란 제도가 백화점 정찰제마냥 흥정의 여지를 없앤 측면도 있어서
회원/비회원 여기에 레슨자란 묘한 타이틀까지 차별적 범주가 존재하고
회원이라도 실력차에 따른 공공연한 텃새가 엄연할 뿐 아니라
.....
평소 그 시간대라면 개미새`끼 한 마리 얼씬 안하게 한적했지만
그날따라 공교롭게 회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떼로 몰려 나올 지 여부는
하늘도 땅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 쭈삣쭈삣거리며 찾아간 코트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게 되면
온 세상이 모두 내 것같은 뿌듯한 기분이 들기도 하는데
어쩌면 유도리란 일본말처럼 그때그때 유연하게 대처하면 될 것을 지레 겁먹은 건지도.....

비 오고나면 인조잔디인 우리코트로 사람들이 몰린다.
회원들이 싫어라해도 아랑곳않고 염치없이 단골로 오는 사람도 있고
클레이코트 못치는 사정 뻔히 알면서 가끔 좀 불러주면 덧나냐고 노골적으로 불만해하는 사람도 있다.
마치 내가 우리코트에서 방귀 꽤나 뀌는 사람인 줄 아는지 원 참 ....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